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6권의 독서요약
Peeping입니다.
올해가 다 가지도 않았지만 독서결산을 해볼까해요. 올해 4월경 처음으로 브런치스토리를 시작했습니다. 송정이라는 소설을 쓰고 싶었고 부족하게나마 완결을 냈답니다. 하지만 송정을 쓰고 좋은 소설을 많이 읽어서일까요. 제가 쓴 글이 문득 창피해서 내리게 되었네요. 마찬가지의 이유로 나를 둘러싼 모두에게, 방화, 군대이야기, 못난 아들, 나의 선인장에게 등 쓰고 싶은 이야기들을 시작만 하고 끝을 보지 못했답니다. 그래서 그런지 작가의 서랍에는 저장된 글과 발행취소 글만 쌓였네요. 올해는 송정을 제외하면 시도에 그쳤지만 12월부터는 좀 더 글에 집중해볼까 합니다. 마침 좋은 책들도 많이 읽었으니 전보다 나아질 거라는 기대도 드네요.
그럼에도 독서리뷰는 제 나름 꾸준히 올렸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이 작업도 하다보면 시간을 많이 잡아먹어서 그런지, 직장을 다니며 꾸준히 쓰지는 못했답니다. 책을 읽는 일은 즐거운데 그것에 대한 감상과 관련된 글을 쓰자니 왜 그리 어려운지.. 하필 제가 사족을 즐겨달아서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한답니다. 올해 11권의 책리뷰를 했지만, 도저히 세세한 책리뷰가 독서량을 따라잡을 수 없을 것으로 보여 이렇게 독서결산 겸 짧게 책 소개를 할 까 합니다.
오늘을 기준으로 올해 저는 46권의 책을 읽었답니다.
이전에 소개한
엔도 슈사쿠의 침묵
양귀자의 모순
조예은의 적산가옥의 유령
오가와 요코의 은밀한 결정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목정원의 모국어는 차라리 침묵
해즐릿의 혐오의 즐거움에 관하여
프랑스아주 사강의 책들(6권)
희정의 뒷자리
카프카의 변신
최진영의 구의증명
까지 16권을 제외한
나머지 30권의 책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져볼게요.
글의 순서는 읽은 순서와는 무관합니다.
1.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 / ★★★★★
제가 가장 좋아하는 책입니다. 새해가 되면 꼭 한번씩 읽어보는 것 같아요. 좋아하는 문장들이 참 많은데 그 중 아래의 문장을 가장 좋아한답니다.
가장 중요한건 눈에 보이지 않아.
어린왕자는 다양한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겠지만 저는 이 책을 길들임에서 비롯된 책임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하고 싶네요.
2. 김완의 죽은 자의 집 청소 / ★★
이 책은 홀로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의 집을 마지막으로 정리하는 특수청소부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일부 리뷰에서는 미사어구가 많다고 지적하지만, 저는 그 표현들이 오히려 장면을 더 생생하게 그려내 준다고 느꼈습니다. 특히 자살 직전까지도 분리수거를 했던 한 사람의 이야기가 깊이 마음에 남네요.
3. 신형철의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 ★★★★
가장 리뷰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책입니다. 아름다운 문장들이 너무나 많아요. 다른 사람의 슬픔에 공감하기 위해서 우리는 슬픔을 공부할 필요가 있다고 합니다.뭐랄까 저는 감성이 담긴 평론가들의 책을 좋아한답니다. 차가우면서도 따뜻하거든요. 더욱이 이 책을 통해 좋은 시와 좋은 책들을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4. 양귀자의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 ★★★
양귀자의 소설은 모순과 이 책 두권밖에 읽지 못했지만 여자 주인공들의 성격이 참으로 시원시원하다고 느꼈습니다. 두 책 모두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할 지에 대한 양귀자 나름의 해답을 내놓는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삶이란 신(神)이 인간에게 내린 절망의 텍스트다.
