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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랜드와의 첫 만남

롯데월드의 숨겨진 장소.

by 조형준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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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날은 2024년 1월 27일이었다. 롯데월드에는 이 날까지는 까맣게 몰랐던 새로운 구역이 존재했다. 그건 언더랜드였다. 사실 정문으로 입장하면 곧장 언더랜드를 만나는 것이었지만 그동안은 바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1층으로만 갔기 때문에 언더랜드에 어떤 어트렉션이 있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애당초 지하 1층에 무언가 있다는 것만 알고 실제로 언더랜드로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스컬레이터 근처에 마련된 종이 지도를 본 뒤에야 언더랜드가 있었다는 것을 깨닫았다.


언더랜드는 워낙 공간이 비좁다보니 어트렉션 자체가 그리 많지 않았다. 후룸라이드의 어린이 버전이라서 애당초 나는 탈 수도 없는 드림보트와 일전에 자세하게 소개해본 바가 있는 3D 황야의 무법자Ⅱ처럼 슈팅 다크라이드로 있는 4D슈팅시어터 그리고 와일드 윙, 와일드 밸리, 와일드 정글로 구성된 와일드 투어가 언더랜드에 있는 모든 어트렉션의 전부였다. 사실상 아무리 극성수기라도 2~3시간에는 모든 어트렉션을 한 번씩 탈 수 있을 만큼이다. 그렇게 어트렉션 1층에 있는 BHC에서 6,900원짜리 왕콜팝을 아이스링크를 바라보며 먹었는데 치킨와 콜라의 조화가 여러모로 멋졌다.

그렇게 왕콜팝을 다 먹고 나서 계단으로 언더랜드가 있는 지하1층으로 갔다. 드림보트를 제외한 네 개의 어트렉션 중에서 먼저 탑승할 어트렉션을 골라야 하는 시간이었다. 잠깐의 고민 끝에 와일드 밸리를 택했다. 와일드 밸리를 고른 것은 단순하게 내가 서 있는 위치와 가장 가까워서였다. 그런데 대기 공간을 보고 앞서 말한 테밍이 잘 되어 있다는 것을 보며 살짝 기대감이 생겼다. 예를 들어 와일드 밸리는 래프팅을 상징하는 나무로 만든 노가 있어서 이 어트렉션의 장르가 뭔지 알려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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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계단을 올라서 탑승장에 도착하자 차량이 눈 앞에 펼쳐졌다. 이후 앞자리에 앉은 뒤 직원의 안전바 검사를 마치자 차량은 곡면 스크린이 있는 극장 안으로 들어갔다. 알고 보니 와일드 투어는 시뮬레이터였다. 이윽고 환한 빛과 함께 영상이 상영되기 시작됐다. 이와 함께 파라오의 분노처럼 영상 속 내용처럼 마구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좁은 공간의 한계를 이렇게도 잘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시뮬레이터이고 다른 어트렉션과 달리 명확한 스토리가 있어서 이제부터는 스포일러가 없는 선에서 와일드 밸리에 대한 총평을 말하고자 한다.


