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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rganicmum Mar 12. 2024

[심플라이프] #03 미니멀옷장 - 1년 동안 옷 안

사람은 얼마나 많은 옷이 필요한가?

비우기 힘든 옷

결혼을 하고 출산과 육아를 하면서 살이 찌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살이 쪄서 새로 옷을 사고 예전 옷은 살이 빠지면 입기 위해 보관한다.

이런 이유로 옷을 보관한다면, 지금 입을 수 없는 옷은 비우면 된다.


나 같은 경우에는 20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체중의 변화가 별로 없었다.

출산 이후 예전의 체형으로 돌아와서 출산 전에 입었던 옷을 그대로 입을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옷장에는 사이즈가 맞지 않는 옷은 없었다.

다만, 해가 거듭되면서 손이 잘 안 가게 되는 옷들, 왠지 불편하고 안 어울리게 느껴져서 잘 안 입는 옷들이 가득했다.


옷을 살 때 고민을 하고 여러 후보들 중에 선택한 옷들을 구매하기 때문에 분명 모두 다 내 마음에 드는 옷들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왠지 어색해지는 옷들이 있다.

나이에 맞지 않는 옷들이다.

그런 옷들은 그나마 비우기가 쉽다.



나는 유행을 별로 신경 쓰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옷을 입기 때문에 내 옷장에는 그냥 내가 좋아하는 옷들이 걸려있다.

그런데 한국에서 살면서 주변의 시선을 좀 의식하게 되어서 동네사람들이 불편함을 느낄 수 있는 옷은 되도록 입지 않았다. 짧은 청바지 같은 그런 옷들.


그러다 보니 입는 옷들이 단조롭고 단순해졌다.

내가 좋아하는 옷과 평소에 입는 옷의 스타일이 점점 달라졌다.

잘 입지는 않지만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옷을 버리자니 쉽게 손이 가질 않았다.


옷장에서 꺼냈다가 다시 넣기를 반복하여 옷장의 옷들은 줄어들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옷장을 비워내야 했다.


둘째가 태어나면서 둘째 옷을 넣을 공간이 필요했다.

가족이 한 명 더 늘어나게 되면 가족 구성원들의 각자의 공간이 줄어든다.


첫째의 공간도 줄어들고 우리 부부의 공간도 줄어든다.

첫째는 놀이공간을 동생과 나누어야 했고 우리 부부는 옷 수납공간을 둘째와 나누어야 했다.


생존을 위한 미니멀리즘으로 남편도 옷을 많이 비워냈고 나도 옷을 많이 비워냈다.




1년 동안 옷 안 사기 프로젝트


어떤 다큐멘터리에서 외국옷무덤 쓰레기장을 보게 되었다.

어마어마한 옷들이 쓰레기 더미가 되어 선진국에서 후진국에 가서 버려지고 있었다.


KBS다큐 < 당신이 버린 옷, 어디로 갔을까? >



내가 대단한 환경실천가는 아니지만 나 또한 너무 과한 소비를 한 것은 아닌가 반성하게 되었다.

그리고 미니멀라이프를 시작하면서 비워내는 물건들의 사진을 찍었는데 내가 얼마나 많은 물건을 버리고 있는지도 눈으로 보니 되도록 쓰레기를 줄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가능한 한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려 노력하게 되었는데

미니멀옷장을 만드는 게 어려웠던 나는 이참에 옷을 안 사 보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1년 동안 옷을 안 사고, 가지고 있는 옷으로만 생활을 하며 1년 동안 입지 않는 옷들은 비워내기로 했다.


4~5벌 있는 청바지 중에서 한벌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비워냈다.

여러 벌의 스웨터 중에서 색상이 중복되는 스웨터는 비워내고 보풀이 일어난 스웨터도 비웠다.

잘 입지 않는 카디건도 비우고 잘 입지 않는 점퍼도 비웠다.

목이 낡은 티셔츠는 고민 없이 비워냈고 어깨가 파인 셔츠도 비웠다.


