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미니멀라이프를 하는 많은 사람들이 예전보다 물욕이 줄어들었다고 말을 한다.
그리고 물건에 대한 집착도 줄어든다.
미니멀라이프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그동안 맥시멀한 짐들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삶의 태도를 바꾸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가지고 있는 물건을 비우는 것에서 시작해서 나중에는 정말 필요한 것이 아니면 소비하지 않는 습관이 몸에 베이게 된다.
'살 빼면 입을 거야'하고 가지고 있던 명품 옷들, '나중에는 읽겠지' 하고 책장에 보관하고 있는아동용 과학전집세트 등 값을 비싸게 치른 물건을 비우기는 쉽지 않다.
구매가가 비쌀수록 비우기가 쉽지 않다.
아까워서 버리지 못하고 그렇다고 팔기에는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떨어진다.
중고마켓에서 싼 값에라도 팔아서 현금을 받거나 쓰레기통으로 가야 하는데 과감하게 '비워야겠다'라고 마음을 먹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엄마표영어를 하면서 영어교재에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되었다.
어쩌면 이렇게 좋은 영어책들이 많은지 엄마표영어 인플루언서 엄마들이 추천하는 책들은 모두 다 우리 아이의 영어실력을 쑥쑥 올려줄 것만 같았다.
실제로 모두 좋은 책들이다. 그런데 가격이 만만찮다.
몇 십만 원에서 시작해서 몇 백만 원대까지 세트로 파는데 공동구매가라며 단 3일만 할인해서 판다고 알람을 울린다.
'그래, 이건 필요해'라고 생각하고 사면 비울 대상이 되어버린다.
필요해서 물건을 사면 안 된다.
없으면 안 되는 물건을 사야 한다.
당근마켓에 가 보면 영어교재들이 수도 없이 쏟아져 나와있다.
정말 잘 사용하고 나서 더 이상 필요 없어서 파는 책 보다 '사용감 없음' ' 안 봤어요' '깨끗해요' 이런 멘트들이 많다.
구매할 때 생각처럼 잘 사용하지 않아서 판매를 하는 것이다.
그나마 영어책들은 값을 매기기도 좋고 어느 정도 선에서 잘 거래가 된다.
이렇게 중고판매를 하는 사람들은 그나마 정리를 잘하는 사람들이다.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은 중고마켓에도 내놓지 못하고 끌어안고 살아간다.
자신의 '미련한 소비'에 대한 자책감을 가지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합리적 소비를 했어.'라고 스스로 위안하기 위해 사용하지도 않는 물건을 몇 년 동안 끌어안고 살아간다.
이사를 갈 때면 그 물건들은 고스란히 옮겨지는 신세가 되는데도 불구하고 스스로 '미련한 소비'를 했다고 자책하고 싶지 않아서 많은 물건들을 외면하고 살아간다.
하루아침에 맥시멀에서 미니멀로 라이프스타일이 바뀌지는 않는다.
불필요한 물건들을 비워가면서 조금씩 집에 공간과 여유가 생기는 것을 느끼게 된다.
물리적으로 여유가 생기면 그 공간에 머무는 동안 마음에 여유가 생기게 된다.
가득 찬 벽면보다는 아무것도 없는 벽이 심심해 보일지라도 마음이 편안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여백의 미'를 맛보기 시작하면 내가 아까워서 보내지 못했던 값비싼 물건들도 하나 둘 처분하기 시작한다.
물건이 비워질 때마다 후련함이랄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쾌감을 느끼게 되면 본격적으로 물건 비우기가 시작된다.
한동안 물건 비우기 중독자처럼 비울 물건을 탐색하다가 어느 날 이것이 미니멀라이프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한차례 폭풍이 지나간 것처럼 물건 비우기 세리머니를 경험하고 나면 이제 더 이상 많은 물건이 나를 괴롭히는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그래서 물욕이 줄어들고 '구매'에 아주 신중해진다.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집에 있는 물건들은 '필요한 물건'이 아닌 '없어서는 안 되는 물건'들이 대부분이다.
예쁜 쓰레기
미니멀라이프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하는 말들이 있다.