와일드 밸리는 여러모로 스토리가 약간 좋게 말하면 병맛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뜬금없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이후에 와일드 윙과 와일드 투어 시리즈 중에서 평가가 좋지 않은 와일드 정글을 다 본 결과 이야기가 서로 연결되는 부분이 있었다. 스포일러 없는 선에서 말하면 와일드 밸리에서는 오른쪽에 경비행기가 날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내가 탄 것은 와일드 밸리임으로 저 경비행기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알 길이 없다. 하지만 와일드 윙을 보면 왜 경비행기가 와일드 밸리에서 등장했는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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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언더랜드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3층에 있는 동굴구역처럼 테마에 맞게 꾸미는 노력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언더랜드 안에서는 롯데리아가 오거스 팩토리로 불리며 도미노피자는 페어리테일로 지어져 있었다. 그 밖에 아주 거대한 석상도 설치해서 마치 아마존에 있는 거대한 사원을 방문한 것처럼 꾸며졌다. 그리고 덩클처럼 나무까지 벽에 붙어 있어서 테마를 엄청나게 잘 꾸몄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어트렉션 수는 다른 테마구역에 비하면 아주 적지만 잘 꾸민 테마를 보여주는 곳은 언더랜드와 동물구역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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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선택한 와일드 투어는 사람들로부터 평가가 좋지 않은 와일드 정글이었다. 이후에 탈 것이 와일드 투어 시리즈에서 호평이 자자한 와일드 윙인 만큼 미리 와일드 정글부터 타고 와일드 윙이 셋 중에서 좋은 평을 받는지 확인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예상외로 대기 공간 자체는 와일드 밸리처럼 잘 꾸며져 있어서 대체 왜 혹평을 받는 것인지 이해하는 게 쉽지 않았다. 탑승장에 도착한 뒤 차량에 탑승한 뒤 극장 안으로 들어가서 봤는데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와일드 정글이 혹평을 받는 결정적인 원인이라면 결말이었다. 스토리 자체는 잘만 연출했으면 혹평까지 들어야 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결말에서 황당함을 감추기 어려운 전개를 보여주다보니 다 보고 나서 출구로 이동했을 때 한숨이 나왔다. 그나마 정말 다행인 점이라면 와일드 윙보다 와일드 정글을 먼저 봤다는 것이다. 아마 마지막 순서로 와일드 정글을 보고 나왔다면 짜증이 폭발헀을 것이다. 그 정도로 결말이 지금까지의 스토리를 갉아먹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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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탑승한 와일드 투어는 와일드 윙이었다.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는 것이 와일드 윙인 만큼 부디 와일드 정글로 생긴 스트레스를 시원하게 날려줬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대기 공간에는 와일드 밸리에 등장한 경비행기 모형과 나무로 만든 프로펠러가 있었다. 와일드 투어는 대기 공간을 꾸미는데는 정성을 들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차량 형태의 비클에 탑승하고 안전바를 내리고 안전바 검사를 마친 뒤 극장 안으로 들어갔다.


다행히 와일드 윙은 전부 다 보고 박수를 칠 정도로 와일드 밸리와 와일드 정글을 능가하는 스토리라인과 스릴이 좋았다. 그리고 경비행기가 좌우로 움직일 때마다 비클도 격렬하게 움직이는데 그때마다 앞서 탄 두 어트렉션과 다른 만족감을 얻어서 절로 웃음을 지을 수 있었고 스크린 속의 상황에 금방 몰입할 수 있었다. 그리고 경비행기가 비상착륙을 하는 부분에서는 진심으로 경탄했다. 시뮬레이터임에도 영상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필수임을 와일드 윙이 내게 알려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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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와일드 투어를 탑승한 뒤 정문에 있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어드벤처 1층에 도착했다. 이후 롯데월드에서 꼭 타야 하는 후룸라이드를 타러 갔다. 후룸라이드는 어드벤처의 아트란티스와 맞먹었다. 즉, 매직 아일랜드에서 압도적인 인기를 차지하는 게 아트란티스라면 어드벤처에서는 후룸라이드가 차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나 후룸라이드는 대기 공간 곳곳에 거대한 나무 조각상이 설치되어 있어서 이를 보는 재미가 있었다. 참고로 이 날은 대기 시간이 110분. 1시간 50분에 달했다.


롯데월드의 후룸라이드는 실내에 있어서 다른 후룸라이드와 달리 동계운휴가 없다. 아무래도 물이 많이 사용될 수 밖에 없는 어트렉션의 특성상 실외에 있으면 동계운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지만 롯데월드는 실내에 설치해서 그런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그나마 입구에 적힌 110분보다는 약간 순환이 빨라서 대략 1시간 정도만에 후룸라이드를 탈 수 있었다. 후룸라이드는 진심으로 좋아하는 어트렉션이다. 특히 1차 낙하 구간에서 잘못 하면 최소 세수나 최대 샤워까지 할 정도로 물을 많이 맞게 되지만 그것조차 재미의 한 종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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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룸라이드를 탑승하고 근처에 위치한 신밧드의 모험을 타기로 했다. 신밧드의 모험은 워낙 탈 수 있는 인원이 꽤 많다보니 대기 시간이 1시간을 넘는 경우가 극성수기를 제외하면 없었다. 그리고 마치 후룸라이드처럼 낙하하는 구간이 있고 이름에서도 알 수 있겠지만 천일야화 속 이야기로 등장하는 신밧드의 모험을 정교하게 만들어져 있는 애니메트로닉로 들려주는 보트라이드였다.


