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돌아가는 길, 달과 전구

by 강민경


집으로 돌아가는 길, 어느 한 곳도 깜깜하지 않다. 밤이지만 빛을 피할 곳은 겨우 한 두 군데 정도. 맥락 없이 이어지는 생각의 도돌이에 사로잡혀 걷다가 삶이 부끄러워 나도 모르게 깜깜한 곳을 찾았다. 모든 시선이 차단되어 있는 곳, 실제로는 무서워 걸음도 옮기지 않을 테지만 선망하는 달의 빛을 피할 수 있다는 안정을 위해 깜깜한 장소를 찾아본다. 무심코 위를 쳐다보니 보여야 할 달이 없다. 어제까지만 해도 나무 사이로 숨겨지지 않던 달인데. 핸드폰을 들어 나무를 찍는다. 달은 없어도 가을이 있어서. 달빛이 없어 기대했던 사진엔 어딘가에서 흘러들어온 빛이 새어있다. 어두컴컴한 하늘에 뜬 뽀얀 달이 예뻐 찍으려고 해도 어디선가 새어 들어와 어둠을 방해하던 빛이다. 오늘은 달빛도 없는데 찍혀있네, 늘 달만큼이나 동그랗게 빛을 발하던 가로등 전구가 정갈하게 줄 서 있다. 삶에 지쳐 아픈 고개를 뒤로 쭉 밀어 본다. 달은 없고 전구는 그 자리에 가만히 서있고 내 고개만 곡선을 그리며 움직인다. 고개를 따라오던 달빛이 없어 마음을 펴보는데, 직사광선처럼 쏘는 전구의 빛이 마침 마음을 관통한다. 이제 전구는 무의식 속에서 당연한 존재가 되었고, 없는 달빛에 서운하기도 전에 전구는 내 지지부진한 현실을 향해 빛을 쏜다. 나는 피할 곳이 없어 다시 걸음을 옮겨 집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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