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처럼 환자나 보호자가 우리 쪽 의료진이나 직원들과 싸우는 경우도 많지만, 간혹 가다가 환자와 보호자끼리 싸우는 경우를 보게 된다. 경우에 따라서 원활한 진료를 위해 환자와 보호자를 분리시키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기 마련이다. 이번 편은 환자의 상태가 심각한데도 불구하고 보호자인 아내와 부부싸움 했었던 부부 내원객의 이야기이다.
내가 근무하는 지역은 아시아와 중동 쪽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내원객의 절반이 외국인일 정도로 많이 방문한다. 외국인이 내원한다 해서 별 다를 바 없이 평소대로 응대하면 그만이고 굳이 추가적인 요소가 따라온다고 한다면 언어적인 문제다. 나는 영어와 일본어를 간단한 회화가 가능했기에 이 두 언어가 가능하면 원활하게 소통이 가능했지만 그 외의 언어밖에 못하면 결국 번역기를 이용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평소처럼 구급차를 타고 온 내원객을 응대하는데 이번에는 중국인 내원객들이었다. 다행히 한국어가 가능해서 보호자분께 접수 안내 도와드렸고 환자분이 문진 보는 동안 의료진 선생님 근처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상황을 보아하니 동네에서 싸움이 일어났었는데 복부에 칼을 맞아서 내원하게 되었다고 한다. 영화에서만 듣고 봤었던 상황을 실제로 접한 건 이 날이 처음이었다. 여기까지는 괜찮았는데 사건은 진료센터에 들어가고 나서 생겼다.
“치료 안 받고 그냥 집으로 갈게요.”
누가 봐도 출혈은 심하고 거동조차 불편해 보였는데 환자는 자신의 고집을 세우며 진료를 거부하고 집으로 가겠단다. 의료진과 보호자가 설득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집으로 가겠다고 우기는 상황이었고 보호자도 이런 상황을 많이 접하고 참았는지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환자에게 화내기 시작했다. 그 상황에서 서로 욕설이 오가고 있으니 다른 내원객들에게 불편을 받지 않도록 싸움을 말렸다. 싸움을 제지했지만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환자가 막무가내로 링거를 뽑으려고 했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난 급하게 뛰어가서 의료진 선생님께 링거 뽑으려고 한다고 다급히 소리쳤다. 그러자 여러 의료진 선생님들은 달려갔고 간신히 말렸다. 또 우려했던 부분이 발생한 게 환자가 고집을 다시 세우자 보호자도 화내기 시작했고 또다시 부부싸움을 하기 시작했다. 환자는 기어코 링거를 직접 빼고 막무가내로 나가기 시작했고 아수라장이 되었고 이건 우리 팀 내에서 감당이 안 돼서 난 경찰에 긴급출동을 요청드렸고 병원 본관에 있는 안전요원 선생님까지 호출하였다.
이제는 환자와 보호자가 손찌검까지 하려고 하자 결국엔 그 둘을 분리시켰고 분리시켰는데도 욕설이 자꾸 오가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감당이 안 되겠다 싶을 때 경찰관분들과 본관 안전요원 선생님께서 도와주러 오셨고 일단 환자부터 부탁드린다 하고 난 보호자분을 달래주기 시작했다. 많이 지쳤는지 보호자분은 울기 시작했고 환자분이랑 더 이상 같이 못살겠다고 하면서 나한테 울분을 토했고 나한테 도움을 주셔서 고맙다고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결국에는 환자는 자의 퇴원서(일명, 자퇴서)라는 걸 작성하고 퇴원하게 되었다. 본래라면 진료를 받고 가야 하지만 치료받을지 말지는 환자의 의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보호자분도 포기하셨는지 자의 퇴원서를 작성하는데 말리지도 않으셨다. 경찰과 동행 끝에 둘은 귀가하였고 상황은 마무리되었다. 그 몸 상태로 화낼 힘이 있는 거 보면 진짜 치료는 필요 없었으려나 하는 약간의 생각이 들었었다. 자칫하다간 위험했을 뻔한 사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