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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ow김정숙 Jul 08. 2024

순진한 추억

석유를 먹고 살아난 이야기

석유를 맛보셨나요?

우리 집 뒤에는 마을을 연결하는 큰길이 있었다.

우리 집과 친척집은 큰길과 맛 닿아서 나란히 있었다. 

두 집 사이에는 낮은 담이 있었다.

몸이 날렵한 아이들은 담을 넘기도 했다.

두 집의 대문은 서로 반대편에 있었기 때문에 빙 돌아가는 것보다 담을 넘어다보며 소통하는 것이 편했다.

두 집은 음식을 나누거나 소식을 전할 때도 담을 통해 소리치면 되는 가까운 친척이면서 이웃사촌이었다.     


5학년 여름방학으로 기억한다.

우리 집에는 할머니와 나만 있었다.

할머니와 있다가 적적하여 밖으로 나왔다.  

습관대로 무심코 담을 넘어다 보았다.

친척 할머니께서 석유가 담긴 20리터 파란색 통을 앞에 놓고 작은 소주병에 담는 일을 시도하고 계셨다. 

호스를 연결하여 큰 통에서 작은 병으로 옮기는 일이었는데 할머니는 그것을 하면서 진땀을 흘리고 계셨다. 


호기심으로 바라보다가 담을 넘었다. 잔다르크 나가신다.

나는 “할머니 제가 해드릴게요.”라고 말하며 할머니 손에 들려있는 호스를 잡아당겼다.

그리고 연결 호스를 한쪽은 큰 통에 다른 한쪽은 작은 병에 연결했다.

어른들이 한 것을 보았기에 할머니보다는 잘할 수 있겠다는 자만심이 발동한 것이다.

그때는 석유를 큰 통에서 작은 병으로 옮기는 원리는 몰랐다. 

호스가 연결된 병입구를 입으로 막고 힘껏 빨아들이니 큰 통에 있던 석유가 작은 병으로 들어갔다. “성공이다!”라고 말하며 어깨를 치켜올렸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석유가 병의 3분의 2쯤 채워지더니 그만 멈추고 만 것이었다.

나는 다시 한번 병입구를 입으로 막고 전보다 더 힘껏 빨았다.   

   

그 순간 목구멍을 타고 꿀꺽 삼켜지는 것은 석유였다.

아뿔싸! “어! 웩~~~~”

나는 정신을 잃을 뻔했다.

‘나는 이제 죽게 되었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목구멍에 손을 넣고 토해버리려고 했다. 

그런데 내 몸속으로 들어간 석유는 나오지 않았다.

나는 이성을 잃고 말았다.

친척 할머니의 등을 마구 때리며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할머니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할머니가 그 일을 잘했으면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고 생각하며 할머니를 원망했다. 

할머니가 도와달라고 한 것도 아닌데 나는 죽음의 공포를 할머니께 전가시켰다.

“할머니는 그것도 못해 가지고~”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할머니는 나의 태도에 놀라서 안절부절못하다가 칫솔을 가지고 와서 양치질을 하도록 했다.

응급조치는 그것이 전부였다.     


나는 마당을 미친 소처럼 뛰어다니며 소리쳤다.

“동네 사람들~ 나 좀 살려줘요~~~. 나 죽으면 어짤라요. 나 죽으면 어짤라요”

눈물도 나지 않았다. 나는 죽고 싶지 않았다.

나는 이웃집을 넘겨다 본 잘못을 뉘우쳤다.

할머니를 무시하고 내가 한 것을 후회했다.

나는 아직 죽음이라는 것을 생각해보지 않았고 이렇게 죽는 것은 상상도 해본 적이 없었기에 억울했다.


마당을 빙빙 돌며 죽기 전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를 상상했다.

양치기 소년의 “늑대가 나타났어요~, 살려주세요!”라는 소리를 듣고 달려온 마을 사람들을 동화책에서 보았는데 우리 동네 사람들은 아무도 도와주러 오지 않았다.

한참 후에 지나가던 사람들이 나를 보고 무슨 일인지 물었다.

나의 애타는 소리를 듣고 잠시 걸음을 멈춘 것이 다였다. 

친척 할머니는 그들에게 자초지종을 말했다.

사람들은 “아이고, 안 됐구나! 말하며 어쩔 수 없다는 듯 가버렸다.

나는 사람들을 붙잡으며 “나 죽으면 어쩌려고 그래요?”라며 소리를 쳤다.


사람들이 야속하고 매정했다.

한 사람이, 우주가 사라진다는 것에 별 반응을 보이지 않다니 너무너무 배신감이 느껴졌다.

나는 소리칠 힘조차 없이 기운이 빠진 상태에서 죽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곧 죽게 될 나의 인생을 서글퍼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나의 할머니가 떠올랐다.

말없이 집을 나가서 오지 않고 있는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을 생각하니 두려움도 느껴졌다.

혼날까 봐 걱정도 되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나는 석유를 먹으면 쥐약 먹은 쥐처럼 죽는 줄로 알았는데

나는 죽지 않았다. 그리고 담을 넘지 않고 빙 돌아서 대문을 통해 집으로 돌아왔다.

나의 할머니는 말없이 없어졌다 돌아온 나를 혼냈다. ‘남의 속도 모르고.’


나는 그제야 눈물이 났다.

내가 살아 돌아왔다는 생각에 감격의 눈물이 났다.

그리고 할머니 품에서 잘못했다고 하면서 엉엉 울었다.     

석유를 먹고 난 후유증은 심했다. 

위가 너무 아파서 한동안 숨을 쉬는 것도 힘들었다. 

입에서는 숨만 쉬면 석유 냄새가 났다.

내가 입을 벌려 말을 하면 불이 나올 것만 같았다.

기침을 하면 석유가스가 나왔고 트림은 쉬지 않고 가스를 뿜어냈다.

위는 아팠고 입맛이 없어서 먹을 수가 없었다.

일주일 정도를 심한 고통을 느꼈던 것 같다.     

그리고 동네 사람들 사이에는 나의 소문이 쫘악 퍼졌다.

사람들은 나를 보면 “나 죽으면 어짤라요!?”라는 놀림이 섞인 한 마디를 했다.

어른들은 석유를 기생충을 죽이려고 일부러 먹기도 했다며 나를 위로하는 어른도 있었다.     

학교에 갔다. 후유증이 심해서 기운이 없는 상태였다.

나의 선생님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겠다고 하셨다.

우리는 귀를 쫑긋하고 집중했다.

“어떤 아이가 살았는데 그 아이는 실수로 석유를 한 모금 먹었단다. 

그리고 자신이 죽게 된 줄로 알고 ‘나 죽으면 어짤라요’라고 소리 소리치며 동네 사람들을 불렀단다. 그런데 그 아이는 죽지 않고 살았단다. 그 아이는 자기가 무슨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나 봐. 자기가 죽고 없으면 동네 사람들이 살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단다. 

자존감이 무척 센 아이였단다.” 

선생님은 나의 석유 먹은 일을 이야기로 만들어 나를 놀렸다. 

아이들은 어떤 아이가 석유를 먹었다고 하니 모두 안타까워했고 죽지 않았다고 하니 다행이라고 안심했다.    

  

나는 선생님과 눈이 마주쳤다.

쥐구멍을 찾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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