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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소리 Sep 21. 2024

그리움. 또 그리움.

다시 돌아올 수 없음에 잊지 못할 가슴 진한 그리움

너의 아이들과 하루를 보내고 몇 주가 지났어.

아들들끼리는 아직도 같이 게임을 하고 통화도 하고 또 언제 만날 수 있냐고 묻는다.

같이 놀면서도 네가 지독하게 아꼈던 둘째가

내가 우리 둘째 딸을 놀아주는 걸 보며 멍하니 서있었는데 내가 어떻게 해줄 수 있는 게 없었었거든. 하루종일 오빠옆에 붙어 있다가 저녁쯤이 다돼서야 나한테 말도 걸고 장난도 치고 했었거든. 그리고 네가 쓰던 폰을 딸이 쓰던데 사진을 보여주다가 네가 검색해서 저장해놨던 풀리지 않는 매듭법 사진을 봤어. 보고 싶어서 본 건 아니지만 사진을 보여주다가 보게 되었는데 저걸 지워야 되나 망설였었다.

저게 계속 남아 있는다면 아이들이 어느 정도 컸을 때 아빠가 사고가 아닌 혼자 선택한 길이란 걸 알게 되면 큰 배신감을 느낄 것 같은데 내 폰이 아니기에 어떻게 할 수가 없었어. 저장된 날짜가 우리 둘째 돌 전날이더라고. 그때 네가 주말에 식사 같이하자고 했었는데 우리 돌잔치를 양가 어르신만 모시고 해서 못 불렀다고 했었는데 그때라도 얘기를 해줬으면 어땠을까 계속 생각이 나는 거야. 죄책감을 같지 않으려고 노력을 했는데 쉽지 않네.


우리 가족은 이번에 오사카 여행을 가. 네가 살아 있었다면 아마 두 가족이 같이 갔었겠지만.  어쩔 수 없음에 많이 아쉽네.

그리고 재수 씨는 하고 싶다던 커피숍을 개업했어. 한번 갔었는데 나는 솔직히 불안했어. 동생과 같이 동업을 한다고 하는데 둘 다 열심히이긴 하지만 사업을 잘 모르는 나는 상당히 불안한 마음이 컸어. 아무리 가족이라도 장사가 되지 않으면 투자한 돈과 적자가 날 경우에는 싸울 수도 있을 것 같았고 간이 수영장이 있는 예약제 커피숍인데 추울 때는 장사가 어떨까 생각도 들고 거리가 너무 멀어서 사람들이 많이 찾을까 싶기도 하더라고.

재수 씨는 살이 많이 빠졌고, 나를 부르는 호칭도 형부로 바뀌었네.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할 수도 없었고

잊고 열심히 살겠다는 걸 눈빛으로 말하고 있었던 것 같아. 그냥 눈빛에서 이야기하지 말았으면 하는 것 같았고 일을 열심히 하면서 잘하고 있다고 보여주려는 것 같아서 더 묻지 않고 아이들과 놀아주다가 왔어.

그 뒤로는 커피숍에 예약이 잘되고 장사가 잘되는지 하루에 한 번씩 예약창을 검색해서 보고는 하는데, 잘 모르겠어. 재수 씨가 한 선택이 잘한 건지.

 

아이들은 잘 크고 있고 아들 녀석은 살이 좀쪄서 잔소리를 많이 했네. 아빠처럼 축구선수가 되려면 살을 빼야 되지 않겠냐고,

아직도 씩씩하게 잘 웃는데 마음이 더 아프더라.


고민을 많이 하다가 질문을 했었어.

'아빠 안 보고 싶어?'

'....'

생각을 안 하고 싶었나 봐. 둘째는 아내에게 아빠가 많이 보고 싶다고 했다고 해서 아빠는 마음속에 항상 같이 있을 거라고 했다고 하는데 너무 안쓰럽고 불쌍했다.


내가 조카 같은 아이들이 불쌍해 보이면 안 되는데 불쌍해 보였어. 너의 아들이 우리 아들한테 많이 의지를 하는 것 같아. 네가 가는 마지막을 본 친구라서 더 그런가 봐.

우리 아들을 통해서 얘기를 듣는데 씩씩하게 잘 견뎌내고 있는 거 같아.

그래서 나는 절대 힘들어도 너랑 같은 선택을 하지 않아야겠다고 다시 한번 생각했어.

그때도 내가 너한테 절대 안 된다고 했던 이야기인데 니 선택은 그렇지 않아서 많이 원망스럽다.


가끔 우리는 우리 가족끼리 저녁에 맥주 한잔 하면서 이야기를 하는데, 너무 고마운 것뿐이었다.

재수 씨가 원망스러워서 잊고 지내고 싶었는데 아이들 때문에 쉽지 않네, 사진첩을 딸내미가 보여줬는데 일을 참 열심히 했더라. 그리고 우리 각자의 아이들이 성장했던 시절들이 사진첩에 잘 담겨 있더라. 내가 옮기고 싶었는데 내 폰이 아니어서 더 만지지 못하고 보여주는 사진만 보다가 많은 생각이 들었던 거야.


아버지가 아들한테 컴퓨터를 사주셨나 봐. 그렇게 얘기하더라고, 그런데 삼촌이 주로 게임을 한데. 아직 아들은 폰 게임을 더 많이 하니까 컴퓨터가 많이 필요 없는 것 같은데 할아버지가 손주들이 많이 생각나시나 봐.

그래도 비싼 선물을 신경 써서 해준 거 보니까.

니 여동생한테 우리 아이들 사진을 보내주고 잘 지내고 있다고 얘기해줬어.

내가 너한테 받은 만큼은 해줘야 되는데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많이 없어서 미안한 마음이 크네.

거기에서는 아픈 것도 없고, 고민도 없고, 시간도 많고 그렇지?

다시 우리가 있는 곳으로 올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누구한테도 양보하지 말고 내려와 줬으면 좋겠어. 단 하루정도 많이라고

휴가나 여행 삼아 내려와도 좋을 것 같은데.

지난번에 우리 가족이 필리핀 갔을 때 동시에 꿈을 꿨던 것처럼 우리가 이번에 일본에 여행을 갈 때도 꿈에라도 같이 와줬으면 좋겠다.


마음을 정리해 나가는 게 이렇게 쉽지 않을 거라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많이 어렵네.

네가 살아냈던 힘든었던 시간들을

나와 우리 가족들은 행복한 시간이 돼서

쉬는 날이 빨리 가는 게 아쉽고, 여행계획을 세우는 게 많이 미안하고, 좋은 음식을 먹을 때도 미안하고, 가끔은 네가 끓여줬던 라면이나 구워줬던 고기들이나 생각이 많이 난다.


우리 아들은 너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 조용히 마음속으로 얘기한데. 네가 대단하다고 항상 칭찬해 줬던 게 큰 힘이었나 봐, 좋은 일이 생기거나 상을 받았을 때 꼭 너한테 기도를 하면서 얘기한다고 하더라고.


하늘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너한테

너무 원망스럽고 보고 싶고 고마웠던 마음을 가득 담아 보낸다.

추석을 지내고 나니 많이 생각이 나더라. 오늘부터는 정말 더웠던 날씨가 아니고 쌀쌀한 공기 탓에 한번 더 생각이 났다.

항상 행복한 일들만 있었으면 좋겠다.

여기서 힘들었던 것들은 툴툴 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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