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26일의 시.
여기에서 멈춰야 하는 것을 알지만
제발 그래 주길 바라지만
언제나 나는 무엇에게 지고 맙니다.
깊은 웅덩이에 빠집니다.
어쩌면 스스로 걸어 들어간 걸지도 모릅니다.
그 깊은 웅덩이는
어쩐지 달콤하기도
어쩐지 씁쓸하기도
그러다 아무 맛도 나지 않고
그렇게 맛을 느끼지 못하고
갑자기 너무나도 복잡한 맛이 나고
도무지 알 수 없게 됩니다.
알 수 없는 무엇을 찾고 싶다가도
아무래도 좋아 내려놓게 되고
서성이며 방황하다 끝내 제자리에 멈춰
울먹이며 누군가를 기다립니다.
누군가가 오길 기다립니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봐도 한줄기 빛 들어오지 않는
어둠만이 가득 나를 채우고
나는 그 속에서 속절없는 두려움에 떱니다.
까마득한 어둠 속 하얀 눈송이가 되어 위태롭게 흩날립니다.
어쩌면 탁한 회색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나는 다시 깨닫습니다.
평평했던 발밑이 갑자기 깊이 꺼지고
나는 깊은 웅덩이 속입니다.
그 순간 숨을 쉬는 법을 잊어버리고
안타까운 물거품을 내뱉으며 더욱 깊고 깊은 곳으로 가라앉습니다.
괴로움에 목을 움켜쥐고 숨을 쉬려 하지만
뿌연 물거품만이 눈앞 아른거리고
흐려지는 건 도대체 무엇일까요.
마지막 물거품을 내뱉었을 때
주변은 갑자기 환해지고
온몸이 푹 젖은 나는 그렇게 덩그러니 서있습니다.
들이닥치는 시리듯 차디찬 떨리는 몸
바람에 흔들리는 사시나무의 몸짓
고개를 들 수 없어 부끄러움에 익어가는
차게 식어가는 몸
터질 듯 달아오르는 얼굴
그냥 이대로 터지거나 사라지거나
흔적은 어쩌면 얼룩과 같아
나는 아무것도 없는 하얀 백지가 좋습니다.
텁텁하게 메마르는 갈증에
나의 발걸음은 다시
깊은 웅덩이를 향해 내딛고 불안한 눈동자
길을 잃어 방황하는 한 소녀.
멈출 수 없어 내딛는 발걸음.
무겁고 축축하고 어둡고 깊숙한
무게가 담겨 짙은 발자국을 남깁니다.
어느새 사라진 소녀가 남긴
질척이는 그림자의 발자국을 따라 걸어갑니다.
그 위로 다시 눈보라가 몰아칩니다.
어쩌면 투명하고 어쩌면 희고
어쩌면 탁하고 어쩌면 칠흑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