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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센트 Mar 30. 2024

누군가가 하면 좋지 아니한가?

이번 에피소드는 내가 겪어왔던 내원객들의 이야기가 아닌 이 일을 하면서 지금까지 느껴왔던 내 생각을 풀어볼 것이다. 지금 내가 일하는 근무지는 대학병원의 응급실이다. 알다시피 응급실 특정상 연중무휴에 24시간이다. 의료진 선생님들은 3교대로 야간에 투입하는 선생님들도 계시고 또한 수납과 행정 쪽을 맡고 계시는 원무과 선생님들도 나와 같은 야간 고정인 선생님들도 많이 계신다. 특히, 나는 의료진 쪽보다는 원무과 선생님들과 소통을 많이 하는 편이고 실제로 아침에 퇴근하면 시간 맞는 선생님들끼리 조촐하게 회식하는 경우도 생긴다. 입사 동기이자 처음으로 친하게 지내기 시작한 원무과 선생님들하고 회식하면서 나눴던 대화가 생각났다. 그 선생님은 타 대학병원 출신이고 경력직이다 보니 전 근무지의 분위기와 지금 근무지의 분위기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셨다.


“전에 일했던 곳은 원무과, 간호사 쌤, 그리고 쌤처럼 보안요원 셋이서 삼박자 이루면서 서로 도와주는 분위기였는데 여기는 너무 개인플레이 같아서 칙칙해요. 그래도 쌤 같이 사교성 있는 직원이 있어서 다행이에요.”


확실히 그분이 말씀하신 부분은 나도 공감하고 있었다. 처음 입사했을 당시에 팀장님과 함께 근무하시는 선생님들께 인사드리면 대부분의 반응들이 무덤덤했었다. 뭐 처음이라 그럴 수도 있겠다 싶어서 별생각 없이 넘어갔지만 간혹 내가 도움을 요청하면 안 도와주시는 분들이 몇몇 계셨기도 했어서 공감했다. 그렇다고 해서 나도 의료진 선생님들이나 다른 행정직 선생님들의 부탁을 안 들어주기엔 똑같은 사람이 되기 싫어서 도움이 필요하면 내가 자발적으로 나서는 경우가 많았었다. 물론, 업무가 업무다 보니 의도치 않은 도움을 줄 때가 많지만 감사하다는 말을 못 들어도 나로 인해서 응급실에 오신 내원객이나 의료진 선생님들 그리고 직원 선생님들의 업무가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는 거만으로도 큰 위안이 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앞서 서술한 원무과 선생님의 말씀처럼 개인플레이 같은 칙칙한 분위기 속에서 일하기 싫은 성격도 있기도 했고 누군가가 해주면 좋겠다의 대상이 내가 되었다는 느낌이랄까..? 물론 타의적인 부분도 있지만 자의적인 부분이 컸기에 지금처럼 같이 일하는 선생님들과 소통을 할 수 있게 된 거 같다.


솔직히 말해서 지금 직업은 오래 할 생각은 없고 본래 직업이었던 디자이너로서 복귀가 가능할 때까지 다닐 예정이다. 복귀 준비하면서 보안요원으로서의 업무를 소홀히 할 생각은 없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께서 모든 일에 최선을 다 하라는 진심 어린 말씀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책임감을 강하게 가지고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보안요원으로서의 나와 복귀를 노리는 디자이너로서의 나는 오늘도 응급실의 밤을 최선을 다해 지킬 것이며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달려가서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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