특히나 두 차례나 있는 낙하 구간은 은근 스릴이 넘쳤다. 왜냐하면 몸을 고정하는 안전바 대신 안전 손잡이만 있기 때문에 낙하할 때 안전손잡이를 잡지 않으면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밖에도 낙하를 할 때 사람들이 엄청나게 비명을 지를 정도였다. 그만큼 예상보다는 높은 3M 아래로 떨어지기 때문에 탑승장에 들어오면 이 부분을 항상 캐스트가 설명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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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탑승한 것은 일전에 말했던 플라이 벤처다. 이건 마치 하늘을 나는 듯한 느낌을 느낄 수 있는 시뮬레이터라고 할 수 있었다. 특히 플라이 벤처는 롯데월드 어드벤처의 어트렉션 중에서 가장 테밍이 잘 되어 있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예를 들어 탑승장 주변에는 괴짜 연구가가 그린 설계도나 과거 신문기사, 아주 오래된 사진, 지도가 있어 이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압권인 부분은 앞서 말했던 괴짜 연구가의 서재를 완성도 있게 꾸몄다는 것이다. 특히나 책들이 있는 책장도 있고 엄청 낡은 의자가 마치 사실성을 높여주고 있었다. 만약 이 서재에 현대에 사용되는 의자가 있었다면 사실상 현실성이 떨어졌을 텐데 테마에 맞게 19세기에 사용할 법한 의자가 있어서 플라이 벤처가 얼마나 완성도가 있는 어트렉션인지 알 수 있었다.


플라이 벤처도 스포일러를 하지 않는 선에서 말하면 롯데월드에 왔다면 한 번 관람해보길 추천한다. 특히나 매우 엉뚱하지만 과학적 호기심을 놓지 않는 괴짜 연구가의 나레이션이 영상과 조화를 이뤄서 한 번도 탑승하지 않았던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탄 사람은 없게 만들 만큼 중독성이 강하다. 특히 너무 많이 걸어서 지쳤다면 플라잉 벤처에 와서 하늘을 나는 듯한 체험을 하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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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탄 것은 회전목마였다. 플라이 벤처와 회전목마는 서로 붙어 있기 때문에 같이 타는 게 여러모로 좋은 선택이었다. 롯데월드에서 가장 사람들이 많은 공간이 회전목마였다. 절반은 회전목마에서 사진을 찍고 나머지는 회전목마가 돌아가는 모습을 바라보거나 회전목마를 타고 있는 일행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항상 북적였다. 그러나 회전목마도 극성수기가 아니면 그렇게 대기 시간이 길지는 않아서 10분만에 내가 원하는 말에 탑승했다.


이후 안전벨트 검사를 마치고 나서 회전목마가 출발했다. 롯데월드의 회전목마는 에버랜드의 회전목마와 다르게 100% 자동이라서 앞뒤로 움직일 필요가 없어서 편했다. 그리고 회전목마 특유의 아지자기한 멜로디는 잃어버린 동심을 되찾게 해주는데 충분했다. 그러다보니 회전목마를 타는 내내 절로 웃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럴 정도로 내겐 뜻깊은 어트렉션이 되어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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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모든 어트렉션 탑승을 마치고 나서 퇴장 전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서 오거스 팩토리로 갔다, 이후 대표 메뉴 중 하나인 한우불고기세트를 주문했다. 물론 토핑 추가도 가능해서 두 개의 토마토를 추가했다. 약 10분 정도를 기다린 끝에 한우불고기버거와 쉑쉑치킨, 콜라가 나왔다. 일단 토마토를 추가한 덕분에 절로 기대가 될 수 밖에는 없었다.


일단 음식에 대한 평가를 하면 쉑쉑치킨은 감자튀김이라는 버거와 궁합이 좋은 음식에 비해서 약간씩 떨어지기는 하지만 치킨이라는 특성상 어느 정도 한우불고기버거와 조화를 이루고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메인이라고 할 수가 있는 한우불고기버거는 토마토 토핑추가 덕분에 살짝 느끼한 한우불고기로 만든 패티의 단점을 보완하고 아삭한 식감은 더 강화시켰다. 그리고 콜라는 이미 알고 있는 맛이기 때문에 여기서는 생략하겠다. 이렇게 저녁식사까지 마치고 나서 오후 10시에 정문으로 나가며 하루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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