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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두 번째 소풍

어트렉션이 아닌 롯데월드 전체에 관하여

by 조형준 작가

우선 에버랜드와 롯데월드의 연간이용권을 구매한 이후에 가장 먼저 한 경험이면 어트렉션만 타는 게 아니라 마치 소풍처럼 롯데월드와 에버랜드를 자유롭게 즐기는 거였다. 나는 아동 학대에 이어 집단괴롭힘까지 초등학교 입학 때부터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당했기 때문에 수학여행을 가도 그리 좋은 기억으로 남지는 않았다. 그저 학생들의 괴롭힘만 가속화될 뿐이었다. 특히 숙소에서는 괴롭히는 학생들과 나밖에 없기 때문에 더 그랬다.

그렇게 롯데월드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니 예상보다 잘 꾸며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서 유럽 테마는 유럽의 한적한 시골에 있는 단독주택처럼 꾸며져 있었는데 이건 어트렉션를 타기 위한 통로임에도 작은 발코니 위 생화가 올려진 것을 보며 여러모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때부터 롯데월드를 단순한 놀이동산은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운 하나의 계기로 작용하게 되었다.

그리고 매직 아일랜드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캐슬도 자세히 보면 놀랄 지점이 많았다. 특히 성문에 그려져 있는 그림부터 유럽에 있는 캐슬을 그대로 갖고 갔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세밀하게 그려져 있었고 색이 바랜 느낌조차 없었다. 그 밖에도 성문에 있는 뾰족한 가시도 그대로 재현했다. 이런 것을 보면 고대의 캐슬을 그대로 롯데월드에 설치했다는 착각마저 할 정도였다.

물론 롯데월드에 온 이상 소풍으로 가볍게 왔지만 아예 어트렉션을 안 타볼 수가 없기 때문에 아트란티스는 탔다. 아트란티스는 사실상 롯데월드의 상징과 같은 어트렉션이니 말이다. 특히 탑승대기시간을 알리는 입간판 옆쪽에 있는 파란색 날개와 노란색 배로 이뤄진 새가 한 마리 앉아 있는데 아트란티스가 롤러코스터에 배를 결합시켰다는 점에서 아주 좋은 조형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바다에서 자주 보이는 동물 중 하나가 새이니 말이다.

일명 만남의 광장에는 트리가 하나 있다. 이 트리는 매번 일정 주기마다 새 테마를 적용하는데 이때는 롯데월드가 막 35주년을 맞이해서 이를 기념하는 영상이 트리에 상영되고 있었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람들이 만날 수 있는 일종의 넒은 광장인데 여기서 빅밴드 공연도 관람했는데 여러모로 빅밴드 공연은 시간이 맞아서 관람할 수가 있다면 꼭 관람하길 추천한다. 특히 트리와 같은 사이즈로 있는 코깔콘 모자를 쓴 로티의 모습도 트리를 빛내줬다.

그리고 총 두 개의 에스컬레이터와 계단에는 그림이 걸려 있는데 여러모로 사진 타이밍을 잡는 게 여러모로 빡세기 때문에 찍기 전부터 미리 카메라 앱을 열어서 촬영을 준비해야 한다. 정문 쪽에 있는 에스컬레이터에는 롯데월드 마스코트인 로티와 로리가 서로 춤을 추고 주위를 노란색 옷을 입은 사람들이 호위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이런 숨겨진 그림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에 나머지 세 개의 그림은 직접 롯데월드에서 찾아보길 바란다.

그리고 정문 쪽에도 흔히 지나치기 쉬운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다. 타일로 만들어져 있어서 일반적인 그림보다는 투박하지만 그만큼 유니크한 면이 더 강조된다. 타일로 이렇게 근사한 그림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 만족스러웠다. 사실 어트렉션을 타기 위해 기다리다보면 놓치기 쉬운 디테일을 보다보면 여러모로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지점이 많았다.

운영 시간이 끝나기 직전 나는 환타지 기프트샵을 갔다. 여기는 일종의 기프트샵인데 롯데월드 어드벤처에 관련된 굿즈를 살 수 있었는데 소풍에서 뺴놓을 수 없는 게 풍선인 만큼 사진을 찍은 뒤 로티 풍선을 구매했다. 이후에는 남산타워에서도 볼 수 있었던 프레스 주화 제작기에서 프레스 주화와 유리로 만든 보관 케이스까지 구매한 다음에 정문으로 퇴장하며 하루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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