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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먼저 다가오는 선생님

15년차 외국인 영어 교사 인터뷰 2편

by 팬지

★ 인터뷰를 읽기 전에

- 이 인터뷰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인터뷰는 자연스럽게 반말로 진행되었지만, 여러분이 읽기 편하도록 존댓말로 재구성했습니다. 또한, 직업별로 1편과 2편으로 나누어 연재될 예정입니다. 전문적인 직업 분석이나 심층 취재가 아니라,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를 담은 가벼운 인터뷰입니다.


- 특정 직업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이런 삶을 살고, 이런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구나." 하는 점을 자연스럽게 알아가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결국, 이 인터뷰는 사람 사는 이야기입니다.


- 인터뷰에 응해주신 분들은 모두 제 지인들입니다. 인터뷰이의 신상 정보(이름, 근무지 등)는 공개하지 않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기록이며, 허락 없이 다른 곳에 가져가거나 재사용하지 말아 주세요.


16. 영어 교사로서 수업을 준비할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학생들이 흥미를 잃지 않도록 수업 자료에 변화를 주는 편이에요. 같은 문법이나 표현이라도 주제를 바꾸거나 게임 요소를 넣어서 집중할 수 있게 하죠. 인터뷰이도 제가 어떤 스타일로 수업하는지 봐서 알겠지만, 제 수업 진짜 재밌어요. 단어 외우는 활동 하나도 지루하지 않게 만들려고 항상 고민하거든요. 뉴스 클립을 가져오기도 하고, 드라마 대사를 활용하기도 한답니다.


17. 수업 중 예기치 않은 돌발 상황이 생기면 어떻게 대처하시나요?

다양한 성격의 아이들이 있다 보니 돌발 상황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어요. 집중이 안 되거나 친구와 다툼이 생기는 경우도 있고요. 그럴 땐 일단 아이들 감정을 먼저 살피고, 잠깐 수업 흐름을 바꿔서 분위기를 전환하려 해요. 가볍게 웃을 수 있는 질문을 던지거나 아이들이 직접 나와서 활동하도록 하면 다시 집중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상황을 무작정 끌고 가기보다는, 아이들의 반응을 읽으면서 수업을 유연하게 운영하려고 해요. 물론 이건 저도 경험 쌓이면서 조금씩 나아진 부분이에요.


18. 기숙사 사감으로서의 역할은 어떤 점이 가장 어렵고, 어떤 점이 보람되나요?

아이들과 하루 종일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다 보니 때로는 사소한 갈등이 생기기도 해요. 밤늦게 고민 상담을 하러 오는 학생도 있고, 친구 문제로 속상해하는 아이도 있어요. 그런 부분은 감정적으로 소모되는 일이기도 하죠. 하지만 그만큼 학생들이 마음을 열고 다가와줄 때 큰 보람을 느껴요. 사감으로서 단순히 생활지도를 넘어서, 아이들에게 믿을 수 있는 어른이 되어주고 싶어요. 생일 축하해주고, 늦게까지 이야기 들어주고, 시험 끝나고 같이 야식 먹으면서 아이들과의 신뢰가 쌓이는 게 가장 감사한 일이에요.


19. 영어 수업에서 가장 효과적이라고 느끼는 교수법이나 활동은 어떤 것이었나요?

역할극이나 스피치 활동이 가장 효과적이었어요. 단어 시험만 보고 문법 설명만 듣는 수업보다, 아이들이 직접 영어를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훨씬 기억에 오래 남는 것 같거든요. 인터뷰이도 알겠지만, 영어 연극이나 스피치 활동처럼 자신감을 키울 수 있는 활동들이 아이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더라고요. 처음엔 부끄러워서 소극적인 친구들도, 시간이 지나면 점점 큰 목소리로 발표하고, 대본 없이도 말하려고 해요. 그 변화를 지켜보는 게 참 뿌듯해요.


20. 학생 평가나 피드백을 줄 때 특별히 고민하는 부분이 있다면요?

기본적으로는 긍정적인 피드백을 우선하려고 해요. 아이들이 스스로 노력한 부분을 먼저 인정해주는 게 중요하니까요. 하지만 또 항상 좋은 말만 해줄 수는 없잖아요. 부족한 점도 솔직하게 알려줘야 하니까요. 이럴 때 가끔은 “왜 내 자녀에게 그런 피드백을 줬냐”고 따지시는 부모님도 계세요. 그래서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럴 때마다 ‘어떻게 말해야 오해 없이 전달될 수 있을까’를 더 많이 고민하게 돼요. 저는 아이가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야기하지만, 그 진심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단어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게 되더라고요.


