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꽃 위에 내린 얼음
아이가 농구선수로 성장하는 과정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아이의 꿈을 돕는 엄마의 기록입니다. 회사에서 프로젝트를 맡아 수행하듯이, 집에서는 프로 농구선수 만들기 프로젝트를 맡아 수행합니다.
(2026년 3월 6일의 일기)
밤새 눈이 내렸습니다. 햇살과 공기가 따뜻해지고 온도가 조금 오르면, 마음 한켠으로는 불안함이 조금 피어납니다. 3월 초, 어떨 때는 4월 초에도 눈이 내리기도 하니까요. 이번에도 그 불안함은 과녁을 맞췄습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건물의 정문에서 왼쪽으로 열 걸음만 나가면 겨울에도 햇볕이 따뜻한 양지바른 곳이 있습니다. 그곳에 심어놓은 매화는 벌써 꽃을 피웠어요. 이틀 전 반갑다고 인사했는데, 왠 날벼락인가 싶겠습니다.
매화 꽃 위에 눈이 얼음이 되어 내렸습니다. 희고 얇고 가녀린 꽃잎과 이제 막 꽃 피우려고 하는 꽃망울이 힘겹게 그 무게를 견디고 있었어요. 혹독한 겨울의 추위를 이겨내고 겨우 꽃을 피웠는데 갑자기 눈이라니. 이런 경우가 한두 번은 아니라서 매화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을까요.
아직 잎이 나지 않은 매화 가지와 가지 끝에 몇 송이 핀 매화꽃 위의 얼음을 보니 이런 풍경을 그린 옛 그림들이 떠오릅니다. 이런 풍경을 보고 옛 문인들은 시를 짓고 글을 쓰고, 화가들은 그림을 그렸나봅니다. 안쓰럽지만 아름다웠어요.
사람들 중에서도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다정할때는 봄날의 햇살처럼 한없이 다정하다가, 어느 날은 한겨울 서릿발처럼 날 서서 차가운 사람. 이 문장을 쓰는데 왜 사춘기인 아이가 떠오를까요.
사춘기 아이의 기분은 봄날씨처럼 널을 뜁니다. (호르몬이 덜 나오는지) 기분이 좋을 때는 장난치고 까불고 높은 톤으로 엄마를 불러대고 별 것 아닌것을 보며 웃어요. (호르몬이 폭발하는지) 어느 날은 표정도 사납고 말을 걸어도 반응이 없고 세상 무뚝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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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매화처럼 너의 사춘기를 견딘단다. 너의 그 널뛰는 듯한 반응이 사춘기여서 그렇다는 것을 이해해. 하지만 엄마도 사람이기에, 혹독한 겨울같은 너의 반응에 가끔은 상처를 받아. 너에게도 곧 갑작스러운 눈조차 내리지 않는 진정한 봄이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