5. 밀러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
출간되고 바로 읽었고 최근 한번 더 읽었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생각과 감정이 계속해서 변화하는 책이랄까요. 한 남자의 이야기면서도 미국의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제가 분류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를 마련해 준 책이기도 합니다.
6. 박태원, 이상의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 / ★★★
이 책을 보며 김승옥의 서울 1964년 겨울이 떠올랐습니다. 개인의 무력함, 냉담한 현실, 우울감 등.. 당대 사회의 현실히 고스란히 반영된 좋은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7. 목정원의 어느 미래에 당신이 없을 것이라고 / ★★★★
목정원의 사진산문입니다. 읽는 내내 행복했지만 글이 많이 없어서 아쉬울 따름이었죠. 다시 읽고 싶은 책이지만 책을 읽자마자 친구에게 선물해버려서 지금은 없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진이 확증하는 것은 그 숲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눈앞에 사물이 없더라도 정물화를 그릴 순 있지만 당신이 없었다면 이 사진이 남아있을리 없다.
8. 엔도 슈사쿠의 문학강의 / ★★★
그의 저서인 침묵을 먼저 읽고 다른 저서들을 찾아보다 발견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종교와 관련된 또 다른 문학뿐만 아니라 좋은 글쓰기 방식도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의도와 다르게 캐릭터가 흘러가는 대로 글을 쓸 것. 모든 것을 예측할 수는 없다'는 말이 떠오르네요.
9. 장인용의 사연 없는 단어는 없다 / ★★★
최근 언어학에 많은 관심이 생겼답니다. 어원 같은 것들을 아는 재미라고 할까.. 깊이 있는 책이지만 막상 지금 기억나는 단어가 없다는게 아쉽네요. 어원에 관심을 가지는 관점에서 하이데거의 글도 좋아한답니다.
10. 후지모토 소우의 건축이 태어나는 순간 / ★★★★
일본에서 나오는 건축 책들에는 나름의 깊이있는 철학이 많이 담겨있는 듯 합니다. 구마겐고의 점선면과 더불어 강하게 추천드립니다. '비완결성은 결함이 아닌 해석이 계속될 수 있는 여지'라는 표현이 인상깊네요.
또한 오독마저 해석의 일부라는 말도 인상 깊습니다. 이 책은 자신의 철학이 어떻게 건축으로 승계되는지 여실없이 보여줍니다.
11. 구병모의 아가미 / ★★★
착해빠진 곤과 츤데레 강하의 이야기입니다. 재미있어서 술술 읽었지만 막상 남는게 없는 느낌이랄까, 조금 아쉬웠습니다.
12. 라슬로의 사탄탱고 / ★★★★
황폐한 마을에서 이어지는 기묘하고 우울한 이야기입니다. 문장의 흡입력이 너무 좋아서 두꺼운 분량에도 빨리 읽었답니다. 절망과 환상, 그리고 다시 절망으로 가는 플롯에서 제목을 정말 잘 지었다고 생각이 들었답니다.
13.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 / ★★★★
오디세우스의 아들 텔레마코스가 나오는 1권에서 4권까지 고비였지만 그 후로 너무나 재미있었습니다. 짧게 요약하자면 길치 오디세우스의 좌충우돌 여행기랄까요. 호메로스 같은 이야기꾼이 주변에 있으면 좋겠네요.
사람은 대범해야 모든 게 잘 이루어지는 법이니까요.
14. 베르베르의 키메라의 땅 / ★
우당탕탕 그리고 정리.. 그리고 또 우당탕탕.. 개인적으로 빼어난 문장이 없었다고 느낍니다. 흡입력은 있지만 글이 아름답지 못하달까. 그리고 여자 주인공 알리스를 위한 누군가의 희생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부분도 이해가 안되었답니다. 그래서 2권 분량이지만 1권만 읽었습니다. 그것마저 벅찼고요..
15.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 ★★★★
가볍게 읽을 만한 좋은 책입니다. 사실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의 미수록 미발표 에세이인 점만으로도 살 이유가 되지 않을까요..?
