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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리상상 Oct 30. 2024

아이의 언어 발달을 돕는 성장 레시피

아이의 시선 따라가기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이가 자라는 모습은 너무나 경이롭다. 포도알 같이 말간 눈은 처음 접하는 세상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탐색하느라 바쁘다.


미국인 남편과 결혼한 친구가 어렵게 얻은 귀한 딸을 데리고 집에 놀러 온 적이 있다. 눈이 너무 예쁜 이 아이는 낯선 환경을 파악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함께 밥을 먹고 난 뒤 친구는 이중언어 문제로 고민을 털어놓았다. 아이의 모국어는 영어인데 엄마 모국어인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는 아이로 컸으면 좋겠다고 한다. 하지만 세 살배기 아이는 영어를 더 편하게 느껴서 한국어를 가르쳐주면 영어로 반박하곤 했다.


"분홍색! 해봐."

"No, pink!"


이런 식이었다. 옆에서 보면 단호하게 영어를 고집하는 아이가 귀엽기도 하고 애쓰는 친구가 우습기도 했다.


언어학자인 노엄 촘스키에 따르면 아이에게는 언어습득장치가 내재되어 있어서 복잡한 언어구조와 문법을 빠른 시간 내에 습득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결정적 시기라고 하는 11세 이전에 최대한 자연스러운 상황에서 많은 한국어 노출을 해주는 것이 이중언어 습득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국에 있는 친정에 데려가서 조부모님과 대화를 나누게 한다던가, 한국 특유의 감성이 담긴 쉬운 그림책을 읽어주는 것도 한 방법이겠다. 쉬운 전래동화가 담긴 10~20분 정도 분량의 한국어 동영상을 함께 보며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도 좋을 겉 같다.  (반대로 영어 교육에 관심 많은 한국 부모님들에게도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칠 때 추천하고 싶은 방법들이다.) 물론 아이에게 과도한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다는 전제는 기본이다. 그것이 엄마에게도 아이에게도 너무 무리가 되고 어렵다면 차라리 모국어로 깊이 있게 생각하는 기회를 더 많이 주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어떤 언어가 되었건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아이보다 앞서 가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나 자신에게도 되뇌곤 하는 부분이다) 어른보다 조금은 느릴 수밖에 없는 아이들에게 우리는 빨리빨리 무언가를 제시하고 빨리빨리 말하기를 재촉하곤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최적의 자극은 느긋한 자세로 아이의 시선을 따라가는 표현이 아닐까.


나비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아이를 바라보며

"나비가 팔랑팔랑 날고 있네. 신기해서 보는 거야? "

한 마디 정도 해주는 일은 어렵지 않다. 사랑한다는 것은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이라고 하지 않는가. 아이가 바라보는 것을 함께 보고 공감해 준다면 아이의 마음은 기쁨으로 가득 찰 것이다. 그 기쁨이 흘러넘쳐서 어떤 대답이라도 하고 싶을 것 같다.


첫째 아이가 3개월 때쯤 찍은 동영상이 있는데 손을 빨고 있으면서도 옹알이로 대화를 시도하는 모습이 보인다. 웃는 듯한 목소리로 "우움, 으응"하면서 대꾸를 하는데 아이의 어조와 목소리를 따라 "우움, 으응"하면 또 웃으며 비슷한 목소리로 반응하기를 반복하는 영상이다. 대화에서 한 사람이 말을 하고 그다음 상대방이 그에 응답하는 방식을 turn-taking이라고 하는데 이는 원활한 의사소통에 필수적이다. 이런 사회적 규칙을 의식적으로 배우지 않은 어린아이도 본능적으로 소통의 리듬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순간 아이의 시선은 엄마인 나를 향하고 있었고 나 또한 아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이와 자주 눈 맞춤을 하고 아이의 관심사를 내 것 인양 들여다보며 아이가 표현하기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는 함께 책을 찾아보거나 나의 말로 대신하여 들려주자. 사랑하는 아이와 함께 써내려 갈 대화의 첫걸음은 거기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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