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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애인고용이야기 Oct 04. 2024

[인턴일기] "출근했습니다. 근데 이제 기타를 곁들인"

링키지랩 예술로 '아트랩스' 참여 에피소드

출근했습니다. 근데 이제 기타를 곁들인


2주에 한 번, 수요일마다 기타를 메고 출근하는 크루원들이 있다. 왜 다들 기타를 메고 오는 건지 궁금했었는데 크루원들이랑 취미 얘기를 하다가 아트랩스 때문인 걸 알 수 있었다. 


우리 회사는 신청자를 받아 2주에 한 번씩 ‘아트랩스’라는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아트랩스는 퇴근 후 크루들이 다양한 문화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특히 장애인 크루들이 문화적 소외를 겪지 않도록 돕고 있다.

프로그램은 크게 ‘음악할랩’, ‘영화할랩’으로 나뉘어 있는데 ‘음악할랩’에는 기타, 작곡&노래, 랩을 배울 수 있고, 영화할랩은 시나리오 작성부터 촬영, 연기, 편집에 대한 내용을 배우고 단편 영화를 만드는 활동을 한다. 


음악을 사랑하는 나에게는 정말 반가운 소식이었다. 꽤 유명하신 분들이 레슨을 해주셔서 신기하고 놀랐다.. 어쩌면 나도 연예인을 볼 수 있는건가?! 하고 내심 기대했다.




저도 한번 가보았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4개의 아트랩스 중 하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모든 프로그램이 궁금하고 흥미로워서 선택하기 어려웠다. 그중 평소 알고 있던 밴드의 멤버가 기타 교실을 진행한다는 소식을 듣고 기타 교실에 참여하기로 했다.

(참고로 나는 밴드 활동 경험도 있고, 안 좋아하는 밴드가 없는 어마어마한 인디 밴드 덕후다. 그래서 기타 교실에 대한 기대가 더 컸다.)



기타 교실은 그룹 수업으로 메트로놈에 맞춰 크로매틱 연습을 하며 시작한다. 모두가 손가락의 움직임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차근차근 진행되었고, 그다음에는 지난 시간에 배운 코드와 곡을 복습하는 시간이 있었다. 수업 중간중간 기타 선생님인 B가 1:1로 도움을 주기도 한다. 


특히 시각장애인 크루들에게는 기타 줄을 하나하나 설명하면서 손의 위치를 세심하게 교정해 주어, 시각적인 정보 없이도 감각적으로 기타를 익힐 수 있도록 돕고 있었다. 수업이 끝날 무렵에는 새로운 코드와 다음에 배울 노래를 간단히 배우며 마무리되었다.

다들 배운 지 얼마 안 되었다고 했는데 너무 잘 하는 모습에 놀랍고 부러웠다. 꾸준한 연습만이 기타의 비결이라는데 나도 열심히 연습해야겠다.


떡볶이와 함께한 수다 타임


수업이 끝난 후, 기타 교실 선생님 B와 크루들과 함께 떡볶이를 먹으며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B는 평소 집과 외부에서 모두 음악 활동을 하다보니 팬이나 음악 업계의 비슷한 사람들만 만나 갇혀 있는 느낌이 들었고, 아트랩스는 만나지 못했던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 참여했다고 한다.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는 장애인 크루들과의 수업에서 잘 모르니까 “내가 잘 알지 못하는 포인트가 있지 않을까?” 하며 실수할까봐 걱정이 있었다고 한다. 나도 처음에 내가 잘 알지 못해서, 실수할까봐 걱정이 있었던 터라 공감이 되었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 없었다. 다를 게 없었기 때문이다. 


기타 수업의 경우 물리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동작들이 많아 장애 여부와 상관없이 누구나 서툴 수밖에 없다. 오히려 더 빠르게 배우고 있다. 물론 시각장애인 크루들은 악보를 볼 수 없으니 장애 특성상 직접 줄을 짚어주며 설명해야 하지만, 악기를 배우는 과정은 똑같다.





문화 소외에 대하여


아트랩스 프로그램에 참여한 크루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럽게 장애인들이 겪는 문화 소외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특히 C와의 대화가 그 계기가 되었다.

전맹 시각장애를 가진 C는 음악에 관심이 많아 기타 교실과 작곡 교실에 참여하고 있다. 실제로 콘서트도 몇 번 가보고 기타를 잠깐 배워본 적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여전히 문화 활동에 참여할 때 많은 어려움을 겪고는 한다. C는 사실 시각 장애인들이 무엇을 배운다는 것이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음악을 배운다거나 하는 일들은 1:1 레슨 문의조차도 시각 장애인을 가르쳐본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번 아트랩스 프로그램에서는 좋은 선생님들에게 잘 배울 수 있었고, 무엇보다 같이 근무하는 크루들과 함께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고 한다.


기타 교실은 악보를 볼 수 없으니 수업 시간에 배운 걸 잘 치지 않으면 하루 이틀 지나서 잊어버리게 되는데 그걸 기억해낼 방법이 없어 불편했으며, 작곡 교실은 보이스오버라는 화면 읽기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로직(작곡 프로그램)을 쓰는데 처음에는 조금 어려웠다고 한다. 그러나 처음이라 어려워한다는 것을 아신 선생님이 외부 시각장애인 작곡가들을 섭외해 알려주셔서 수월하게 배울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자신이 막연히 생각했던 음악에 한 발짝 다가선 것 같아 좋다고 말했다.


C는 “콘서트나 영화를 보러 가면 화면을 볼 수 없으니 소리로만 느껴야 해요. 하지만 그 소리만으로는 모든 걸 완전히 이해할 수 없죠. 화면 해설이나 현장 설명 같은 지원이 부족해서 문화 활동을 온전히 즐기기 힘들어요.”라고 말했다. 이처럼 비장애인에게는 일상적인 문화 경험이 장애인에게는 상대적으로 제한된 환경에 있는 경우가 많다. 우리 회사의 경우, 아트랩스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그 간격을 좁히려 노력하고 있지만, 사회적인 문화 소외의 격차는 여전하다. 


장애 특성상 어려운 점들을 인식하고 해소해 나간다면, 이를 뒷받침할 시설, 프로그램, 인식, 인적 지원 등이 이루어진다면 누구나 문화 활동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이 이런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변화가 필요하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겪는 작은 문화적 활동들도 소외되는 누군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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