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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크 Feb 05. 2024

2023년 봄이 되기 전 겨울, 금강


매년 계절에 상관없이 금강을 따라 있는 산책길에 종종 가곤 한다. 

나무 종류가 다양해서인지 봄과 가을은 알록달록 예쁘고, 심지어 여름에도 다 같은 초록빛이 아니라 금강과 산으로 둘러진 산책길이 보는 재미가 있어 사진을 계속 찍으며 걷는다. 


하지만 오늘 그림으로 담고 싶은 계절은 겨울이다.

눈이 내리지 않은, 어떻게 보면 삭막한 느낌의 겨울.



비가 많이 내리지 않아 가뭄이 전국적으로 심한 곳은 매우 심했던 때였다.

금강 역시 바닥이 꽤 보이기 시작했다.

안전할 정도로 뭍이 드러나 잠시 낚시를 하거나 캠핑을 하는 분들도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문득 가족 모두 보기만 하고 내려갈 생각을 안 했던 금강의 길을 걸어보았다.

조심히 내리막길을 따라 걸어오니 꽤 많이 왔기 때문에 익숙했던 곳이 완전히 새롭게 보였다.



아마 예전에 다리로 썼던 곳이라 굉장히 낮아 물이 많이 찼을 땐 위험해 보였는데 걸어보니 넓고 튼튼해 보였다. 


산과 물은 색이 짙은데 햇살이 눈부시게 빛나 윤슬 역시 눈이 부시게 많았다.

조금 더 걸어보니 바닷가 모래처럼 고운 모래들이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밟아보고 싶어 가까이 가보니 사람들 모두 같은 생각이었던 것인지 여러 모양의 발자국들이 많아 웃음이 나왔다. 물수제비 하기에 좋은 위치긴 했다.



익숙한 곳이 익숙하게 보이지 않을 때 느껴지는 행복을 참 좋아한다.

이런 매력도 있었구나. 더 아름다운 곳이구나. 하고 꽤 오랫동안 가운데에 서서 풍경을 바라보았다.

햇살은 따뜻한데 온도는 시원해서 그 부분도 좋았다. 


하지만 다 걷고 돌아오면서 그래도 물고기와 사람들을 위해선 이 강의 물이 가득하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

어떤 모습도 다 아름답지만 강 역시 힘차게 흐르는 게 제일 예쁘니까.




충북 옥천군 동이면 청마리 '가덕교'

noki.and.noc@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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