16. 알퐁스 도데 작품선 / ★★★★★
알퐁스 도데의 '별'을 아시나요? 목동과 스테파네트 아가씨가 나오는 아름다운 글이죠.
낮은 인간과 동물들의 세상이지만 밤은 사물들의 세상입니다.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조금 무섭기도 하죠. 아가씨도 두려움으로 몸을 떨더니 조금만 소리가 나도 내게 몸을 바싹 붙여왔습니다.
별을 읽고 싶어서 샀는데 모든 작품들이 좋았답니다. 글이 너무나 따뜻하더군요. 따뜻한 동화 같은 책을 읽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드립니다.
17. 은동진의 여행자를 위한 도시 인문학 대구 / ★★
저는 지역에 관련된 책들을 좋아합니다. 이 책도 그런 관심에서 구매했고요. 대구에 대한 정보는 많이 담겨있지만 작가 본연의 어떠한 가공도 없는 단순한 정보로만 이루어진 책이어서 아쉬웠습니다. 꼭 책으로 나왔어야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그리고 제 기준 너무 비싼 듯 합니다.. 22,000원
18. 볼프강 쉬벨부쉬의 철도여행의 역사 / ★★★★
이 책은 다채로운 방식으로 철도의 발명이 어떤 변화를 만들었는지 내밀히 기술한답니다. 절판된 점이 너무나 아쉽네요.
여행 독서의 출현은 속도로 인한 외부 세계의 사라짐과 파노라마화의 결과가 아니라, 객차 안에서의 새로운 상황이 만들어낸 결과이다. 열차는 여행자들이 관통하여 지나쳐가는 풍경과의 관계를 방해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여행자 서로서로간의 관계 역시 방해한다. 18세기의 여행자들은 서로 활발한 관계를 맺는 여행자 사회를 이루고 있었는데, 이는 다시금 이 시기의 여행 소설의 소재가 되는 삽화를 제공해 주었다. 열차 객실에 있는 여행자들은 서로 어떤 대화를 시작할지를 전혀 알지 못한다. 독서는 그들에게 더 이상 나오지 않는 대화를 대체한다.
19. 임기택의 현상학과 건축이론 / ★★★
20. 샤르의 마르틴 하이데거 / ★★★
현상학과 건축이론은 임기택의 건축이론 시리즈 중 3권에 해당합니다. 실존주의 철학에 관심이 많았던지라 가끔 관련 내용을 찾아 읽게 되네요. 샤르의 마르틴 하이데거는 건축과 연관지어 하이데거를 설명합니다. 여기에 기술하기에는 내용이 너무 거창하니 다음으로 넘어가겠습니다.
21. 하태완의 우리의 낙원에서 만나자 / ★★
오랜만에 만나는 읽기 난처한 책이었습니다. 위로와 애정만이 난무한 책. 읽기 편한 글임은 자명합니다. 약해도 된다. 너의 예쁨을 참 너만 모른다. 내일이며 너에게 좋은 일이 생길거야. 등등.. 저는 희망만을 일변도하는 글에 약한가봅니다. 그럼에도 세상에 꼭 필요한 글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22. 불윙클의 헤드샷 / ★★
재미는 충분했지만, 읽다가 그만둔 책이라 별점을 주기엔 애매하네요. 목차 자체가 스포일러이니 미리 보지 않으시는 걸 추천드려요. 문단이 지나치게 잘게 쪼개져 있고, 시간의 변화가 빈번해 읽는 데 피로감이 있었습니다. 이야기의 전개는 빠르고 흥미로운데, 그만큼 제게 있어 몰입하기는 힘들었답니다.