꽤 괜찮은 코트는 이웃에게 나눔 하고 친정엄마에게 물려받은 한복은 다시 돌려드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한복을 입을 날은 1년에 하루도 없을 것 같았다.

외국에서 사용하려고 받았는데 언제 외국으로 갈지도 모르겠고 일단 지금 필요 없는 것들을 비워냈다.

한복을 비우는 건 엄마의 몫이다.




<여러 가지 사유로 비워낸 옷들>




<살아남은 옷들 : 옷장을 비우니 더 자주 입게 되는 옷들>



1년 동안 옷 안 사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한 가지 느낀 점이 있다.

소유하는 물건이 적으면 가지고 있는 것이 소중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나는 운동화가 여러 켤레 있을 때 잘 신지 않은 검은색 운동화가 있었다.

내가 좋아하던 운동화들이 낡아서 그것들은 비워내고 잘 신지 않았던 검은색 운동화를 신게 되었다.


처음에는 별로 예쁘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데 하루 이틀이 지나니 나름 정장에도 캐주얼에도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심플한 디자인이라 화려하지는 않지만 깔끔한 느낌을 주었다.

3년 동안 한 두 번 밖에 신지 않았던 검은색 운동화는 내가 산 운동화가 아니었기에 썩 마음에 드는 것이 아니었다.


운동화는 이제 이 검은색 운동화 하나만 남아있다.

버리기에는 아까워서 이걸 몇 달 만이라도 신다가 버리고 새 운동화를 사려고 했으나 이젠 마음이 바뀌어서 이 운동화가 낡을 때까지 새 운동화를 사지 않기로 했다.


'1년 동안 옷 안 사기' 프로젝트에 '1년 동안 신발 안 사기'도 포함하게 되었다.

물론, 가방, 모자, 스커프 등의 의류 전체를 사지 않기로 했다.


'1년 동안 옷 안 사기' 프로젝트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사실 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는 후줄근 한건 다 비워내고 1년 뒤에 좋은 옷을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몇 달 동안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새 옷을 사고 싶은 욕구도 사라졌다.

내가 비워내는 어마어마한 양의 옷들을 보면서 있는 옷으로 잘 살아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필요한 옷이 있을 때, 그때는 구매하겠지만 지금은 별로 사고 싶은 옷도 없고  만한 옷이 눈에 안 들어온다.




사람은 얼마나 많은 옷이 필요할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여행 때는 트렁크 하나에 옷 몇 개만 챙겨서 여행을 가는데 우리는 왜 이렇게 많은 옷을 보관하며 사는지..


'우리는 얼마나 많은 옷을 필요로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은 추운 겨울이 있고 4계절이 있어서 따뜻한 남반구의 나라 사람들보다 상대적으로 옷이 많이 필요한 것 같다.

두꺼운 겨울 외투를 제외하고는 어느 나라에서 살든 필요한 옷의 양은 비슷할 것 같다.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 중에 봄과 가을의 옷은 기능면에서 비슷하다.


추운 계절, 더운 계절, 포근한 계절로 나누어서 3종류의 옷.

각 계절에 맞는 일주일 분의 옷이 있으면 지루하지 않게 옷을 바꿔가며 입을 수 있을 것 같다.

경조사에 필요한 검은색 옷과 외투가 한벌 필요할 것 같고 특별한 날 입을 만한 파티 드레스 3~4벌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미니멀옷장을 만들어보려고 하지만 결코 미니멀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사람마다 직업이나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필요한 옷의 양이 조금씩 다를 것 같다.

정장이 필요 없는 전업주부의 경우에는 정말 옷가지 몇 개 안 되는 미니멀한 옷장을 가지고 있는 것을 종종 본다.


나 같은 경우엔 정장을 필요로 하고 경조사나 파티도 종종 있기 때문에 격식에 맞는 옷을 입어야 할 때가 있다.

그래서 완전한 미니멀옷장을 만들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판단했다.


그렇지만 예전에 비해 옷장은 많이 가벼워지고 있다.

1년 동안 옷 안 사기 프로젝트가 끝나면 나의 소비패턴도 많이 변할 것 같다.

필요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 없으면 안 되는 것들만 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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