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숙박업소가 아니에요…
평소처럼 근무를 하다가 호출을 받고 들어갔더니 70대로 보이는 할머니 환자분께서 도움이 필요하시다고 하셔서 부르게 된 거라고 한다. 상황을 듣자 하니 수납하고 퇴원하면 되는 부분인데 하필 시간대가 밤이기도 하고 환자 본인은 밤에 눈이 잘 안 보이고 집 가는 게 무섭다고 하여서 하루만 여기서 지내면 안 되냐고 양해를 구하셨다. 여기까지는 큰 문제는 없다고 생각할 수는 있겠지만 문제는 병원 사정도 있었고 자리가 비워져야 다른 환자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은 어렵다고 하자 막무가내로 여기서 자고 아침에 가겠다고 고집을 세우는 것이다. 나도 그렇고 의료진 선생님들도 난감한 상황.. 어떻게든 설득해서 귀가하기로 하셨다.
거동이 불편해하셔서 휠체어에 태우고 원무과로 수납하러 모시게 되었고 수납은 완료했고 처방받을 약을 찾으러 가야 하는 상황. 일단 환자분께 대기실에서 기다리시면 약국 가서 처방받고 오겠다 하고 약국으로 향했다. 잠시 자리를 비우고 약국 가서 처방받으려고 약사 선생님께 처방전을 넘겼드렸었다. 그러나 처방받을 약이 없다고 그냥 가도 된다는 대답을 듣고 환자분께 대신 전달드렸지만, 왜 약이 없냐고 나한테 따지는데 처방받을 필요가 없다는 걸 내가 어떻게 답해드려야 할지… 친절하게 약국을 가니 약을 처방 안 받아도 된다고 전달받았다니까 작은 목소리로 약이 있어야 안 아픈데라고 반복해서 대답했다. 이제 집으로 귀가하실 차례다. 원래라면 우린 택시를 따로 불러주지 않고 내원객 재량으로 가는 걸로 해야 하지만 귀가까지 도움이 필요하실 거 같아서 환자분께 주소를 여쭤봤지만 모르신다고 하셨다. 2차로 난감한 상황이었지만 당황하지 않고 원무과 선생님께 주소 조회를 요청드리고 스마트폰으로 검색하고 로드뷰로 환자분께 보여드리고 여기가 맞는지 여쭤보니까 맞다고 하셔서 택시를 불러드리고 겨우 보내드렸다.
그냥 가시면 안 돼요!
방문한 내원객이 유독 적은 날이었다. 여느 때처럼 퇴원하거나 보호자만 퇴실하게 되면 출입증을 반납처리하는 일도 내 업무 중 하나다. 출입증 반납처리 업무를 보다가 퇴원서류와 함께 환자하고 같이 나오는 거 보아하니 퇴원하는 내원객인 거 같아서 평소대로 하다가 내원객의 방향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원무과로 향하지 않고 갑자기 응급실 정문으로 나가는 것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급하게 뛰쳐나가서 약 처방받으러 가시냐고 여쭤보니 맞다고 하여서 수납부터 하고 가셔야 한다고 친절하게 설명드리니 보호자분께서 당황하셔서 “수납부터 먼저였어요? 어머.. 죄송해요 몰랐어요.” 하고 민망한 표정으로 원무과로 달려가셨다. 그러고 나서 친한 원무과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수납 안 하고 도망가신 줄 알았다고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해프닝은 끝났다.
출근해서 운동했던 이야기
초가을쯤에 있었던 일이었다. 기존에 있던 주간 직원이 개인 사정으로 그만두게 되고 새 직원이 채용되었지만 ‘신임경비 이수증’을 수료하기 위해 야간 근무자 중에서 교육받는 3일 중 하루 씩 특근으로 나와서 근무하게 된 상황이었고 교육 이틀 날에 내가 특근을 나오기로 결정되었다. 입사 후 첫 주간 근무이자 오랜만에 하는 주간 근무인 만큼 상쾌한 마음으로 준비하고 출근했다. 출근하고 나서 야간 근무자에게 인수인계를 받는데 주간에 다른 병원으로 환자 한 분이 다른 병원으로 전원 갈 예정이라고 하셔서 참고하고 근무에 투입하게 되었다. 주간에는 팀장님과 둘이서 근무를 하게 되는데 처음에는 긴장되고 주간인 만큼 주변에 보는 눈들이 많아서 행동을 조심했지만 팀장님께서 오히려 편하게 근무할 수 있게끔 챙겨주셨다.
(※다른 병원으로 전원을 간다는 말은 병원을 옮긴다는 뜻이다.)
인수인계를 받은 대로 환자분은 다른 병원으로 전원가게 되었지만 특수 장비를 설치해야 해서 준비하는데 시간이 걸렸었다. 준비가 끝나고 출발하였으나 갑자기 간호사 선생님께서 다급히 나와서 서류에 사인을 안 받으셨다고 하자 다른 간호사 선생님께서 급하게 달려 나가시는 거 보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나도 달려 나갔다. 간호사 선생님께서 힘들어하시는 거 같아 내가 전력질주로 뛰어가서 겨우 멈춰 세우고 간호사 선생님을 불러서 사인받으시면 된다 하고 마무리는 지었다. 잠시 숨을 고른 사이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은 대부분 나에게 집중되어 민망했었고 주차관리하는 직원분께서 무슨 일이냐고 여쭤보셔서 사인을 못 받으셨다고 하니.. 약간의 웃음과 함께 별일이 다 있다고 하시고 그렇게 하여 주간에 있던 해프닝은 끝나게 되었다. 여담으로 팀장님께서 달리기 엄청 빠르다고 칭찬까지 해주셨다.. 다음에도 이런 일이 또 있을까..?
난 보안요원이자 인간 번역기
저번 편에서 언급했듯 내가 근무하는 지역은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대부분 중국과 동남아 중동 쪽이 많지만 그 외에 서양 출신인 외국인들도 보기도 한다. 평소에 영어와 일본어 회화가 간단하게 가능했던 나는 외국인 내원객이 소통의 어려움이 있을 때 영어가 가능하면 내가 답 할 수 있는 부분은 대신 번역해서 전달드리거나 어려울 경우에는 번역기를 쓸 때도 있다. 그때 당시에 짧았지만 일본인 내원객이 과연 올까라고 생각하던 도중에 일본인 내원객이 오셨다. 환자는 애기였고 부모가 내원객으로 왔어서 한 명밖에 못 들어간다는 걸 설명드리고 어머님께서 들어가시겠다고 하자 한국어를 못하신다고 하셔서 내가 일본어로 대신 안내해 드렸던 일이 있었다. 내 간단한 일본어를 유창하게 하는 모습을 보고 아버님께선 감탄하시면서 일본어 엄청 잘하신다고 칭찬하셔서 부끄러웠지만 보람찼던 일이 있었다. 역시 외국어를 익혀두면 도움 될 때가 있다는 걸 크게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