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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 위의 자부심,
2년 차 바리스타의 손끝 이야기

바리스타 인터뷰 2편

by 팬지

★ 인터뷰를 읽기 전에

이 인터뷰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인터뷰는 자연스럽게 반말로 진행되었지만, 여러분이 읽기 편하도록 존댓말로 재구성했습니다. 또한, 직업별로 1편과 2편으로 나누어 연재될 예정입니다. 전문적인 직업 분석이나 심층 취재가 아니라,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를 담은 가벼운 인터뷰입니다.


특정 직업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이런 삶을 살고, 이런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구나." 하는 점을 자연스럽게 알아가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결국, 이 인터뷰는 사람 사는 이야기입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신 분들은 모두 제 지인들입니다. 인터뷰이의 신상 정보(이름, 근무지 등)는 공개하지 않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기록이며, 허락 없이 다른 곳에 가져가거나 재사용하지 말아 주세요.


16. 고객과의 소통에서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게 있나요?

말투요. 진짜 말투 하나에도 신경 많이 써요.


17. 기억에 남는 손님이나 에피소드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그날 정말 정신없이 바쁜 날이었어요. 너무 힘들어서 솔직히 좀 퉁명스럽게 응대한 것도 있었는데, 어떤 손님이 앱 사용법을 물어보시길래 짧게 설명만 드렸거든요.

그분이 계산 마치고 나가시기 전에 갑자기 휴대폰을 보여주시더라고요. “저 리뷰 썼어요, 너무 친절하셔서요” 하면서 네이버 리뷰 화면을 딱 보여주고 가셨어요.

그 순간 멍했죠. ‘내가… 친절했다고?’ 솔직히 내 입장에선 그냥 퉁명스러웠다고 느낀 응대였는데, 그런 말을 들으니까 죄송하고 또 감사하고... 마음이 참 이상했어요. 그래서 아직도 그분이 기억에 남아요.


18. 다른 카페를 방문할 때, 직업병처럼 유심히 보게 되는 포인트가 있을까요?

완전 있어요. 제일 먼저 라떼 거품부터 봐요. 스팀을 제대로 쳤는지, 거품이 부드럽게 잘 올라갔는지 유심히 보게 돼요. 그리고 컵에 들어간 음료 양도 체크하게 되더라고요.


19. 본인이 가장 자신 있는 메뉴는 무엇인가요?

카푸치노요. 제가 제일 자신 있는 메뉴예요. 거품을 얼마나 부드럽게 올리느냐가 관건인데, 저는 그거에 꽤 진심이에요.

손님들이 딱 한 입 마시고 표정이 살짝 바뀌는 걸 보면, ‘아, 잘 나왔구나’ 싶어요. 말 안 해도 표정 보면 알 수 있잖아요. 그런 순간이 제일 뿌듯해요.


20. 커피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원두 추출 방법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특히 템핑이요.

원두를 그라인더에 갈고 템퍼로 눌러주는 걸 템핑이라고 하는데, 이게 생각보다 예민해요. 힘을 너무 세게 주면 샷이 너무 진하게 나오고, 반대로 살살 누르면 연하게 나오거든요. 적절한 힘으로 잘 눌러서 딱 황금 시간대인 25초 정도에 추출이 되면, ‘아 내가 잘했구나’ 싶어요. 그 짧은 시간 안에 완성도가 딱 느껴지는 순간이라 기분 좋아요.


21. 일하면서 쌓인 노하우나 본인만의 팁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손저울 기가 막혀요. 얼음 몇 그램, 우유 몇 그램, 거의 감으로 맞힐 수 있을 정도로 늘었어요. 그람 수 딱딱 맞출 수 있을 때 은근 뿌듯하거든요.

그리고 일하다 보니 아구힘도 늘어서 트레이에 음료 여러 잔 한 번에 싹 가져오는 것도 이제는 거뜬해요. 예전에는 진짜 하나 들고 낑낑댔는데… 지금은 손에 착 감기는 게 제법 프로 같죠.


