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60대 남자 이야기(12)
"저 회사 관두려고요."
너무 갑작스러운 얘기라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갑자기 회사는 왜?"
아들은 차분하게 이유를 얘기했다.
"직무가 너무 경쟁력이 없는 것 같아서요. 제가 40대, 50대가 되더라도 저를 써줄 거라는 보장이 없어요."
내가 대기업을 다녔던 당시에는 결국 이과는 관리자가 되지 못하였고
그래서 아들에게도 이과 대신 문과에 가라고 강하게 얘기하였고 문과 중에서도 재경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 생각은 아들이 커서도 변함이 없었고 다행히도 아들은 대기업 재경직에 입사하게 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대기업 재경직에서 퇴사라니, 직무가 경쟁력이 없다니, 나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헛소리하지 마라. 그거보다 좋은 직무, 좋은 회사 찾기 힘들어."
"아뇨. 이미 마음 굳혔고 저는 전문직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제 주변 동기들도 같은 이유로 퇴사해요."
"사실 이미 회사 다니던 도중에 로스쿨 준비를 했고 합격한 상태예요."
로스쿨은 학비가 많이 들기로 유명했고 나는 로스쿨 학비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그러나 여기서 학비 문제로 안 된다고 하면 나는 아들의 앞길을 막는 무능한 아버지가 될 것만 같았다.
"학비는 어떻게 할 생각이냐?"
나는 모르는 척 물었다.
"제가 벌어놓은 돈에 조금만 도와주시면 학비는 괜찮을 것 같아요."
다행히도 아들은 대기업에 다니는 동안 돈을 차곡차곡 모아 두었고 이는 로스쿨 학비를 충당하기에 충분했다.
더 이상 반대할 사유가 없었고 아들의 의지는 굳건했다.
아들은 회사를 관두고 로스쿨에 입학하였고 시간은 지나 변호사 시험을 앞둔 로스쿨 3학년이 되었다.
여기서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