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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애인고용이야기 Oct 18. 2024

[인턴일기] 점심시간이야말로 인턴들의 전쟁터!!

점심에 진심인 병아리 인턴들의 먹부림 이야기

점심에 진심인 병아리 인턴들

우리 회사에는 나 말고도 아일라, 올리, 하퍼라는 인턴 동기들이 있다. 

각자 다른 부서에서 일하고 있지만, 모두가 '밥'에 진심이라는 공통점 덕분에 점심을 먹으며 금방 친해졌다.


 

 올리와 하퍼는 접근성팀에서 안드로이드 및 iOS 개발자로 일하고 있으며, 각각 안드로이드와 iOS 서비스의 장애인 사용성을 테스트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요즘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이슈들을 개발적으로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이 많다고 한다. 이들은 실제 앱 서비스를 개발할 때 많이 사용되는 기본 컴포넌트부터 접근성 이슈까지 다양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컴포넌트를 구현하고 조사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아일라는 판교에서 LLM(대규모 언어 모델)을 학습시키는 데이터를 구축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그녀는 발화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프롬프트와 답변을 검수하고 있다고 한다. 문과인 나는 데이터를 다루거나 개발과는 거리가 멀어 다른 업무를 하는 동기 인턴들이 더욱 멋있어 보였다. 


 

 매일 점심시간만 되면 “오늘 뭐 먹지?”가 요즘 내 최대 고민이다. 맛집을 찾아서 가도 웨이팅 덕분에 점심시간은 항상 전쟁이다 ㅠㅠ 다른 인턴 동기들도 이 말에 공감한다고 한다. ㅎㅎ 우리는 누군가 먼저 맛집에 간다고 하면 서로 따라가곤 하는데, 가장 최근에 간 대림국수와 뵈르뵈르 아이스크림이 정말 맛있었다! 이렇게 서로 다른 일을 하면서도 종종 모여서 맛집 탐방을 즐겼지만, 아일라가 판교로 가게 되어 예전처럼 점심시간에 자주 보지 못하는 게 아쉽다. 이제 월급도 받았으니 넷이서 퇴근 후 모여 맛집 탐방 갈 날만 기다리고 있다.



대표님과 성수 감성 점심 식사

 어느 날, 링키지랩 대표님(회사에서는 J라고 부른다.)과 병아리 인턴들, 그리고 G와 함께 성수동의 한 베트남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게 되었다. 사실, 모두가 함께한 식사 자리 말고는 소규모로 진행된 첫 식사라 음식이 나오기 전 약간 긴장되었다. 

 그러나 J의 “인턴 생활은 어때요?”라는 질문 덕분에 긴장감이 풀리며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업무 이야기부터 개인적인 이야기까지 나누며 한층 가까워질 수 있었다. ㅎㅎ 그리고 곧 음식들이 나왔다. 소고기 쌀국수, 분짜, 반쎄오 등 다양한 메뉴가 한상 가득 차려졌다. 

성수동에서 먹은 베트남 음식들

그릇부터 성수 감성으로 힙한 비주얼이었고, 맛도 정말 훌륭했다. 너무 맛있어서 내 기준 인생 쌀국수집이 되었다. 맛있는 음식과 따뜻한 대화 덕분에 행복한 점심시간을 보냈다. 이래서 점심시간이 직장인들의 낙이라고 하는 건가 보다.



스낵 큐레이션이요?!

 우리 회사에는 스낵 큐레이션이란 부서가 있다. 스낵 큐레이션 서비스란 발달장애 크루와 비장애 크루, 타 장애 크루들이 협업하여 사내 간식을 관리·제공하는 서비스이다. 판교로 출장을 갔을 때 복지큐레이션부 S와 D의 안내로 스낵큐레이션 서비스(오아시스)를 볼 수 있었다. 


판교 오아시스의 모습

 간식 업체에 간식을 발주하고 아침 6시 30분에 입고 검수를 한 후 크루들이 출근하기 전에 모두 셋팅될 수 있도록 각 층 마다 간식을 정리하고 있다고 한다. 이 서비스를 통해 크루들은 언제든지 간편하게 간식을 즐길 수 있다. 성수에도 간식 존이 있지만 스낵 큐레이션은 판교에서만 진행되는 서비스로 규모도 크고 간식도 다양해서 조금 부러웠다. 



인턴들이 빠진 아이스크림 맛집, 사내 카페

바로 그 아이스크림!

 사내 카페의 아이스크림이 맛있다는 소문을 인턴들 사이에서 오래전부터 들었는데, 드디어 가보게 되었다. 사내 카페도 주로 발달장애 크루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비장애, 타 장애를 가진 동료들과 협업하여 카페마다 음료수, 아이스크림, 생과일 주스 등 특색있는 메뉴를 제공하고 있었다. 기대한 만큼이나 맛있어서 왜 다들 이 아이스크림을 그렇게 추천했는지 이해가 갔다. 



발달장애인과 함께 일 하는 법 : 포용적인 환경 만들기

 아이스크림, 음료수를 먹으며 D와 S에게 사내 카페 운영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발달장애 크루와의 협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은 발달장애 크루들이 기억력이 약한 편이기에 물어볼 수 있는 소통 환경과 업무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회사에서 어떤 멘토(관리 인력 등)를 만나서 어떤 업무를 하느냐에 따라 발달 장애인들의 업무적 범위와 발전이 정말 달라진다고 하며, 업무가 달라지더라도 반복 교육, 통일된 교육, 쉬운 단어 사용 등의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물론 이러한 업무 환경을 만드는 게 쉽지는 않을 수 있고 어떻게 소통할지 막막할 수 있다. 

 나는 내성적인 성격이라 소통이 어려운 게 늘 고민이었다. D는 처음엔 누구나 어렵지만, 관심을 가지고 많이 관찰하는 것부터 소통이 시작된다며, 지속적인 관심을 통해 라포가 형성되면 자연스러운 소통이 가능해진다고 했다. 


 대부분의 비장애인들이 장애에 대해 잘 몰라 실수를 할까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부분에 대해 어떻게 소통하고 협업할 수 있을지 물었을 때 S의 답변이 인상 깊었다. S는 비장애인과 장애인은 다르지 않다는 심리적인 마인드를 가지는 것이 마음의 간격을 좁히는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어느 회사를 가든 처음 보는 비장애인을 만나면 조심스럽잖아요. 장애인도 마찬가지예요. 처음 만나서 조심스러운 것뿐이지, 장애에 대해 몰라서 어려운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누구나 사람을 만날 때 각자의 성향에 맞춰 행동하듯이, 장애 역시 그 사람의 특성 중 하나일 뿐이에요." 


 이 말을 듣고 나니, 마음가짐이 조금 달라졌다. 장애를 특별하게 여기기보다 그저 사람의 다양한 특성 중 하나로 받아들이고, 각자의 성향에 맞춰 소통하고 협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서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가 소통의, 협업의 시작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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