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문해력, 어떻게 기를까
콩나물쌤, 전병규 작가의 강의를 듣고
'콩나물쌤’이라는 필명으로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에서 활동하며 23만 팔로워를 보유한 인기 교육 인플루언서이자 교사, 전병규님의 강연에 다녀왔다. 이 작가는 '질문이 살아나는 역사대화', '우리아이 문해력 독서법', '초4, 지식책 읽기를 시작해야 합니다'등을 저술한 작가이기도 하다. 수동적인 학생에 머물고 있는 한국 교실의 많은 학생들에게 어떻게 하면 새로운 자극을 주고 스스로 학습하는 아이로 성장하도록 도울 수 있을지 다양한 팁을 얻을 수 있었다.
문해력이란 글을 읽고 이해하고 해석하는 힘이다. 이것이 부족한 많은 현대인들이 소통의 오류를 겪고 있다. 사흘을 4일로 이해하고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는 말에 심심해하다니 태도가 안좋다며 논란을 일으키고 중식을 제공한다고 했더니 우리애는 한식을 좋아한다고 답하는 등 요즘 현대인의 문해력은 처참한 수준이다.
10년 뒤 LA교도소에 필요한 침대의 갯수를 파악하려면 현재 초3문해력 점수를 보면 된다는 연구결과까지도 제시되고 있다. 낮은 문해력은 좌절감과 분노를 일으켜 비행행동을 초래하기 때문에 사회적 측면에서도 문해력은 중요한 것이다. 지식을 습득하면 되는 사회, 과학 등의 과목과 달리 국어는 오랜 시간 몸에 기능이 스며들어야 하는 학문이다. 좀처럼 빠르게 늘지 않을 뿐더러 어릴 때부터 꾸준히 쌓여야 하는 소양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어는 고차원적 사고능력을 필요로 하며 결국 모든 학습의 질을 결정한다.
우리나라에서 진행된 한 연구에서 소득에 따른 교육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바우처와 컴퓨터를 제공했지만 크게 달라진 점이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주말마다 도서관을 이용하는 등 독서량을 늘렸을 경우 학업성취도가 유의미하게 변화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부모의 학력과 소득에 따른 교육격차를 완전히 따라잡을 수는 없었지만 독서량이 고등학교 3년간 11권 이상을 넘은 학생들의 경우 소득이 비슷한 그룹 평균에 비해 상당히 높은 성취를 거두는 모습을 보였다. 학년이 오를수록 듣기로 배우는 양보다 읽기로 배우는 양이 늘어나기 때문에 문해력이 더욱 중요해지는 것이다.
강사는 듣고 지나가는 수업과 강의가 소개팅에 불과하다면 그것을 스스로 읽고 쓰고 말로 표현함으로써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이 진정한 학문과의 결혼이라고 표현했다. 다양한 인문고전을 독파하면서 읽기 전후로 지능이 달라지고 관점이 달라지며 뇌 자체가 바뀐 본인의 경험담을 들려주기도 했다. 뇌 안에서 정보를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는가가 문해력의 관건인데 그것을 키워주기 위해서는 단순 암기, 문제풀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뇌의 고속도로를 닦아주는 초등학교 단계에서의 훈련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렇다면 문해력을 기르는 방법은 무엇일까?
가장 기본적인 것은 역시 독서이다. 독서를 하면서 유창성과 어휘, 이해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1. 유창성
유창성은 소리내어 읽는 낭독훈련으로 배양할 수 있다. 말하듯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는가가 유창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유창성은 초등 저학년때는 부족할 수 있지만 6학년 정도에는 말하듯 자연스럽게 읽기가 가능해야 한다. 새로운 어휘가 나오거나 어미 부분에서는 더듬거리듯 읽을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좋다.
1단계에서 소리내어 읽어주며 듣기 훈련, 글씨를 눈으로 따라오는 훈련을 시키고
2단계에서는 2쪽에 한 단어나 음절 정도로 아는 글씨를 읽도록 할 수 있다.(미취학 단계)
3단계에서는 부모가 대부분을 읽어주지만 한 문장 정도 읽기를 시켜볼 수 있다.
4단계에서는 부모와 아이가 각각 한 페이지씩 읽는 훈련을 한다.
5단계에서는 아이가 부모에게 읽어줄 수 있을 정도로 스스로 읽는다.
중요한 것은 하루 5~10분 정도 적은 양으로 기분 좋을 때 끝내야 한다는 것이다. 부모의 욕심으로 끝까지 밀어붙이는 것은 아이가 공부를 혐오하게 하는 원인이 된다.
2. 어휘력
어휘력을 기르는 최고의 학습법 역시 독서이다. 일상 생활에서 쓰이는 어휘가 5000단어 정도라면 명문대 수준의 학생이 지닌 어휘력은 약 50000단어가 된다. 초등때부터 하루에 매일 14단어 정도를 익혀야 하는 수준이다. 망각하기 쉬운 인간의 뇌의 특성을 감안하면 이는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볼 수 있다. 잊지 않고 배우기 위해서는 암기가 아닌 추론이 핵심이다. 한자어가 등장했을 때 한자의 뜻을 알려주며 어떤 의미일지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연습이 중요하다. 개념어의 95퍼센트는 한자이므로 이것을 알아야 진정한 어휘습득력을 갖출 수 있다. 새로운 개념이 나올 때마다 찾아보게 하는 연습, 부모가 대화하듯이 하면서 들려주는 연습을 2년 정도 계속하다보면 아이가 스스로 궁금해하고 질문하고 찾아보면서 뇌에 프로그램화하는 습관을 들일 수 있다.
3. 이해전략
이해가 안 될 경우 아이들은 보통 노력하지 않고 정답을 물어보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다. 이 때 스스로 해결하도록 하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 중요하다. 다시 읽기를 통해 스스로 이해하도록 하고 그래도 물어보면 두 번을 다시 읽어보도록 한다. 이를 통해 대부분의 문제는 해결된다. 그래도 이해가 안된다면 글을 이미지로 바꿔서 그림을 그려보거나 친구에게 책을 보면서 설명해보거나 어려운 어휘나 구절을 잘라서 나의 말로 바꿔보는 훈련을 해본다. 유치한 단어라도 좋으니 더 이해하기 쉽게 바꿔보는 것이다. 알려주지 말고 스스로 캐내도록 하는 것이 이해전략 구사의 핵심이다.
강연을 듣고나니 문해력과 문해력을 키우는 방법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얻을 수 있었다. 어휘에 대해 한자어로 의미를 추론할 수 있도록 질문을 던지라는 부분을 들으면서는 그동안 내가 해온 것이 좋은 방법이었구나 싶어 뿌듯하기도 했다. 문해력은 단순한 텍스트 이해능력이 아닌 사회적 측면에서도 중요한 능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즐겁게 날마다 조금씩 문해력을 기를 수 있도록 가랑비에 옷젖듯 아이와 책으로 놀고 대화하는 시간을 더 늘려가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