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스타 인터뷰 1편
이 인터뷰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인터뷰는 자연스럽게 반말로 진행되었지만, 여러분이 읽기 편하도록 존댓말로 재구성했습니다. 또한, 직업별로 1편과 2편으로 나누어 연재될 예정입니다. 전문적인 직업 분석이나 심층 취재가 아니라,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를 담은 가벼운 인터뷰입니다.
특정 직업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이런 삶을 살고, 이런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구나." 하는 점을 자연스럽게 알아가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결국, 이 인터뷰는 사람 사는 이야기입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신 분들은 모두 제 지인들입니다. 인터뷰이의 신상 정보(이름, 근무지 등)는 공개하지 않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기록이며, 허락 없이 다른 곳에 가져가거나 재사용하지 말아 주세요.
1.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바리스타로 일한 지 이제 2년 차에 접어들었어요. 요즘은 제 손에서 나오는 라떼가 제일 맛있다는 소리를 들을 때 가장 뿌듯하죠. 라떼 하나만큼은 기똥차게 뽑는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
2. 이번 인터뷰에 어떻게 참여하게 되셨나요?
예전에 인터뷰어랑 같은 회사에서 1~2년 정도 함께 일했어요. 심지어 바로 옆자리에 앉아 있었고, 사무실 자리를 옮긴 뒤에도 또 옆자리에서 같은 업무를 맡게 됐죠. 그렇게 자연스럽게 가까워졌고, 지금까지도 연락하며 지내왔어요. 그러던 중에 인터뷰 제안을 받았고, 흔쾌히 참여하게 됐습니다.
3. 어떤 계기로 바리스타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되셨나요?
사실 처음부터 바리스타가 꿈이었던 건 아니었어요. 집 근처 카페에 어머니랑 같이 갔다가, 갑자기 “여기 사람 구해요?”라고 물어보신 거예요. 저는 어머니 지인이신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웃음) 근데 마침 구한다고 하셔서 얼떨결에 면접에 가게 됐고, 그렇게 시작하게 됐어요.
4. 어릴 적 꿈이 바리스타와 관련 있었나요?
전혀요. 어릴 때 꿈이랑은 완전히 다른 길이에요. 다만 어머니가 바리스타 자격증을 갖고 계셔서, 커피에 관한 얘기를 자주 들으며 자랐거든요. 그래서인지 카페나 바리스타라는 일에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마음이 열린 상태였던 것 같아요.
5. 바리스타로 일한 지 얼마나 되셨나요?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이제 2년차 바리스타예요. 처음엔 그냥 한두 달 해보려고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 생각보다 재밌고 잘 맞더라고요. 어느새 2년째 라떼 뽑고 있습니다.
6. 바리스타가 되기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것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사실 되기 전에 뭔가 특별히 준비한 건 없었고, 오히려 되고 나서 많이 준비했어요. 일단 바리스타는 일머리가 좋아야 해요. 그 ‘일머리’ 안에 진짜 많은 게 들어가 있거든요. 이 매장에 있는 이상 난 무조건 1인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초반에 레시피들 전부 외우고, 테스트하고, 공부하고… 진짜 일주일 넘게 그렇게 살았어요. 집중력 키우려고 하고, 시야도 넓히려고 노력 많이 했고요. 그래야 손님도 보고 동선도 보고 전체 흐름이 보이니까요. 그렇게 하다 보니 1인분 몫은 빠르게 해내게 됐죠.
7. 현재 일하고 계신 카페는 어떤 곳인가요? 분위기나 콘셉트도 함께 알려주세요.
지금 일하는 카페는 2층까지 있어서 엄청 넓어요. 그래서 그런지 개방감이 진짜 좋고요. 전체적으로 따뜻한 분위기예요. 손님들 사이에선 ‘카공하기 좋은 카페’로 많이 알려져 있어서, 노트북 들고 오는 분들도 많고 조용하게 책 읽는 손님들도 많아요.
8. 현재 일하고 있는 카페의 하루 일과는 어떻게 흘러가나요?
출근하면 유니폼 갈아입고 바로 청소부터 시작해요. 그다음엔 음료 만들고, 또 청소하고… 그걸 계속 반복하죠. 진짜 청소를 얼마나 많이 하는지, 가끔은 내가 청소업체 직원인가 싶을 정도예요. 일과 전체적으로 보면 청소 → 음료 → 청소 → 음료… 이런 루틴이에요.
