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때가 되면, 회사에서 시키는 일이 있다. 당시 주5일제라는 파격적인 문화를 채택했던 첫 번째 직장에서부터 지금 다니는 회사까지, 거의 모든 회사에서 해왔던 일이고, 그 일은 언제나 나의 밑바닥을 보게 하고, 언제나 나의 가치관을 시험했었다. 그리고 올해도 어김없이 그 시간이 돌아왔다.
나는 매년 이맘때쯤, 자기 평가를 한다.
나는 나의 상사를 평가해야 하고, 나의 동료를 평가하고, 마지막으로 나 자신을 평가한다. 지난 1년간 잘한 일, 못한 일, 성공한 일, 실패한 일들을 종합하고, 내가 팀에서 가진 가치와 내가 있어서 해낼 수 있었던 일들을 종합한다. 일의 개수를 세고, 일의 크기를 잰다. 사소한 도움이라도 주었다면 성공한 전체 가치를 계산해 실제 내가 기여한 가치를 계산한다. 쉽게 계산할 수 있는 일부터, 쉽게 셀 수 없는 무형의 가치, 거기에 미래에 내가 가져올 수 있는 가치까지를 모두 종합해서 내 점수를 매긴다.
작년 이맘때부터의 이메일을 모두 뒤지고, 회사 소스코드 안에서 남겨져 있는 나의 흔적들을 찾는다. 얼마나 크리티컬 한 문제를 해결했던 건지, 얼마나 빨리 처리했는지, 내가 수정함으로써 가져왔던 회사의 이익과 내가 수정함으로써 지켰던 회사의 손실들을 계산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내 가치를 찾는다.
20년이 넘도록 직장생활을 하고 있지만, 나는 아직도 평가에 흔들리는 팀원이고, 내가 한 일을 평가받고, 아직도 평가결과를 긴장하며 오픈한다. 나는 불혹이 지났지만, 아직도 작은 일에 현혹되고, 지천명이 되지는 않아서 인지, 하늘의 뜻을 알지도 못한다. 단지, 티켓이라고 불리는 일들을 하나씩 처리해 나가고, 쉽지 않은 일을 하나씩 해결했을 때에 희열을 느끼고, 잘 해결이 안 되는 일에, 좌절감을 느낀다.
“자신을 사랑해야 해. 내가 나를 사랑하는 만큼 남들도 그만큼 나를 사랑해 줄 수 있어. 내가 나를 100점이라고 이야기하면, 다른 사람들이 나를 볼 때 0점부터 100점 사이가 될 수 있지만, 내가 나를 80점이라고 하면, 다른 사람은 나를 절대 90점 이상이라고 해주지 않아. 대우받고 싶다면, 일단, 나부터 나를 사랑해 줘야 해 “
아주 오래전, 처음 자기 평가를 한 후에, 회사 선배가 해준 이야기는, 오늘도 나의 지표가 된다. 그래서 내 점수는 언제나 100점이다.
PS : 일단, 이번 여름, 한국 가기 전까지만 짤리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