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 trainer Nov 12. 2024

가을 단상

                                                  1

누군가의 표현처럼 '추억은 참 훌륭한 편집자'하다. 잠 못 이루며 아파했던 지난날들을 감싸 안아 그립게 하는. 이 가을 나로 인해 상처받은 이들에게 추억 편집자가 찾아가 그들의 마음을 쓰다듬고 보듬어 주길 기도한다. 조용히 고개 숙이며 그들의 행복을 빈다. 

어느덧 반환점을 돌아 짧아지는 해 길이처럼 짧아지는 나의 생. 이제 더욱 겸허히 자신을 다듬어 만나는 이들에게 유익을 끼치며 살아야 한다. 해야 할 것, 맺어야 할 것이 많아진 가을... 부지런히 움직여 살아야 할 삶이다.        



                                                  2

머리가 복잡하고 생각이 정리되지 않을 땐 시장에 가 삶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 모습을 보면 맑아지곤 했다. 그런데 이번엔 좀처럼 비워지지 않아서 공원묘지 무덤들 앞에 섰다. 잘 알지 못하면서 남의 말을 옮겨 나르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두고 예민해진 자신, 수많은 사연을 뒤로하고 이곳에 묻힌 선배들은 이런 것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후배인 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그들이 오래도록 있는 내게 죽음 앞에선 모든 것이 티끌 같은 것이니 몸과 맘을 비워내며 살라고 살며시 말을 건넨다. 벌어지는 일들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귀한 시간과 에너지를 자신의 성숙을 위해 써야 하리. 산다는 건 그만큼 죽음에 다가서는 것, 남은 생을 잘 살기 위해서라도 죽음을 의식하며 살아야 한다. 어떻게 해야 낯설게 느껴지는 죽음을 삶 속에 인식하는 습관을 가질까? 가을이 무겁고도 어려운 숙제를 내게 안겼다.        



                                                 3

어느새 가을이 나무에 몇 조각 이파리만 남긴 채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 떠나려는 그가 멋지게 느껴지는 건 무슨 까닭일까? 공원묘지에 다녀온 후 나를 감싸는 주제는 죽음이었다. 아픈 곳 없이 건강한데도 왠지 그 생각들로 가득 차 떠나질 않았다. 하여 성숙의 기회로 삼아 죽음에 관한 책들을 다시 읽으며 쉬는 날마다 그곳에 가 묵상하다 왔다. 추억 만들기 참 좋은 가을, 죽음에 집착(?)하는 나를 보며 H는 이상해졌다고 했지만 난 내 삶에 들어와 있는 죽음을 인식하는 습관을 얻으려는 절실한 심정이었다. 

삶에 죽음이 있음을 자연스레 습관으로 인식하는 것, 이것은 남은 생을 가치 있게 사느냐 못 사느냐 하는 중요한 문제이다. 그것을 습관으로 가질 때 시간과 에너지를 불필요한 곳에 허비하지 않고 써야 될 곳에 집중함으로 삶을 오롯이 내 것으로 살게 된다. 다닌 지 한 달, 아직 성과는 없지만 계속 다니며 습관화하려 한다. 꼭 교훈을 얻어 훗날 나를 성장시킨 고마운 ○○년 가을이었다며 웃을  수 있도록.   
 












                    


     
    

작가의 이전글 따스한 햇살에 선선한 바람 부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