9. 바쁜 날과 한가한 날, 각각 어떤 분위기인지 궁금해요.
바쁜 날엔 그냥… 이대로 딱 죽었으면 좋겠다 싶은 심정이에요. 진짜로요. 요즘 날씨도 더워지다 보니 쉐이크 같은 음료 많이 나가는데, 블렌더가 두 개뿐이거든요? 근데 네 명이서 각자 다른 음료 시키면, 하나 만들고 씻고 또 만들고 또 씻고… 그걸 계속 반복해야 하니까 정신이 없어요.
반대로 손님이 없을 땐 또 그 나름의 긴장감이 있어요. 진짜 지독한 진상들이 오거든요. 질문만 서른 개쯤 하는 사람, 혼자 화내는 사람… 바쁠 땐 오히려 말도 안 거는데, 한가하면 괜히 컴플레인 걸릴까 봐 더 긴장돼요.
10. 카페에서 바리스타 외에도 담당하고 있는 일이 있다면요?
청소요. 진짜 청소 말곤 없는 것 같아요. 사실 청소가 대부분인 느낌이에요. 손님 없을 때도 쉬는 게 아니라 계속 바닥 닦고 테이블 닦고, 화장실 체크하고… 거의 청소업체 느낌으로 일하죠.
11.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의 분위기는 어떤가요?
작년 이맘때쯤 같이 일했던 동료들은 진짜 좋았어요. 지금은 매장을 옮기고 나서 대부분이 저보다 연차 높은 상사들이라 솔직히 말하면 좀 비위 맞추는 게 힘들죠. 그래도 그 안에서 나름 살아남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분위기 따라 일할 맛이 나는 것도 사실이라 더 신경 쓰게 되는 것 같아요.
12. 현재 일하는 카페에 대한 만족도를 10점 만점으로 표현한다면 몇 점인가요? 그리고 그 이유는요?
7점이요. 일의 고됨 때문에 3점은 깎았어요. 진짜 일이 너무 많고 너무 힘들거든요. 근데도 7점을 준 이유는... 내가 그만큼 일을 잘한다고 생각하니까요. 내가 아니면 안 돌아가는 느낌? 하하. 그래서 그 정도 점수는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13. 바리스타라는 직업에 대한 만족도는 어떤가요?
10점이요. 진심이에요. 라떼 만들 때 부드러운 거품을 잘 뽑아야 하거든요. 차가운 피처에 차가운 우유 넣고, 손목 각도까지 딱 맞춰서 만들어야 되는데 그게 잘 됐을 때 오는 희열감이 진짜 대박이에요.
특히 손님이 주문 전에 “카푸치노 거품 부드럽게 부탁드려요”라고 말하면, 그 기대를 만족시켜 드리는 게 너무 좋아요. 음료 드시고 웃으면서 나가시는 거 보면 진짜 뿌듯하죠. 컵 다 비우고 수거할 때 보면 기분 최고예요. '아 오늘도 잘했다’ 이런 느낌!
14. 일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역시 거품 만들 때 손님들이 진짜 만족스러워하는 표정 보여줄 때요. 특히 라떼나 카푸치노 주문할 때 “거품 부드럽게 부탁드려요” 이런 요청이 들어오잖아요?
그럴 때 진짜 신경 써서 만들고, 손님이 한 입 딱 마신 다음에 고개 끄덕이거나 미소 지으면… 아, 그 순간이 제일 보람차요. “내가 잘했구나” 싶고, 괜히 힘이 나요.
15. 반대로 가장 힘들다고 느끼는 순간은요?
손님한테 컴플레인 받았을 때요. 이게 단순히 “아, 힘들다” 이게 아니라… 마음이 아파요.
제가 제 일에 프라이드가 좀 있는 편이거든요. 진짜 정성 들여 만들었는데, 손님이 뭔가 불만을 표현하면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나요. 몸이 힘든 건 좀 쉬면 괜찮아지는데, 이런 말 한 마디는 하루 종일 마음에 남아요. 오래가요.
다음 주 목요일에는 또 다른 흥미로운 이야기가 담긴 인터뷰 2편이 이어지니 놓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