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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력서 수정하기

by 스캇아빠

이력서를 수정했다. 성격이 모난 탓인지 나는 예전부터 한 회사에 4년 이상을 다닌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 회사를 다닌 지 벌써 4년이 다 되어가고 있다. 이제 정말로 이직을 해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사실 몇 년 전부터 이력서를 제출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들의 이력서를 읽어 보는 시간이 많아지고 있었다. 캐나다 처음 와서 여기저기에 도움을 요청하려고 이용했던 링크드인에는 이제는 반대로 내게 도움을 요청하려는 친구들의 친구신청 알림으로 가득 찼다.


이력서를 고치는데, 첫 직장의 이력이 너무 오래된 기록이라서 삭제를 해야 했다. 이력서에는 과거 이력이 넘치다 못해, 일부러 삭제를 해야 했다. 생각해 보면, 정말로 오래한 듯 싶다. 장인까지는 아니어도, 나도 컴퓨터 개발자 한 가지 일로 24년째 일해오고 있으니, 이제 어디 가서 개발자라고 방귀는 낄 수 있게 된 게 아닐까 싶다.


언젠가 한 번은 내 이력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는 (자세히는 말을 안 해서 모르겠지만, 링크드인을 보면 대충 알 수가 있으니까) 직장 동료가 한 번은 물었다. “너는 이 일을 재밌어하는 거 같아. 그런데 그렇게 오랫동안 일하면서도 어떻게 너처럼 일할 수 있을까?" 직장동료로서는 어쩌면 좀 심각하게 물어본 것 같았는데, 나는 농담으로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하는 거지”라고 영어로 답해 줬었다. 잘 알아 들었는지는 모르겠다.


만약 그게 오늘이라면 어떤 대답을 해줬을까?


"쉽지 않아. 너를 괴롭히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 거야. 네가 모르면, 그런 것도 모른다고 무시하는 사람이 있을 거고, 네가 잘해도 네가 가진 능력에 대해서 끊임없이 의심하고 테스트하려고 할 거야. 네가 두 번, 세 번을 보고 제출한 일에도 너를 믿지 않을 거고, 네가 실수하기만을 기다리고 있고, 만약 실수를 한다고 하면, 그것 보라면서 여기저기 네 흉을 보는 사람이 있을 거야.


새로운 기술은 네가 맞다고 생각했던 방법을 완전히 뒤집어 버릴 거고, 네가 어렵게 해낸 일들을 단 몇 번의 클릭이나 몇 줄의 코드로 전혀 문제없는 시스템을 만들어 낼 거고, 너는 너의 부족함에 의기소침해질 거야.


너보다 코드를 잘 짜는 사람과 일하게 될 거고, 너보다 전체를 잘 보는 사람이 언제나 있을 거야. 너는 노력하겠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천재를 이기기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되어 좌절할 거야.


새로운 기술에 적응 못하는 자신을 보며 자책할 거고, 작은 실수가 큰 문제를 일으킬까 봐 언제나 조마조마하며 일을 하게 될 거야.


한 회사에 오래 있지 못할 거야. 한 회사에 오래 있으면 너는 정체될 거고,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으로 인식돼서 이 일을 그만둬야 할지도 몰라.


그래서 회사를 옮기게 되면, 너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스트레스로 원형탈모가 생길지도 몰라. 새로운 규칙과 새로운 일처리 방식에 화가 날지도 몰라. 끊임없이 스스로 괜찮아질 거라며 위로를 할 거고, 결국 너는 새로운 규칙과 일처리방식을 익히게 될 테지만, 몇 년 후에는 너는 다시 리셋되어 다시 처음부터 배워야 할 거야.


잘하는 일에는 잘 못하는 사람들이 거슬리고, 잘 못하는 일은 그 일을 잘하는 사람들에게 혼날까 봐 두려움에 떨 거야.


그런데, 그럼에도 결정적으로 월급 오르는거 보면 그만두기 힘들더라.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throat is …. ok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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