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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직장인J씨 Apr 08. 2024

나누기에는 작고 사소한 나의 마음

사소한 것들을 위한 책



"회사 사정이 어려워. 이해 좀 해줘."


내 두 귀를 의심했다. 월급이 밀린다고 한다. 농담인가? 다시 되묻고 싶었는데 팀장님 표정을 보고 말을 삼켰다. 월급날에 월급이 안 들어온다. 5년 동안 회사를 다니면서 처음 있는 일이다. 팬데믹 여파가 아직도 끝나지 않은 건가. 치솟는 물가에 어질어질했지만 경기 불황을 이렇게 지격탄을 맞게 될 줄은 몰랐다. 거리 두기와 모임 금지는 해제되어 어느 정도 일상은 찾았는데 얼어붙은 경제에는 언제 봄이 올련지. 


'아, 진짜 당장 어떡하냐.'


의미 없이 마우스 휠만 굴리다가 결국 펜과 수첩을 꺼내 들었다. 월급이 들어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잽싸게 빠져나가는 보험비, 교통비, 통신비, 적금 기타 등등. 

그리고 기부금. 


'월 만원….'


지금 다니는 회사로 이직하면서 기부를 시작했다. 첫 회사보다 나은 연봉과 워라밸이 보장되는 곳이기에 열심히 다니자는 의미에서였다. 


'월 만원.'


8천 원 백반과 2천 원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딱 밥 한 끼와 커피 한잔이다. 뿌듯함과 의미가 더 컸던 금액이었는데 이제는 아쉽다. 고작 월 만원인데 여기서 멈춘다고한들 티가 날까. 

그래 고작 만원이다. 하지만 열심히 살았는데 왜 나는 더 초라해지고 고작 만원이 아쉬워졌을까. 못난 어른이 된 것 같다.


"기부해 봤자 의미가 없을 것 같아. 제대로 쓰이는지가 의문이야."

"초등학생 때 사랑의 열매 산 걸로 충분해."


구세군 냄비를 보며 혀를 차는 사람들이 늘었다. 백반집 텔레비전에 나오는 흔하디 흔한 후원 방송에 그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아프리카에서 아이들이 얼마나 많이 굶어 죽는지 궁금해하는 사람은 없다. 몇 년 전 뉴스에서 굵어죽은 탈북민과 얼어 죽은 외국인 노동자 부부 그리고 가난에 자살한 세 모녀 사건이 떠오른다.

난 의미 없이 반복해서 볼펜으로 기부금에 동그라미를 그렸다.



'저 사람들 다 사기래. 뒤에서 조폭들이 다 가져간대. '


'전부 다 그러지는 않을 거 아니야. 열명 중에 한 사람은 진짜 도움이 필요할 수 있잖아. 난 그 사람들을 위해서 용돈을 나눠주는 거야.'



몇 살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장소가 어디였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친구가 용돈을 노숙자에게 주었는지 모금함에 넣었는지도 가물가물하다. 하지만 단단한 눈빛과 밝았던 목소리는 또렷하게 떠오른다.


의미 없이 스쳐 지나가는 것들이 있다. 일상이 되어버린 인사, 매일같이 먹는 밥 한 끼, 별다른 뜻 없이 건네는 웃음, 몸에 배어버린 친절함. 그런 사소한 것들이 선택을 바꾸기도 한다.


허망하고 별 볼 일 없는 움직임일지라도 스스로는 안다. 그 선택을 하기까지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했고 그 선택을 함으로써 내게 얼마나 큰 의미를 가져다 줄지를 말이다.


난 그 선택에 대한 응원을 '이처럼 사소한 것들'에서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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