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즐거움
오늘은 2024년 2월 9일이었다. 내가 처음으로 탄 어트렉션은 파라오의 분노였다. 아무래도 가장 대기시간이 긴 어트렉션이다보니 가장 먼저 타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번에도 매직패스를 사용해서 일반 대기로는 볼 수 없는 이집트 상형문자 등의 조각을 볼 수 있었는데 볼 때마다 절로 대기 공간을 잘 꾸몄다는 생각에 감탄하게 되는 매력이 있었다. 그리고 잠깐의 대기를 하고 앞자리에 앉아서 탑승했는데 특히 두 차례의 낙하 구간에서는 손까지 들며 제대로 즐기고 왔다.
파라오의 분노 탑승 직후 나는 탑승예약증 발권 마감 직전에 겨우 오전 11시 30분부터 정오까지라고 적혀져 있는 스폐인해적선 탑승예약증을 받았다. 그리고 시간이 될 때까지 잠시 롯데월드를 살펴보다가 후룸라이드 1차 낙하 구간을 만났다. 구석구석에 공룡 애니메트로닉스가 있었고 동굴 형태의 낙하 구간이 있었는데 여기서 한 가지는 명심해야 할 게 있다. 바로 앞자리에 앉을 때 가장 물을 많이 맞는 구간이 1차 낙하 구간이다. 심지어는 바지가 다 젖을 정도로 물이 세차게 들어오지만 그게 후룸라이드의 매력이었다.
약 10분 정도의 대기를 거쳐 스페인해적선 탑승예약증에 적힌 오전 11시 30분 정각에 바이킹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긴 뒤 탑승예약증을 캐스트에게 반납하며 입구로 입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탑승예약증은 매직패스처럼 빠르게 태워주는 게 아닌 줄을 서는 것만 보장하는 제도이다보니 대기 시간이 아예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러므로 약 20분을 더 기다려서 오전 11시 50분에 탑승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다행히 가장 재미 있는 자리인 맨 뒷자리에 딱 하나가 남아서 얼른 달려가서 차지했다.
이후 캐스트의 개성 넘치는 안전바 검사가 진행되고 나서 바이킹은 출발하기 시작했다. 내가 있는 곳이 올라가면 그때마다 환호성과 손 흔들기를 연속적으로 했다. 워낙 운행시간이 짧다보니 처음에는 시소처럼 움직일 때도 계속 손을 들고 환호성을 맘껏 질렀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바이킹에서의 재미를 더 느낄 수 있기 떄문이다. 특히나 최고 각도에 도달할 때는 그야말로 가장 큰 환호성을 내지른 것으로 기억한다. 그 정도로 스릴이 넘치지만 실내에 있는 바이킹이라서 온전한 매력을 다 발휘하지 못하는 게 아쉬움으로 남았다.
세 번째 어트렉션은 신밧드의 모험이었다. 내가 생각하기에 신밧드의 모험은 여러모로 완성도가 높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어트렉션의 이야기로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탄탄한 구성을 자랑한다는 게 좋았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볼 수 있는 프리쇼 영상까지 다 챙겨본다면 신밧드의 모험을 더욱 재미 있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예전에는 스토리가 없었다고 들었는데 스토리를 추가한 게 오히려 신의 한 수라고 생각한다. 여기도 후룸라이드처럼 두 번의 낙하가 있는데 후룸라이드와는 달리 완전한 암흑에서 떨어지니 훨씬 더 스릴이 넘쳐서 절로 비명부터 지르는 어트렉션이 되었다. 물론 그 이후에는 잔잔한 물결을 따라서 신밧드의 모험을 관람하는 것이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는 몰입을 선사하고 있었다.
네 번째는 슬릭스튜디오다. 여기는 어트렉션은 아니고 포토존이라서 간단하게 설명하겠다. 말 그대로 아주 다양한 개성의 포토 스팟이 있고 이를 배경으로 삼아서 셀프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공간이다. 예전의 나는 표정이 상당히 굳어 있었다. '웃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우는 것도 아닌' 기괴한 표정이라서 도무지 누군가에게 셀카를 보여줄 상황이 아니었다. 하지만 우연히 그네의 움직임에 따라 앞에 있는 화면도 같이 움직이는 미디어 아트를 발견하고 다른 일반 이용객에게 도움을 받아 그네를 탄 내 뒷모습을 찍었는데 상당히 만족했다. 그리고 롯데월드를 상당히 자주 방문하며 점점 예전에 비해서는 나아지는 모습을 보니 다행이었다.
슬릭스튜디오에서 잠시 휴식한 이후 후렌치 레볼루션의 비클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4층의 레일을 사진으로 담기도 하고 후룸라이드와 회전바구니 사이에 있는 원숭이 공연단의 노래도 들었다. 그리고 나서 매직 아일랜드로 나가서 아트란티스도 탔다. 탑승한 뒤에는 어드벤처로 다시 돌아와서 3층을 찬찬히 둘러봤는데 이때는 아직 철거만 마친 상태라서 정글탐험보트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3층의 화장실의 입구에는 잘 보면 탐험가에 잘 어울리는 복장을 입은 로티와 로리가 있고 이집트의 상형문자와 같은 문장도 있었다. 그 밖에도 날개가 달린 악마 조각상이 있는 분수와 정글탐험보트의 설정 중 하나인 레드아이라는 보석을 상징하는 로고도 있었다.
