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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소풍

가볍게 롯데월드를 즐기기

by 조형준 작가

2024년 2월 10일은 일종의 짧은 소풍이었다. 꼭 타고 싶은 어트렉션을 제외하면 간단하게 롯데월드를 찬찬히 볼 생각이었다. 롯데월드는 정문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갈 때 제대로 진가를 발휘한다고 할 수 있었다. 특히 커다란 열기구 모양의 풍선비행을 봤을 때 과연 어디서 이 어트렉션을 탈 수 있는지를 상상하는 것도 재미 포인트 중 하나였다고 단언할 수 있었다. 연간이용권이 있으니 하루에 다 둘러봐야 한다는 강박이 사라질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연간이용권의 장점 중 하나는 바로 '여유'다. 여유가 있으니 다른 사람의 눈에는 안 보이는 요소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롯데월드까지 왔으니 어트렉션은 안 탈 수 없어서 탄 게 파라오의 분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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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오의 분노는 규모가 압도적이었다. 마치 아트란티스에 있는 두 조형물보다는 크기는 작지만 그에 못지 않게 큰 사이즈를 자랑하고 있었고 대기 공간에 있는 이집트 벽화나 이집트 스타일의 조각품은 이 어트렉션의 컨셉을 잘 보여주고 있어서 좋았다. 심지어 파라오의 분노 근처에는 파라오의 모습을 담은 다이아몬드 형태의 장식도 있어서 이를 찾아보는 재미도 있었다.

그렇게 파라오의 분노를 타고 나서 풍선비행 부근에서 사진도 한 장 찍었다. 그리고 오른쪽에 있는 벽화는 그동안 그냥 스쳐 지나기만 했는데 연간이용권이 있으니 이런 벽화가 숨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로티가 중세 시절에 입을 법한 갑옷을 입고 칼을 든 모습인데 이게 어디에 있는지를 알고 있다면 상당히 놀랄 거라고 확신한다. 상당히 예상치 못한 장소에 이 벽화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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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어트랙션은 회전바구니였다. 아무래도 비인기 어트렉션도 자주 탈 수 있다는 점이 연간이용권의 매력 중 하나가 아닐 까 싶었다. 말 그대로 바구니에 달린 손잡이를 어떻게 돌리는지에 따라 회전이 천차만별로 달라지게 되는데 나는 항상 엄청나게 빨리 손잡이를 돌려서 스릴을 극대화시키는 쪽을 선택한다. 물론 그러면 어지러움이 심해져서 쉽지 않지만 그에 비례해서 웃을 수 있었으니 참으로 다행이라고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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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퍼레이드도 보고 나서 점심을 먹기 위해 매직 아일랜드로 나갔다. 이후 가격대가 저렴한 레이크푸드로 갔다. 사실 원래 이름은 스쿨푸드인데 이 이름은 이미 어트렉션 1층에서 사용하고 있어서 여기서는 레이크푸드로 바꾼 것 같았다. 이때는 겨울이라서 곳곳에 별 모양의 조형물과 눈사람이 두 개나 있었다. 내가 여기서 먹게 된 음식은 떡튀순플레터였다. 가격은 13,000원이었다. 그런데 워낙 맛있게 먹다보니 음식 사진을 찍는 것도 깜박해버려서 간단하게 음식에 대한 맛만 표현하며 넘어가겠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떡볶이, 튀김, 순대를 한 번에 담은 일종의 세트 메뉴로 보면 된다. 그러다보니 웬만해서는 맛이 없을 수 없다는 장점이 있었다. 우선 떡볶이는 밀떡이었는데 여러모로 쌀떡과는 다른 매력이 있어서 밀떡도 나쁘지 않았고 떡볶이 국물은 걸쭉한 느낌이 강했다. 계란은 통짜는 아니고 세 개 정도로 잘려져 나왔는데 익힘이 적절했다. 튀김은 김말이 두 개에 군만두 여덟 개로 구성되었다. 김말이는 워낙 적게 줘서 아껴서 먹었는데 은근히 바삭함이 살아 있어서 떡볶이 국물에 찍어먹어도 좋고 그냥 먹어도 좋다. 군만두는 워낙 인심이 푸짐해서 마음껏 먹었는데 바삭거리는 식감이 김말이와 비슷했다. 순대는 총 열 개가 제공되는데 자칫 잘못하면 비린맛이 날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순대도 기대 이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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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매직 아일랜드를 둘러보는 도중에 그동안 보지 못한 새로운 벽화를 만나게 되었다. 아주 이국적인 느낌의 벽화였다. 아마도 롯데월드를 자주 갔고 매직 아일랜드를 항상 들리는 분들이라면 벌써 이 벽화가 어디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벽화에 적힌 문장은 영어라서 정확하게 무슨 의미를 담고 있는지를 알 수 없었지만 실제로 보면 벽화의 크기부터 커서 압도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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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 아일랜드를 충분히 들린 뒤 세 번째로 탄 어트렉션은 혜성특급이었다. 혜성특급은 처음 탔을 때 감탄부터 날 정도로 만족했다. 특히나 속도가 장난이 아니라서 몸이 붕 뜰 때마다 웃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정도로 내게 엄청난 스릴을 전한 실내 롤러코스터는 혜성특급이 처음이었다. 물론 후렌치 레볼루션도 혜성특급 못지 않은 재미를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혜성특급처럼 처음 탑승하자마자 경악할 정도의 밀도 있는 스릴은 아니었다. 그런 의미에서 둘 중 꼭 타고 가야 하는 게 있다면 개인적인 기준으로는 혜성특급이었다.