"더 이상 예쁜 쓰레기를 사고 싶지 않아요. "
이것이 예쁘기는 하지만 우리 집에서는 오래가지 않을 것 같아서 사지 않겠다는 의미이다.
나는 중고등학교 때 교복을 입었기에 대학생이 되어서 패션에 급격한 관심을 갖게 되었다.
우선, 사복이 별로 없어서 옷을 사야 했고 대학생이 되니 자유와 낭만을 즐기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리고 선배들의 세련되고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니 학생티를 벗어나고 싶은 내면의 욕구가 옷으로 옮겨온 것 같다.
부모님께 용돈을 받아서 옷을 사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아르바이트를 해서 용돈을 더 벌어서 옷을 사기 시작했다. 물론 비싼 옷을 살 수는 없었고 형편에 맞게 스트릿패션에 눈을 두고 이것저것 쇼핑하는 것을 즐겼다.
친구들도 비슷했다.
옷 하나를 사는데 하루종일 친구와 수다 떨면서 옷가게를 구경 다니고 배가 고프면 분식집에서 떡볶이를 사 먹고 마음에 드는 옷을 발견하면 하나씩 사서 서로 예쁜지 봐주었다. 그러다 보니 친구와 비슷한 옷을 늘 사게 되었던 것 같다.
학생에서 직장인이 되었을 때는 직장인에게 맞는 옷이 필요하니 옷의 스타일이 많이 바뀌었다.
오피스룩에 걸맞은 옷을 찾아 주말이면 쇼핑센터를 전전했다. 그렇게 20년간 사 모은 옷들이 40대가 된 나에게는 대부분 예쁜 쓰레기가 되었다.
옷처럼 집에서 사용하는 물건들도 그때는 필요할 것 같아서 샀지만 막상 사면 별로 사용하지 않거나 거의 사용하지 않는 것들이 많다. 특히 장식품 같은 경우에는 매장에서는 예쁘지만 우리 집에서는 먼지가 앉는 청소할 대상만 될 뿐 별로 예뻐 보이지 않는다.
인스타에서 나뭇가지 하나로 멋스럽게 장식한 피드를 봤다. 정말 예쁘게 잘 꾸민 집이었다. 그걸 보고 내가 나뭇가지를 사 와서 우리 집에 장식하면 예쁠까?
옷도 그렇고 집도 그렇고 꾸미는 데는 시행착오가 있게 마련이다. 이런저런 스타일로 해 보다가 자기에게 맞는 스타일을 찾게 된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점점 더 내가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을 살 수 있는 안목을 기르게 되는 것처럼 집에서도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가구와 가전을 구매할 수 있게 된다.
신혼 때 예쁘게 꾸민 집이라 해도 아이가 태어나면 안전을 위해 모두 치워야 한다. 그리고 아이가 크기 시작하면 아이들의 작품이 집에 넘쳐나기 때문에 아이의 작품을 진열할 공간이 필요하다. 세련된 장식품과 알록달록한 아이의 작품은 분위기가 달라서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
아주 넓은 집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아이 있는 집은 장식품들은 비우게 되고 실생활에 필요한 것만으로도 집이 가득해진다. 아이가 태어나면 제일 먼저 치우게 되는 것들이 결혼액자, 야외촬영액자이다. 그 자리에 아이 사진을 걸기에도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니멀라이프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소비를 할 때 '예쁜 쓰레기'가 될 것인지 아닌지 빨리 판단한다. 그리고 '예쁜 쓰레기'를 알아보는 안목이 길러져 있다.
'예쁜 쓰레기'는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이다.
그러니 스스로 '예쁜 쓰레기'를 판별하는 안목을 가져야 한다.
돈 버는 미니멀라이프
돈을 버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외부에서 돈을 벌어오거나, 가지고 있는 돈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영어로 보면 income(수입)과 outcome(지출)이다.
돈이 많이 들어오고 많이 안 나가는 것이 자산을 늘리게 하는 기본 방법이다.
가지고 있는 돈을 사용하지 않는 것.
저축과는 다른 개념이다.
'가지고 있는 돈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지출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지출이 줄어들면 저축을 늘릴 수도 있고 수입을 줄일 수도 있다. 수입을 줄인다는 것은 일하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그만큼의 시간을 확보할 수 있어서 삶이 여유로워진다.
