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hms, Intermezzo Op.118 No.2
부제 : 사랑의 모든 이름으로 그대를 부르고 싶었습니다
내뱉지 못하는 사랑도 사랑이다.
입끝을 맴돌던 마음이 목구멍 아래로 침잠하고, 이윽고 심장에 걸려 얹힌다. 고할 수 없는 진심이 얼마나 잔인한지. 주지도 못할 마음이 얼마나 간절한지.
그런 불가해에 잠겨있는 당신께 드리고 싶은 노래.
브람스의 opus118 2번 간주곡이다.
짙고 무거운 포옹과도 같은 곡이다. 따뜻한, 그렇지만 나의 것이 아닌 품에 안겨있는 듯하다.
차라리 폭우라도 쏟아져내리면 좋으련만. 하늘은 애매하게 밝고 애매하게 흐릿하다. 굵은 빗방울 대신 이 곡이 심장으로 쏟아져 내린다. 하염없이. 그럴 때면 하릴 없이 서서 함뿍 젖고야 마는 것이다.
백견이 불여일문이니, 일단 들어보시기를.
추천 레코딩
실황 연주는 많은데, 의외로 정식 레코딩은 많지 않다. 유튜브를 통해 연주 실황 영상을 찾아보아도 좋고, 후술할 추천 레코딩을 들어보아도 좋다.
백건우 2011년 레코딩
담담하다. 그래서 더 애절하고 간절하다.
극적인 신파는 필요치 않다. 외려 감정을 애써 절제한 듯한 연주가 오히려 더 큰 감상을 불러일으킨다.
라두 루푸
보다 관조적이다. 타인의 이야기에 빗대어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만 같다.
아득해서 아름다운 레코딩.
+실은 손열음, 선우예권, 그리고 조성진이 연주한 버전을 가장 자주 들었다. 특히나 선우예권이 TV 예술무대에서 연주한 버전을 강력히 추천드린다.
감상 제안
대부분 6분 내외로 연주되는 곡이다. 그러니 우리 아주 잠시만, 솔직해져보자. 모든 방어기제를 내려두자.
어린아이가 된 것 처럼. 어떤 꾸밈도 숨김도 없이, 오롯한 감정만을 남긴 채로 감상해보시기를.
브람스와 클라라
브람스는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였던 슈만의 부인, 클라라 슈만에 대한 외사랑을 장장 43년간 이어나갔다. 클라라의 곁에서 독신으로 평생을 머무르며 그녀를 보필했던 그가 예순의 어느 날, 그녀에게 헌정했던 6곡의 인터메조 중 하나가 바로 Op.118, no.2이다.
클라라가 죽기 전 브람스와의 마지막 만남에서 그를 위해 연주한 곡이 바로 이 곡이라고 전해진다. 지순했던 그의 외사랑에 대한 답가였을까.
후에 그녀가 사망하자 브람스는 이렇게 적었다.
‘삶의 가장 아름다운 경험이자, 가장 위대한 가치였으며, 가장 고귀했던 의미를 잃었다’
브람스 인터메조 Op.118 no.2
브람스와 클라라의 이야기까지 더해지니 감상이 더 풍성해지지 않았는지.
43년의 외사랑을 담아낸 곡이라는 세간의 해석과는 다르게, 곡은 묵묵히 진행된다. 그 묵적한 잠잠함이 오히려 비애를 불러 일으킨다.
어떤 마음을 전하고 싶었을까.
우리는 영영 알 수 없으리라. 다만 그의 진심이 세기를 건너 우리에게 닿았음에 감사할 뿐이다.
차마 이르지 못한 사랑이 심장에 얹히는 초저녁이다.
함께 읽으면 좋을 책
독일인의 사랑
읽은 이는 극히 드문, 제목만 유명한 소설이다. 지금이야말로 이 책을 읽어볼 적시가 아닐까? 마침 브람스도 독일인이지 않은가.
지독히도 절절한 순애를 담고 있는 이 소설은 이 곡과 한 몸인 것처럼 잘 어우러진다. 마치 꼭 맞는 한 쌍의 퍼즐 조각처럼.
Brahs, I
ntermezzo Op.118 N
*한줄지식
Op.는 라틴어로 작품을 의미하는 opus의 축약어이다. 작품번호를 나타내며, ‘오푸스’라고 읽는다.
ej) Brahms, Intermezzo Op.118 No.2는 브람스 간주곡 작품번호 118-2
*추신
사랑의 모든 이름으로 그대를 부르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