21. 선생님께 수업을 들은 학생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나 반응은 어떤 건가요?

예전에는 “생각보다 영어가 재밌어요”라는 말을 자주 들었는데, 요즘은 “선생님 수업이 재밌어요”라는 말을 더 많이 들어요. 이게 훨씬 기분 좋더라고요. 단순히 영어 과목 자체가 아니라, 제 수업 방식이나 수업 분위기 덕분에 영어에 대한 흥미가 생겼다는 의미니까요.


22. 예전에 외국에서 인터뷰이를 포함한 학생들을 가르쳤던 경험과 비교해, 선생님으로서 느끼는 차이점이 있을까요?

글쎄요, 큰 차이는 없는 것 같아요. 저는 그때도 지금도 선생님인 건 똑같으니까요. 다만 인터뷰이를 포함한 당시 학생들은 부모님과 멀리 떨어져 외국에서 생활하고 있었잖아요. 그래서 더 마음이 가더라고요. 수업 외에도 생활적인 부분에 신경을 더 쓰게 됐고, 가족처럼 친근하게 다가가려고 노력했어요.


23. 지금까지 만난 동료 교사 중 인상 깊었던 협업 경험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영어와 사회 과목 선생님과 함께 융합 수업을 한 적이 있어요. 영어로 환경 문제를 공부하고, 아이들이 직접 조사해서 발표도 했죠. 서로 다른 과목이지만 주제를 공유하니까 아이들 입장에서도 훨씬 입체적으로 받아들이더라고요. 교사들끼리 협업하면서 배우는 것도 많았고요. 그런 프로젝트를 할 때 교직의 즐거움을 다시 느끼게 돼요.


24. 교사로서 ‘내가 잘하고 있다’고 느낀 순간은 언제였나요?

가끔 졸업한 학생들이 메시지를 보내요. 이미 졸업한 친구들이 연락이 오면 뿌듯함이 밀려와요. 그만큼 그리운 선생님이라는 뜻이겠죠? (웃음) 일상 속에서는 놓치기 쉬운 순간들이, 오히려 시간이 지난 후에 저에게 돌아오더라고요.


25. 교직 생활 중 번아웃이나 슬럼프를 겪은 적이 있으신가요? 있었다면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있었죠. 특히 학기 말이 되면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힘들어지거든요. 저는 그럴 땐 일단 수업 외 시간엔 온전히 제 시간으로 보내려고 해요. 좋아하는 요리를 하거나, 조용한 데 가서 산책하면서 머리를 비우는 거죠. 저도 한국생활을 오래 했다보니 지인들도 있기 때문에 지인들과 시간을 보내기도 해요.


26. 앞으로 교사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나 비전이 있다면요?

저는 아이들이 영어를 ‘시험 과목’이 아니라, ‘자신을 표현하는 도구’로 받아들이길 바라요. 그래서 앞으로는 글쓰기나 발표 수업을 더 체계적으로 만들어보고 싶어요. 그리고 언젠가는 제가 해온 수업 자료나 노하우를 정리해서 다른 선생님들과 나눌 수 있는 콘텐츠도 만들어보고 싶어요. 작은 책 한 권이어도요.


27. 지금과는 다른 교육 환경(대학교 등)에서 일해보고 싶으신가요?

기회가 된다면 대학교나 성인 교육도 해보고 싶어요. 학습 동기가 뚜렷한 환경에서는 또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그리고 영어를 배우는 이유가 더 다양해지니까, 수업 안에서 대화 주제나 활동도 훨씬 넓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28. 교육 외에 관심 있는 분야나 공부하고 계신 것이 있다면요?

요리는 여전히 제게 큰 즐거움이에요. 최근엔 케이크 외에도 디저트 만드는 데 관심이 생겨서 퇴근 후에 종종 연습하고 있어요. 언젠가는 학교 행사 때 제가 만든 디저트를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싶어요.


29. 이 일을 15년 넘게 이어올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결국엔 학생들인 것 같아요. 학생들이 변해가는 모습을 보는 게 늘 신기하고, 또 감사한 일이에요. 교실 안에서 주고받는 말들, 진심 어린 눈빛, 생일날 몰래 준비한 편지 같은 작은 순간들이 저를 붙잡아줬어요. 그게 쌓이고 쌓여서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30. 마지막으로, 오늘 인터뷰 어떠셨나요?

예전에 제가 가르쳤던 학생과 이렇게 다시 이야기 나눌 수 있어서 참 기분이 좋았어요. 처음엔 인터뷰라고 해서 조금 긴장했는데, 덕분에 그동안 걸어온 길을 한번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가르치는 일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고, 앞으로도 더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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