22. 바리스타 일을 하면서 느낀 본인만의 성장이나 변화가 있을까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대면하면서 일하다 보니까, 말하는 센스랑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확실히 는 것 같아요. 예전엔 그냥 내 말만 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어떻게 해야 내 의사를 이 사람에게 찰떡같이 전달할 수 있을까? 그걸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응대할 때 말투나 태도도 조금씩 조율하게 되고요. 그런 부분에서 스스로 많이 성장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23. 서류나 컴퓨터 작업이 아닌, 손으로 직접 만드는 일이라는 점에서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면요?

이 일의 가장 큰 매력은 ‘액티브’하다는 거예요. 사실 예전에 사무일도 해봤는데, 사무직은 아무래도 정적인 부분이 많잖아요. 근데 바리스타 일은 완전 반대예요. 시시각각 퀘스트처럼 새로운 주문이 날아오고, 손으로 뭔가 계속 만들고 움직이니까 진짜 활동적인 느낌이 들죠. 그런 점이 저한텐 되게 잘 맞는 것 같아요. 물론 너무 바쁘면 사무적인 일도 그리워지긴 해요. 하하.


24. 바리스타를 준비 중인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요?

일단 덤벼봐야 해요. 뭐라도 해봐야 자기 스타일이 뭔지도 알 수 있고, 맞는지 아닌지도 감이 오거든요. 레시피는 진짜 열심히 외우고, 많이 만들고, 계속 연습하세요. 그리고 눈치! 눈치 진짜 중요해요. 매장 돌아가는 흐름을 읽을 줄 알아야 하니까요. 자격증 없어도 커피 내리는 데 아무 문제 없어요. 특히 커피 프랜차이즈에서 일하게 되면 그 회사만의 교육이 있으니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자신 있게 도전하세요!


25. MBTI는 무엇인가요? 본인의 성격이 이 일과 잘 맞는다고 느끼시나요?

ESTJ입니다. 저는 이 성격이 바리스타 일이랑 잘 맞는다고 생각해요. 사람을 많이 만나는 일이다 보니 외향적인 성향이 도움이 되고, S(감각형)이라 현실적인 것도 업무에 잘 맞아요. 그리고 T(사고형)인 덕분에 감정적으로 휘둘리지 않고 응대할 수 있어서 좋아요. 손님 응대는 하루에 수십 번, 수백 번씩 하다 보니까 매번 공감해 줄 수는 없거든요. 너무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오히려 힘들 수도 있어서 제 성격이 이 일에 딱이라고 느껴요.


26. 커피 외에 요즘 관심 가지는 분야나 취미가 있다면요?

솔직히...없어요. 일 끝나면 그냥 쉬고 싶어요. 에너지 다 써서 다른 거 할 여력이 없습니다. 지금은 커피랑 카페 일에만 집중하는 중이에요.


27. 바리스타로서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본사로 스카웃되는 거요! 실제로 점장 달고 본사로 스카웃된 분을 봤거든요. 나도 그런 기회가 오면 잡고 싶다는 생각 많이 해요. 지금은 열심히 일하면서 그런 가능성을 만들어가는 중이에요.


28. 언젠가 본인만의 카페를 차리고 싶은 생각이 있으신가요?

솔직히 말하면... 지금 같은 경기 상황이라면 안 차리고 싶어요. 카페 시장 자체가 너무 포화 상태고, 진짜 살아남기 힘든 구조거든요. 열정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일하면서 더 느꼈던 것 같아요. 지금은 그냥 현실적으로 보고 있어요.


29. 앞으로 이 일을 얼마나 더 하고 싶은지, 혹은 다음 계획이 있다면요?

바리스타 일은 보람도 있고 재미도 있지만, 솔직히 말해서 평생 하고 싶진 않아요. 제 목표는 5년 안에는 관두는 거예요. 체력적으로도 힘든 부분이 많고, 앞으로는 좀 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싶어서요.


30. 오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일을 돌아보셨는데,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유롭게 부탁드려요.

사실 저는 이렇게 제 일을 길게 말해본 적이 없어서, 인터뷰하면서 스스로에 대해 많이 돌아보게 됐어요. ‘아, 내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구나’ 하고 새삼 깨닫기도 했고요. 덕분에 좋은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다음 인터뷰의 주인공은 ‘편의점 물류센터 사무직 직원’입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주 목요일에 올라올 인터뷰 1편에서 확인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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