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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 뭐 하세요?

나는 결혼식

by 스캇아빠

다른 회사는 모르겠지만, 지금 우리 회사는 점심을 회사에서 시켜주고, 다 같이 먹는다. 다 같이라고 해봤자 3명 아니면 4명밖에 없으니, 큰 부담은 아니지만, 왠지 나는 회사에서 점심시간도 통제하는 것 같아 그리 기분 좋지는 않은데, 점심으로 시키는 음식들의 가격을 보면, 역시 월급이 깡패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점심때 이것저것 이야기 하다 보면, 항상 주말에 뭐하는지 묻게 된다. 지지난주도 누군가 내게 주말에 뭐 해?라고 물었고, 나는 그냥 무심히 별일 없어라고 대답해 버렸다, 그리고, 그 주 목요일, 사내 채팅창으로 메시지를 보냈다.


"나 내일 결혼하는 거 준비하느라, 오늘은 집에서 일할께"

그리고, 집에서 근무를 시작하는데, 런치버디들이 한 마디씩 한다.

"누구 결혼? 네 결혼?"


"응. 내 결혼"


"No way. 정말 축하해"

그리고 다음날 나는 시청에서 결혼을 하고, 12년간의 싱글기를 끝내고, 결혼여정을 시작했다. 부디 이번 결혼여정은 여정 중간에 자연사를 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말이다.


회사사람들에게 결혼이란 끔찍한 제도의 문제점과 결혼하면 안 되는 이유 100가지를 끊임없이 설파하고, 결혼한다는 친구들에게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라고 하면서, 아직 늦지 않았다고 용기를 북돋아주며, 만약 결혼해도, 이혼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누누이 강조하던 나이기에, 회사 동료들에게 조금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나 보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지난 주말 캐나다 어버이날, 어머니의 날과 아버지의 날이 있지만 아무도 아버지의 날은 기억하지 않고, 어머니의 날만 기념한다는 어머니의 날, 캐나다 어버이날이 되었다. 처음부터 아줌마라고 계속해서 부르던 아이들이 갑자기 어머니라고 부르는 게, 얼마나 힘들까 싶지만, 그래도 어떤 일이든 처음은 있는 법이라고 생각하면서, 아이들에게 아줌마에게 어머니의 날 카드를 쓰면 어떻겠냐며 언뜻 제안처럼 보이는 강요를 했다.


그리고 2살 때 캐나다에 넘어와, 엄마의 기억이 없는 둘째의 카드를 읽고 나는 한참을 울었다.


Happy Mother's day! 어머니의 날을 축하드려요. 오늘은 당신을 기념하는 날이에요. 저는 제 인생에서 어머니 같은 존재가 없었고, 기억도 나지 않아요. 하지만 당신이 나타나기 전까지 어머니 같은 존재가 얼마나 큰 위안이 되는지 몰랐어요. 저는 당신을 잘 알지 못하지만, 저는 당신과 당신의 일, 배려심 깊은 성격, 그리고 맛있는 음식들을 존경합니다. 당신을 저희 가족으로 맞이하게 되어 정말 기뻐요.


그리고, 한참을 울고 난 후, 엄마한테 쓴 카드인데, 도대체 내가 우냐는 핀잔도 들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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