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치료제다
상담을 하면서 글쓰기를 소개하다
오늘은 쉼터에서 학교밖, 가정밖 우울증을 앓고 있는 청소년을 만났다. 마스크를 쓰고 차가운 눈빛으로 쏘아본다. 대화를 시작하기 전 청소년의 기분을 물으니 괜찮다고 한다. 괜찮다는 말과 다르게 눈빛은 차갑기만 하다.
잠시 침묵이 흐른다. 상담을 이어가는 것이 힘들게 느껴지고 나는 오늘은 그냥 가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잠시 후 간절한 눈빛으로 청소년이 입을 열었다. 울고 싶다고, 자신의 말을 아무도 들어줄 사람이 없다고 한다. 그리고 선생님 밖에는 아무에게도 마음을 열 수가 없다고 한다.
나는 물었다. 어떤 마음이 너를 힘들게 하는지 울고싶게 하는지 들려달라고 했다. 청소년은 집에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울고 싶다고 했다. 쉼터에서의 삶이 힘들다고 호소했다. 모든 것이 귀찮고 보기 싫고 힘들다고 했다.
청소년의 힘든 마음이 눈가에 머문다. 내 눈도 슬퍼진다. '너의 마음이 얼마나 간절한지 알겠다'고 말했다. 말은 그렇게 해도 청소년은 자신이 집으로 갈 수 없는 이유를 알고 있다.
그럼에도 마음만은 힘들다는 말을 누군가가 알아주길 바랬다.
말을 하고 싶었다고, 그래서 아무 말도 못했다고 한다.
그 마음을 알아주니 굳어진 표정과 마스크가 벗겨진다.
힘들 때 할 수 있는 대안 방법을 찾아본다.
기도나 명상하기, 천천히 걸어보기, 그리고 글쓰기를 대안으로 합의했다.
나의 글쓰기가 좋은 본으로 소개된다. 브런치스토리를 열어서 내 글의 제목을 읽어보며 그 아이의 호기심을 읽는다. 자신이 날마다 일기를 쓴다고 하니 같은 맥락이라고 말해주고 '넌 이미 좋은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고. 잘 하고 있다'고 알아주었다.
마음을 쏟아내고 객관화되는 시간을 만나면 힘듦이 낮아진다는 경험을 자신 있게 말한다.
우리 청소년은 얼굴이 밝아졌다. 그리고 울고 싶을 때 글(일기)을 써보겠다고 약속한다.
나의 산 경험이 설득력이 된다. 오늘은 그 아프고 외로운 마음에 좋은 치료제가 처방되었다.
나도 오늘은 이 글로 나의 과제를 하게 되니 기쁨이 된다. 감사함이 넘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