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Leave
-니체의 나라 독일에서 어부지리로 내 본질 찾은 이야기-
나는 독일에 머물며, 다른 도시에 있는 스타트업 회사와 리모트로 일하던 UX/UI 디자이너였다.
한국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던 시절 하루 반나절 이상 걸리는 통근과 말도 안되는 인간관계가 너무 힘들었었고, 지쳤었다.
독일에서 새로운 길을 찾을 땐 출근 없는 삶을 목표로 했었고, 많은 시도 끝에 운 좋게도 대략 수백km 떨어진 도시에 리모트 포지션을 얻게 되었다. 그 순간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고, 마침내 통근과 정치질 없는 자유로운 일상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았다.
매일 아침 9시 30분에 스탠드업 미팅이 있어서, 대략 9시쯤 일어나 간단히 씻고 커피 한 잔을 준비한 후, 전날 했던 작업을 훑어보며 미팅에서 논의할 사항을 정리하곤 했다. 이후엔 주어진 업무를 수행하고, 점심시간이 되면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그날 미팅이 있으면 참여하고, 이어서 남은 일을 처리하면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단순하지만 안정된 루틴이었다.
함께 일하던 동료들은 각기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졌지만, 모두 따뜻함을 품고 있었다. 우리는 자유롭게 서로의 의견을 나눴고, 수직적인 구조에 얽매이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배려하고 협력하는 분위기가 있었고, 나는 그 유연하면서도 따뜻한 팀 문화가 무척 마음에 들었었다.
시간관리 또한 유연했다. 가끔 병원에 다녀오거나 중요한 약속이 있을 때면, 슬랙에 메시지를 남기고 다녀온 후 빠진 시간을 보충하면 그만이었다. 그 덕에 개인적인 시간과 업무의 균형을 훨씬 더 자유롭게 맞출 수 있었다.
휴가는 길게는 3주까지 한번에 쓸 수 있었고, 회사의 중요한 일만 없다면 아무도 나의 결정을 방해하지 않았다. 이런 자율성 속에서 나는 내가 맡은 역할과 주어진 업무에 집중할 수 있었고, 조금씩 나만의 삶의 리듬을 만들어 나갔다.
물론, 어느 회사나 그렇듯이 완벽하진 않았었다. 크고 작은 불만도 있었고 모든 것이 항상 매끄럽게 돌아가는 건 아니었지만, 전반적으로는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일할 수 있었고, 그로 인해 얻는 성취감과 자유로움은 나에게 큰 동기부여가 되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였을까. 무언가가 서서히 변하며 균열과 틈을 만들고 있었다.
처음엔 일반적인 변화들이었지만, 그것들은 곧 내 일상의 흐름을 뒤흔들기 시작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