이번에도 상당히 만족하며 탔다. 우선 비클의 생김세부터 컨셉에 충실하고 대기 공간에서부터 마치 우주로 나가는 우주인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심지어 맨 앞자리에 앉으면 커다란 행성을 바로 눈 앞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 컨셉을 한층 강화시키는 요소였다. 처음 출발할 때는 아주 천천히 움직이지만 그 이후에는 도저히 정신을 못 차릴 정도의 속도로 움직이는데 절정이면 몸이 붕 떠오르는 구간과 마지막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금성을 한바퀴를 도는 구간을 빼놓을 수 없었다. 특히 두 절정 구간에서는 환호성을 내지르며 바로 옆에 탄 사람들에게 손까지 흔들 정도로 혜성특급에 푹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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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밤이 찾아왔고 마지막으로 탑승한 어트렉션은 풍선비행이었다. 사실 풍선비행은 낮보다는 밤에 타야 제대로 진가를 발휘할 수 있었다. 어드벤처 전체에 조명이 커지기 시작하면 풍선비행의 비클에 달린 조명도 하나둘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예를 들어 노란색 풍선비행에는 하얀색 조명이 커지고 주황색 풍선비행에는 주황색 조명이 있는 식이다. 특히나 풍선비행을 타야 보이는 일종의 이스터에그까지 있어서 이를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리고 마라톤으로 치면 반환점에 해당하는 중간지점에 다다르면 어드벤처의 야경을 한 사진에 다 담을 수 있다.


그리고 거의 마지막에 다다르면 등장하는 구간은 이를테면 파라오의 분노의 스핀오프에 해당한다고 볼 수가 있다. 왜냐하면 이때 파라오의 음성이 나오는데 그게 파라오의 분노에서도 그대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두 개의 빛나는 돌이나 벽에 숨어 있는 석상들은 깜짝 선물처럼 숨겨져 있어서 이를 찾는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고 할 수가 있다. 약 10분간 어드벤처를 한바퀴 도는 것에 불과한 풍선비행이지만 여전히 인기가 있는 것은 롯데월드에서만 탈 수 있는 유니크함이 있는 어트렉션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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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특정 구역에 가면 저런 프랑스 파리에서 볼 법한 입간판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워낙 사람들이 전혀 모르는 또 하나의 이스터에그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아마 이를 어디서 볼 수 있는지까지도 안다면 롯데월드 마니아라는 사실은 확실하다고 할 수 있다. 이건 롯데월드를 한 두 번 온 것으로는 알 수 없기 떄문에 더 그렇다. 이렇게 근사한 디자인의 입간판까지 사진으로 남기고 정문을 통해 롯데월드를 나가며 또 하나의 하루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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