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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인이라면 공감할 만한 문장 #1

by 강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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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공포를 부수어버리겠다는 듯이 발뒤꿈치를 물 표면에 내리치면 물살이 얼굴에 잔뜩 튄다. 평생 가져온, 물의 무서움을 이겨내고자 했던 굳은 다짐에 비해서는 꽤나 볼품없는 몸짓이다. 이 물장구가 앞으로 이어져가는 수영을 띄우기 위한 중요한 부력이었음을, 연차를 가진 수영인이 되고서야 알았다. 물에 들어갈 때마다 우리의 삶은 별 것없는 몸짓에 깨지기도 하고, 정신이 말짱해지기도 하고, 맑은 호흡으로 살아낼 힘을 얻는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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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속에서 살기 위해 팔과 발 움직임을 연구하는 일, 물 속에서 물 밖으로 내뱉어지는 숨과 피부로 느껴지는 물의 흐름, 그것의 시적 서사, 무언가를 좋아하기 위한 꾸준한 노력(예를 들어 수영복 쇼핑, 수영 유튜브 영상 돌려보기), 마침내 숨트임이 주는 깨우침, 수영을 다니며 알게된 인간의 민낯을 얘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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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파동과 심장이 두근거리는 속도가 비슷해졌을 때, 발을 차고 팔을 내젓는 순간 물의 저항을 비껴가며 웨이브를 탈 때, 이 모든 몸의 놀림이 음악처럼 들릴 때, 수영에 푹푹 빠졌다. 한 번 느끼고 나면 절대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고, 그 느낌을 다시 한번, 또 다시 한번 몸에 익히려고 물에 계속해서 뛰어들고야 만다. 반복된 리듬은 몸에 기억되고, 잊히지 않는 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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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을 배우는 초반에는 숨을 들이켜는 만큼 내쉬고, 내쉰 만큼 들이켜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받으면 받은 만큼 내뱉어야 한다는 삶의 고정관념도 깨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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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근육을 늘이고 또 줄이면서 산다. 삶에 쓰는 근육도, 몸의 근육도 어찌나 예민한지 운동을 하지 않으면 금세 늘어진다. 그래서 나는 숨을 컨트롤하며, 백조가 수면 아래에서 발을 놀리는 것처럼 물을 잘게잘게 차고, 팔을 젓는다. 그러면 나는 삶에 빠져 죽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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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은 지극히 개인적인 운동이다. 강사님과 주변인들을 통해 앞으로 나가는 스킬을 얻을 수는 있어도, 결국 개인이 소화해서 어려움을 극복해야 하는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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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을 하기 위한 이 복잡하고 성가신 과정이 삶을 깨우고, 먼지 같은 감정을 쓸고 닦고, 일상을 정리합니다...(중략)...귀찮은 과정을 굳이 내 돈과 내 시간을 들여 꾸준히 한다는 것, 단면적으로는 인생에 쓸모없어 보이는 과정이 삶을 건강하게 지속시키는 힘이 되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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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수영을 다시 시작하면 내 몸은 귀찮음을 마비시키고, 관성적으로 '수영 너무 좋아'라는 생각으로 물든다. '좋아'라는 마음이 몸에 물든다는 것은 에너지로 싱그러워지는 일이다. 그리고 나는 그것이 매우 좋은 느낌이라고 여긴다. 놓치고 싶지 않은 좋은 느낌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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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흐름에 따라 삶의 영감을 발견하며 정신적인 건강까지 얻은 작가의 수영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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