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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ow김정숙 Oct 14. 2024

국화꽃과 민들레

가을이 되면 생각납니다.

이 글은 16년 전에 쓴 글입니다. 연재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서랍에서 가져왔습니다.



어느 해, 10월에는 국화를 가지고 싶었습니다. 

노랗거나 짙은 자주색의 국화 화분을 가지고 싶다고 중얼대곤 했습니다.      

그런 어느 날 소박한 소원이 이루어졌습니다. 지인으로부터 국화 화분을 선물 받았습니다. 

짙은 자주색 꽃이 수백 송이 피어있는 화분이었습니다. 소원을 이루고 기뻐하는 어린아이처럼 행복했습니다. 그 향은 집안을 채우고 웃음이 피어나게 했습니다.      

한 달쯤 지난 십일월 하룻날 국화가 시들어 갑니다. 아쉬움에 눈물이 날 것만 같은데 ...



문득 6년 전에 돌아가신 시아버님이 마음속에 들어옵니다.

' 아~ 이거였구나!' 그토록 국화꽃을 한 맺히듯 품고 싶었는지 그 이유를 찾았습니다.     

그래서 가을의 문턱에 서면 국화꽃이 시아버지와 함께 그리워지나 봅니다.     

봄에는 민들레가 눈에 밟힙니다. 

보도블록 사이를 뚫고 힘자랑하듯 태어난 민들레, 전봇대 옆에서 키자랑하려는 듯 서있는 가녀린 민들레, 담벼락에서 옹기종기 모여 앉아 옛 이야기하는 민들레, 

들판에서는 땅따먹기에 여념이 없이 넓게 옷자락을 편 민들레들. 

하얗고 노란 민들레는 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시아버님은 간암 판정을 받고 1년 정도를 투병하시다가 돌아가셨습니다. 

병원에서 6개월 정도를 항암치료를 받으시다가 퇴원하여 집에서 투병을 하고 계셨는데 

우리 자식들은 귀를 열어놓고 여러 가지 특효약들을 찾았습니다. 

그때 나는 민들레를 캐러 다녔습니다. 민들레는 내 마지막 효도의 처방전이었습니다. 

물론 민들레가 특효약이라고 할 과학적, 의학적 근거는 없었지만, 민간요법으로 항암에 좋다는 정보를 얻어듣고는 틈이 나면 민들레를 찾아다녔습니다. 민들레즙을 해 드리면서 암세포가 기적같이 사라져 주기를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민들레가 보이면 걸음을 멈추고 민들레를 캤습니다. 시골길을 운전할 때는 민들레를 찾기 위해 눈을 부릅뜨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님은 돌아가셨습니다. 

그 후 다시는 민들레를 캐지 않았습니다.

다만 민들레를  노란 꽃 보약으로 마음속에 새겼습니다. 

민들레는 사시사철 살아있습니다. 어떤 곳에서는 겨울에도 꽃을 피웁니다.

생명력이 아주 강력합니다. 멀리멀리 날아가서 수백 개의 생명으로 피어나는 꽃입니다. 

생명을 살리기 위해 멀리멀리 여행을 하는 듯합니다.     

추억을 꺼내 들고 산책을 합니다. 

민들레 꽃이 시절 없이 피어 내 눈 속으로 들어오면 노란 국화꽃다발도 빙그레 미소 짓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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