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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흰 백 Apr 21. 2024

간결

간결한 말을 하는 사람이

간결한 글을 쓰는 사람이

간결한 삶이 부럽습니다.


워낙에

구구절절

끄적이기를 즐겨하고

뭐든 오래오래

꼼꼼히

들여다보는 터라


줄이고 줄여도

글은 늘 꼬리를 늘어뜨리고

뱉은 말들은

공중에 공명하여

여기저기 부딪히더군요.


늘어진 꼬리가 질질 끌려

먼지를 뒤집어쓰고

공명했던 언어들이 유리에 반사되어

세상을 투명히 두고도

튕겨 나온다는 생각이 들 때


뿌리고픈 글자들과

퍼트리고픈 말들을

꾹꾹 담고 눌러서


노트를 펼치고

점 하나를 찍은 후

덮습니다.


. 점 모양 역린입니다.


어떨 때는

두 흰자에 박힌 검은 점 두 개로

간결하게

생각을 전하는 사람을

마주하곤 합니다.


그러니까 저라면

줄줄이 나열하고 매듭지어

어렵게 전할 말들을

그들은

두 눈에 점을 찍고

그대로 덮어 버린다는 말입니다.


깜빡임으로

말을 한다는 말입니다.


그럴 때 저는 글 쓰는 까막눈이며

수다 떠는 실어증이 됩니다.

그동안 길게 주욱 늘어놓았던

모든 말과 글이

움직이는 점 두 개 앞에서

유약하고 초라해집니다.



지나와버린 몇 천 개의 하루들이

초라하고 지저분하게 느껴집니다.


글을 쓰다가도 다 지워버리고

.

하나만

.

남겨두어

....... 로 요약되는


일주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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