23. 이영준의 기계비평 / ★★★★
제가 이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위에 소개한 철도여행의 역사를 좋아하는 이유와 비슷해요. 기계 혹은 사물이 바꾼 도시의 풍경들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것들에 대한 세밀한 관찰에서 나오는 풍부한 이야기들. 제가 다큐멘터리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24. 사카모토의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 ★★★★
제작년에 별세한 류이치 사카모토의 회고록입니다. 죽음에 대해서 여러 생각을 해보게 되었답니다.
25. 해즐릿의 영원히 살 것 같은 느낌에 관하여 / ★★★★
26. 해즐릿의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 / ★★★
해즐릿의 촌철살인을 볼 수 있는 책들입니다. 해즐릿이 궁금하신 분들은 제가 작성한 해즐릿에 관련한 포스트를 찾아보시면 좋을 듯 합니다.
격심한 고통 외에 모든 것이 부서지고 흩어지는데, 그 속에서 우리는 가끔 퍽 괜찮은 결심을 하기도 한다. 병상은 속세의 허영과 왕좌보다 더 우월한 자리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고통 중에 한 맹세는 대개 오래가지 않는다. 지나친 언행과 그로 인한 후회는 모두 자기중심적이며, 열렬한 후회일수록 더 빠르게 퇴색한다. 왜냐하면 현재의 감정에 사로잡힌 상태에서는 그 너머를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참.. 여러모로 다른 책에서는 들어보지 못한 뼈를 때리는 문장이죠.. 해즐릿의 책은 이런 글들로 가득 차 있답니다.
27. 야스나리의 설국 / ★★★★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참 아름다운 소설의 첫 문장입니다. 절제된 문장임에도 섬세한 정서가 너무나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주인공 시마무라가 창에 반사된 요코를 바라보는 모습이 눈에 아른거리네요.
28. 노발리스의 자이스의 제자들 / ★★★
노발리스는 푸른 꽃이 유명하다지만 저는 이 책을 먼저 읽었습니다. 정말 짧은 책이지만 읽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답니다.
자연을 파악하기 위해서 우리는 자연을 그 전체 연속 속에서 내적으로 생성되도록 해야만 해야지. 이러한 시도를 할 때 우리는 우리와 동등한 존재들에 대한 신성한 갈망과, 똑같은 존재들을 인지하는 데 필요한 조건에 의해 스스로 결정하도록 해야만 하는데, 왜냐하면 진실로 전체 자연은 오직 이성적인 존재의 동의의 도구이자 매개체로만 이해될 수 있기 때문이지.
문장이 좀 어렵죠.. 번역이 이상한건지, 제가 아직 한참 부족한건지,
29. 브링리의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 ★★★★
미술관을 좋아하는 저에게 보물 같은 책입니다. 한번쯤은 센트럴파크에 위치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가보고 싶었는데 미리 그곳을 체험한 느낌이네요. 책에 빠져들어 한편으로 메트로폴리탄을 돌아다니며 돈을 버는 브링리가 부럽다는 생각도 했답니다. 개정판에는 QR코드도 있어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고 하네요.
30. 한강의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 ★★★★
두고두고 읽는 시집입니다. 좋아하는 한 편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심장이라는 사물2
오늘은
목소리를 열지 않았습니다.
벽에 비친 희미한 빛
또는 그림자
그런 무엇이 되었다고 믿어져서요.
죽는다는 건
마침내 사물이 되는 기막힌 일
그게 왜 고통인 것인지
궁금했습니다.
마치 그녀의 저서인 채식주의자가 떠오르는 내용입니다. 시집을 샀던 이유는 시 한편쯤은 외우는 사람이 되고 싶었답니다. 빠르게 변해가는 요즘 변치 않는 몇 문장 정도는 머릿 속에 넣어두고 싶었달까요.
단지 책을 소개하는 데도 꽤 시간이 걸렸네요. 돌이켜보니 다양한 장르를 읽었음을 새삼 느끼네요.
12월에는
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
어빙 고프먼의 상호작용 의례,
그리고 시간이 남으면 워튼의 이선프롬을 읽고 싶네요.
이상 아주 주관적인 독서결산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