1) 지출이 줄어든다.
미니멀라이프를 추구하면서 '예쁜 쓰레기'를 사지 않으니 자연스레 지출이 줄어든다.
불필요한 소비를 하지 않기에 지출이 줄어드는 것이다.
2) 물건을 중복해서 사는 일도 없어진다.
미니멀라이프를 하기 전에 옷에 먼지를 터는 테이프, 일명 돌돌이라는 것을 2번 산 적이 있다.
주로 겨울에 코트에 붙은 먼지를 터는 데 사용하다 보니 겨울이 지나면 사용빈도가 줄어든다.
1년 뒤에 남편이 돌돌이를 찾는데 안 보여서 새로 샀다. 나중에 정리하다 보니 사용하던 돌돌이가 나타났다.
그리 비싼 건 아니지만 정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불필요한 소비를 하게 된 것이다.
3) 집에 물건이 많지 않으면 정리와 청소에 사용하는 시간이 줄어든다.
시간은 돈이다. 미니멀라이프로 많아진 시간을 돈을 버는 일에 사용하든 취미생활을 하든, 실질적인 돈을 벌지 않더라도 '시간은 돈'이라는 개념으로 생각할 때 시간을 번다는 것은 돈을 버는 것이다.
4) 정리를 잘하면 외출준비시간이 짧아지고 불필요한 감정소모가 없다.
어린아이 있는 집에서는 외출할 때 챙길 것들이 많다.
기저귀를 하는 아이라면 기저귀부터 시작해서 물티슈, 여벌 옷, 유아용 간식, 식사, 물병 등등 외출 시에 필요한 것들이 많은데 정리가 제대로 안 되어 있으면 이런 물건들을 찾는데 시간이 걸려서 엄마는 허둥거리고 아이는 빨리 나가고 싶어서 징징거린다.
친구랑 약속한 외출이라면 마음이 더 조급해진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가도 되는데 택시를 타게 되고 운전을 하게 되면 마음이 급해서 속도를 올리다 보면 위험해진다.
밖에서 즐겁게 놀려고 계획한 것인데 짜증으로 시작해서 피곤해진다.
5) 사용 공간이 넓어진다.
4,5살쯤 되면 아이가 사달라는 것이 많다.
가위, 풀, 색종이, 크레파스 등 미술용품부터 시작해서 장난감 등의 놀잇감을 많이 사게 된다.
아이가 사달라고 해서 다 사주지는 않지만 미술용품 같은 소모품 같은 경우에는 필요하다면 잘 사주게 된다. 정리가 잘 되지 않으면 집에 없는 줄 알고 샀는데 나중에 같은 것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우리 집 같은 경우에는 아이가 5살쯤 색종이 접기에 푹 빠졌는데 한동안 색종이를 많이 접다가 시시해졌는지 별로 안 접게 되었다.
그러다 1년쯤 뒤 유치원에서 색종이 접기를 하자 다시 색종이 접기를 집에서 하고 싶었나 보다.
색종이를 달라고 하는데 어디 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대충 찾아봐도 눈에 보이지 않아서 다이소에 가서 새로 사 주었다.
몇 달 뒤에 한 뭉치의 색종이가 나왔고 그때는 이미 아이가 색종이 접기를 그만둔 뒤였다.
나중을 위해 잘 정리해 두었다.
이렇게 중복으로 사서 보관하게 되는 물건이 많아지면 수납용품을 사야 하고 공간을 많이 차지하게 된다.
가진 물건이 적으면 정리하기가 쉬워진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 어디에 얼마큼 있는지 빨리 파악되기 때문에 정리가 쉬워진다.
정리가 잘 되어있다면 있는 것들을 모두 다 사용하고 나서 추가로 구매하게 된다.
중복해서 물건을 사는 일도 없고 보관하는 물건이 많지 않으니 수납공간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
결과적으로 작은집에서도 충분히 잘 살 수 있는 것이다.
미니멀라이프를 하면 의식주에 필요한 비용이 줄어들고 취미생활이나 여가생활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 수 있게 된다. 또는 절약된 돈을 저축하거나 재테크를 하여 돈이 돈을 버는 구조로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