이후 4층으로 올라가면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폭포의 상류를 만날 수 있다. 4층에서 나오는 물이 3층, 2층을 거쳐 1층까지 내려가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특히나 2층에서는 웅장한 규모의 폭포를 볼 수 있어서 롯데월드에 온다면 한 번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다만 운영이 종료되는 시점에서는 폭포를 볼 수 없기 때문에 이런 점을 참고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사람들이 잘 모르는 4층의 한 구석에는 암벽 등반을 하고 있는 로티와 친구의 모습까지 볼 수 있다. 아마도 이게 어디에 있는지를 알고 있다면 롯데월드를 자주 방문한 마니아일 거라고 생각한다. 워낙 구석진 곳에 있어서 모르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게 3층을 둘러보고 다시 한 번 어트렉션을 타기 위해 매직 아일랜드로 나갔는데 이번에도 아트란티스를 탔다. 앞서 말했듯이 아트란티스는 낮보다는 밤에 타면 암흑 속을 질주하는 느낌이 나와서 절로 마음에 들었다. 특히나 입구에 있는 조각상이 어머어마한 규모를 자랑해서 보다보면 절로 깜짝 놀라게 된다. 대략 13M는 되지 않을 까는 생각이 드는 규모를 자랑했다.
그렇게 입구로 들어간 뒤에는 10분 정도의 대기를 거친 끝에 탑승장에 들어갔다. 극성수기가 아니면 밤에는 줄이 꽤 짧아져서 가능했다고 할 수 있었다. 캐스트 분의 안전바와 안전벨트 검사를 마치고 내가 탄 비클이 급발진을 한 순간 비명이 나왔다. 하지만 이건 즐거움을 담은 비명이었다. 진짜 어두운 밤길을 빠르게 질주하는 것처럼 느끼게 해주고 두 차례의 낙하 구간을 지나치며 스릴이 커지니 비명이 안 나올 수가 없었다.
그 밖에도 출구로 나가는 길에는 이런 멋진 야경 사진도 남길 수 있었다. 석촌호수에 비친 불빛이 야경의 매력을 더 살려줬다고 생각한다. 아트란티스를 타고 어드벤처와 매직 아일랜드를 연결하는 다리에 설치된 커다란 벽시계도 찍었고 극성수기를 제외하면 그리 긴 대기 시간이 필요하지 않는 신밧드의 모험을 다시 한 번 탑승했다. 여러모로 신밧드의 모험은 한 번 타면 질리는 대신 여러 번 타도 재미 있는 어트렉션임은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마침내 피날레를 장식하는 어트렉션은 플라이 벤처였다. 이건 하늘을 나는 듯한 체험을 즐기는 플라잉 시뮬레이터 어트랙션이었다. 처음에는 굉장히 시시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입구로 들어가서 내부를 살펴보자 예상과 다른 감탄이 절로 나왔다. 내가 이 글의 부제목에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즐거움'이라고 적은 이유는 그만큼 기대하지 않았지만 정작 타보고 나니 이 정도의 완성도를 갖춘 어트렉션임에도 여전히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꽤 아쉬웠기 때문이다.
먼저 이 어트렉션이 완성도가 높은 어트렉션인지 말하면 첫 번째로 스팀펑크라는 설정을 아주 철저히 잘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입구에서부터 일정한 시간에 맞춰 움직이는 톱니바퀴는 이 어트렉션의 성격을 잘 드러내주고 있었다. 그리고 내부로 들어가면 어트렉션의 주인공으로 설정된 스팀 펑크 박사의 연구실을 비롯해서 스팀 펑크 스타일의 공중전화, 다양한 기계와 톱니바퀴 등 플라잉 시뮬레이터 어트렉션 중 테밍으로는 원탑이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로는 마치 실존하는 사람인 것처럼 완벽에 가깝게 스팀 펑크 박사의 캐릭터성을 만들어냈다는 점이 있다. 입구에는 스팀 펑크 박사가 나오는 동영상이 재생되고 있는데 그 영상을 보면 스팀 펑크 박사의 캐릭터가 뭔지를 잘 파악할 수 있다. 마치 신밧드의 모험이 입구에서부터 프리쇼 영상을 만들어서 이전의 스토리를 설명하는 것과 동일하게 여기서는 스토리보다는 스팀 펑크 박사의 캐릭터를 강화시키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다.
세 번째이자 마지막은 플라잉 시뮬레이터 어트렉션의 특성을 잘 활용했다는 것이다. 특히나 어트렉션이 작동되고 난 직후 바닥이 사라지며 타임머신이 작동됨을 알리는 카운트다운과 이후 아래로 내려갈 때는 눈이 휘둥그레 뜰 수 밖에 없었다. 이후에는 마치 내가 타임머신에서 이 광경을 보는 것처럼 몰입하며 볼 수 있었는데 여러 번 놀라게끔 하는 장면들이 계속 벌어져서 어느 순간에는 웃기도 하고 가끔은 긴장감에 무표정을 짓기도 하며 상당히 흥미롭게 플라이 벤처를 즐길 수 있었다. 이렇게 플라잉 벤처를 타고 나서 롯데월드 어드벤처의 운영 시간이 종료가 되어서 출구로 퇴장하며 또 다른 하루가 마무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