무연고 시신

영사관 해외안전팀 사건수첩

by 윤랑

해외에서 우리 국민이 사망을 하면 대사관이나 영사관에서 신원확인을 하고

가족과 같이 살고 있지 않거나 지인들이 가족 연락처를 모르거나 하는 경우에는

여권기록조회를 하여 가족에게 전화를 해서 사망사실을 알리고

유족에게 장례관련한 절차와 시간, 비용 등을 안내한다.


이게 말로 하면 간단해 보이지만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다.

가족의 죽음 같은 어찌 보면 인생 최대의 사건과 같은 일을 갑자기 전화로 알리는 것도 그렇지만

온갖 사기꾼들이 활개를 치는 세상이라 해외번호는 아예 받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고

전화를 받아도 믿지를 않고 오히려 보이스피싱으로 경찰에 신고를 하기도 하고

할 수 없이 외교전화로 전화를 하면 02로 서울 번호가 뜨니

'서울에서 전화하면서 외국에서 전화하는 척하지 말라'는 소리도 듣는다.


연락이 되었다고 해도 끝이 아니다.

물론 바로 달려오는 가족들도 있지만 3분의 1 이상은 여러 이유로 못 오겠다 하고

시신인수 자체를 거부하기도 한다.

이미 오래전에 연이 끊긴 가족이라는 것이다.

남의 가족사를 어찌 알겠냐만 워낙 자주 겪다 보니 대략 짐작은 간다.


비용문제로 못 온다고 하는 경우도 많다.

코로나 이후엔 화장이 대부분이라 시신을 방부처리 하여 운구하던 때와 비교하면

비용이 낮아졌지만 그래도 운송비를 포함하면 최소한 몇백만 원은 든다.

비용은 부담할 테니 지인이나 한인회 등에 장례절차를 위탁을 하는 건 그나마 다행이지만

아예 '알아서 하라'는 경우도 많다. 이러면 시신포기각서를 받아야 한다.


안타깝게도 재외공관에는 장례비용을 대납할 예산이 없다.

사망자가 거주하던 해당 지자체에 서한을 보내서 무연고 시신처리를 해달라고 요청하는 수밖에 없다.

장례식장에서는 외국인이 사망했으니 몇 배의 바가지를 씌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경우에는 결국 한 푼도 못 받는다.


시신은 초라하게 현지의 공동묘지나 납골당에 안치된다.

시신포기각서 때문에 유족이 더 이상 어떤 권리도 주장할 수 없지만

마지막으로 시신이 안치된 정확한 위치와 관리번호를 시스템에 기록해 놓는다.

하지만 한 번도 나중에라도 찾아온 유족은 아직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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