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싹 마른 은행잎

by 강민경

은행잎이 소낙비처럼 내리면 마음도 우수수 떨어진다. 물 먹은 노란 잎은 가볍지 않게 바람을 타고 흘러내린다. 꽤나 시간 걸려 바닥에 앉은 은행잎은 수없이 밟히며 자신이 가진 모든 눈물을 일으킨다. 눈물은 일으킨 힘으로 차고 올라 자신을 밟은 이의 발자국을 기억한다. 따뜻함을 가진 노랑과는 달리 발자국은 그림자의 회빛과 온 세상의 먼지 잿빛과 섞여 짙은 어둠이다. 가을바람은 여름의 습기를 바싹 말리며 겨울을 준비한다. 찬바람은 틀림없이 불어오고, 짙은 녹색의 푸르름은 증발되어 구름이 된다. 구름 아래 자신의 눈물을 다 토해낸 은행잎은 빛을 잃어가다가 바싹 말라 베이지색 빛의 마른 노랑빛이 된다. 눈물 없는 몸뚱이는 결국 발자국을 기억하지 못할 가루로 갈리고, 고운 가루는 바람에 날려 하늘로 오른다. 그곳에서 은행잎은 자신의 눈물을 다시 만나고 다음을 기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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