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애인고용이야기 Sep 30. 2024

[인턴일기] "눈 떠보니 인턴이 되었습니다"

인턴십 첫날의 설렘과 혼란

일기를 시작하며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께.

카카오의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 사업장 링키지랩에서 일하는 인턴 하니입니다.

회사를 다니며 느끼는 점들을 솔직하고 담백하게 이야기하려고 해요. 누군가의 비밀 일기를 읽는다는 마음으로, 제가 느끼는 설렘과 혼란, 각종 에피소드와 생각들을 함께 나누며 새로운 시선을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두근두근 첫 출근

오늘 아침, 눈을 뜨고 나니 ‘내가 인턴이라고..? 첫 출근이라고..?’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설렘과 긴장이 교차하면서 어색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회사에 도착했다. 마치 새로운 학교에 입학한 첫날과 비슷한 마음이었다. 모든 게 낯설고, 앞으로의 업무가 어떻게 진행될지 두려움 반 기대 반이었다.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교육을 같이 들었던 타 부서 인턴들을 마주했다. 모두가 한 마음으로 떨려서 잠을 못 잤다고 했다. 스몰 토크를 하며 긴장이 풀릴 때쯤 주위 풍경을 보니, 라운지 내 TV에 입사를 환영한다는 문구가 반기고 있었다 . 뭔가 마음 한 켠이 따뜻해지는 느낌에 인턴 합격이 너무 기뻤던 첫 인상.


‘모두’를 위한 사무실

환영 인사와 함께 간단한 소개 후 오피스 투어가 시작되었다. 면접 때 한 번 보았던 사무실이지만, 이렇게 자세히 둘러보는 건 처음이었다. 전체적으로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한 깔끔한 디자인으로, 모두가 편리하게 일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성별, 나이, 장애, 언어와 관계없이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제품 및 사용환경을 만드는 모두를 위한 디자인이다)

개인적으로 평소 나는 유니버설 디자인에 관심이 많았다. 간혹 ‘유니버설 디자인’이라고 하면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큰 오해라고 말해주고 싶다. 타인과 나 모두를 위한 것이고, 우리는 모두 언젠가 노인이 되고 누구든 장애인이 될 수 있는데 이를 망각하고 사는 것 같다.

소소하지만 따뜻한 배려들


입구부터 턱이 없는 자동문, 점자블록, 휠체어 사용자를 배려한 널찍한 복도, 저시력자를 위한 고대비 디자인의 콘센트, 안전을 위한 모서리 쿠션과 엘리베이터 등 세심하게 신경 쓴 부분들이 눈에 들어왔다. 

보다보니 내가 요즘 가장 관심 있게 보는 길거리의 점자 블록이 떠올랐다. 최근 일부 지자체에서 심미적인 이유나 자전거 도로 설치 등의 이유로 점자 블록을 제거하는 곳들이 늘어난 걸 볼 수 있다. 늘려도 모자랄 판인데 줄인다니... 장애인의 이동권에 대한 더 많은 관심과 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사무실 내 장애인 화장실 외부 벽에 사용 여부를 알리는 등을 설치한 점이다. 이동이 불편한 분들이 화장실을 확인하기 위해 왔다 갔다 하지 않도록 배려한 디자인이다. 장애를 떠나 모두가 편하게 업무할 수 있도록 설계된 공간에서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와 배려심이 보였고 앞으로 일할 곳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이 들었다.



‘크루’들과의 만남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제일 먼저 만난 건 크루들이었다. (우리 회사에선 직원들을 크루라고 부른다) 파워 ‘I’라서 처음엔 어색하고 조금 낯설었지만 따뜻하게 맞아주시는 분위기에 금방 긴장이 풀렸다.

다 같이 점심을 먹고 라운지에서 D의 생일을 축하하는 작은 생일 파티가 열렸다. 사실 이때 조금 쇼크였다. 다들 ‘회사’하면 생각나는 이미지가 있을 텐데, 내 경우는 회사와 생일이라는 키워드의 매치를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영어 이름을 쓰면서 수평적이고 친화적인 문화를 유지하는 점과 함께 더 신선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마치 드라마에서 보던 풍경에 있는 내가 들어와 있는 느낌…? 다 같이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먹고 이야기 나누며 즐거운 점심시간을 보냈다.


점심시간에 대화를 나누다 보니, 출근하지 않은 크루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알고 보니 유연근무제와 재택근무제를 시행하고 있어서 모든 크루들이 매일 출근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이 제도 덕분에 각자 업무 스타일과 환경에 맞춰 일할 수 있었다. 특히 누군가는 재택근무를 선택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사무실에서 협업하는 걸 선호하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한가지 아쉬운 건 나는 일경험 인턴이기에 이 제도에 포함이 안된다ㅠㅠ


업무용 노트북이 생기다!!

첫날은 OJT(On-the-Job Training) 교육으로 가득 채워졌다. 회사 소개와 문화에 대한 설명부터 시작해, 장애인식 교육, 성희롱 방지 교육, 그리고 개인정보 보호 교육이 연이어 진행되었다. 이론적인 내용이 많아 자칫 지루할 수도 있었지만, 필수적인 주제들이었고 중간중간 예시나 상황을 들어 설명해주셔서 끝까지 집중할 수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업무용 노트북을 받았다!!!!

첫 직장에서 받는 첫 노트북이라는 점에서 기쁨과 설렘을 감출 수 없었다. 진짜 사회에 입성한 기분이랄까..? 이제 진짜 회사에 다니는구나 실감 났다. VPN을 설치하고 회사 협업 툴을 다운받으니 그 설렘은 배가 되었다. 모든 것이 새롭고 신기한 첫 날이었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해나갈지 인턴 생활이 기대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