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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애인고용이야기 Oct 11. 2024

[인턴일기] "소통 방식을 배우다!"

- 사내 수어 통역사 S와의 이야기, 청각장애인들의 다양한 소통법

사내 수어 통역사, S

 우리 회사 링키지랩에는 사내 수어 통역사 S가 있다. 사실 회사에 들어오기 전에는 사내 수어 통역사가 조금은 생소했다. 사내 수어 통역사가 있는 회사가 적기도 하고 정보가 없어서 주로 어떤 업무를 어떻게 진행하는 지 알지 못했다. S는 청각장애가 있는 크루들이 회사 생활에서 소통에 불편함을 겪지 않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일상적인 대화는 물론이고 회의, 교육 등 다양한 상황에서 크루들과 함께하며 서비스 운영 업무까지 맡고 있다. 


 어느 날, 우연히 S와 라운지에서 마주쳐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S는 한국 수어 사전에 등록된 단어 수가 한국어에 비하면 10분의 1도 안 되고, 특히 IT 분야에서 자주 쓰는 전문 용어는 거의 없는 수준이라고 했다. 그래서 회사에 처음 왔을 때, 우리가 흔히 쓰는 ‘레이아웃’ 같은 단어들을 수어로 새롭게 만들어 사전을 제작했다고 한다. 그걸 듣고 나는 정말 깜짝 놀랐다. 언어를 만드는 일이라는 게 쉽지 않을텐데 용어를 정리해서 제작한 S의 전문성이 멋있었다. 




수어를 배우다!

 S에게 부탁하여 수어를 배웠다. 수어를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은 예전부터 했었는데, 이번에 배울 수 있어서 정말 기뻤다!! 수어는 손동작뿐만 아니라 표정과 몸의 움직임을 통해 의사를 전달하는 시각 언어이다. 가장 많이 하는 오해가 전세계에서 다 통하는 언어라고 생각하는 점인데 각 지역의 문화를 담고 있기에 나라와 지역마다 다르다. 국제 공통어로 영어가 사용되고 있는 것처럼 국제수화가 존재하긴 하지만 따로 배워야 한다. 


수어 : 알파벳 지문자 A~Z


 수어를 배우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표정의 중요성이었다. 손짓 말고도 손의 위치, 얼굴 표정까지 수어를 할 때 사용된다. 기쁜 이야기를 할 때는 정말 기쁜 표정으로, 슬픈 이야기를 할 때는 눈물을 닦는 행동 등을 취하며 슬픈 표정으로 수어를 한다. 한국 사람들은 무표정으로 대화하는 경우가 많은데, 수어는 풍부한 표정으로 대화하기 때문에 처음엔 조금 어색하기도 했다. 어색함도 잠시 “이처럼 솔직한 언어가 있을까?” 하고 금방 수어의 매력에 빠졌던 것 같다.


수어는 줄여서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넉넉하다’, ‘충분하다’, ‘여유 있다’, ‘자신 있다’는 모두 같은 동작으로 표현된다. 이렇게 하나의 동작이 여러 뜻을 가질 수 있다는 게 흥미로웠다. 그리고 어순도 한국어랑 다르게 사용되는 경우가 많아서 더 직접적이고 간결하게 표현하는 느낌이었다 수어의 어순은 한국어와 바로 대응하는 단어 나열식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어순이 바뀌거나 문장에 쓰이는 단어를 그대로 해석하지 않고 본래 뜻을 해석한다. 예를 들어 ‘뜨거운 햇살’은 ‘해가 뜨겁다’, ‘항상 수고 많으신 여러분’은 ‘여러분들 수고가 많아요’처럼 수식어가 뒤로 간다.

수어에 대한 이론과 동작들을 배우며 처음엔 손동작이 복잡해 보였지만 천천히 기본적인 인사말과 간단한 문장을 할 수 있게 되어 뿌듯했다. 앞으로 꾸준히 수어를 배워 나가고 싶다.




모두가 수어를 쓰지는 않는다.

 또 하나 배운 것은 '모든 청각장애인이 수어를 사용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나도 그동안은 청각장애인의 소통방식은 수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청각장애인이라고 해서 무조건 수어를 사용하는 건 아니었다. 수어를 사용하는 농인도 있지만, 지화나 필담을 사용하는 방식도 있었다. 지화는 자음과 모음을 손으로 표현하는 방식이고, 필담은 글로 써서 대화하는 방식이다. 또, 인공와우 같은 보조장치를 사용해 입모양을 보고 소통하는 구화를 사용하는 청각장애인들도 있다고 한다. 이처럼, 소통 방식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각자의 선호도를 먼저 물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배웠다. 


업무에서의 소통 방식

 S와의 대화 덕분에 청각장애인들의 다양한 소통 방식에 대해 알게 되었지만, 업무에서는 어떻게 적용될지 궁금했다.  S는 업무에서 역시 크게 다를 거 없다고 했다. S는 청각장애인 면접자의 경우, 미리 그들이 선호하는 소통 방식을 물어본다고 했다. 만약 수어 통역이 필요하다면 S가 직접 통역을 하거나, 아니면 타이핑을 통해 소통한다. 일상 업무에서는 카카오 워크 같은 메신저로 대화를 나누고, 회의는 줌이나 구글 미트 같은 플랫폼에서 타이핑과 함께 의견을 주고받는다고 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어떤 상황에서도 소통에 문제가 없도록 준비된 환경이라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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