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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rby Mar 31. 2024

홍콩 vs 마카오, 당신의 에그 타르트는?

Tai cheong bakery in Hong Kong, 2024

홍콩을 여행하는 관광객은 일정에 여유가 있다면 마카오를 일정에 포함시키는 경우가 많다. 시중에 나와 있는 여행 가이드북도 대부분 홍콩과 마카오를 같이 다루고 있다. 홍콩과 마카오를 하나의 코스로 묶는 가장 큰 이유는 아마 가까운 거리 때문일 것이다. 파리 관광에서 필수 코스로 꼽히는 베르사유 궁전의 경우 출발지에 따라 한 시간 정도 걸리는데, 홍콩과 마카오의 거리도 비슷하다. 예전부터 페리로 연결되어 한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다. 게다가 강주아오 대교가 개통되면서, 한시간 반 거리의 육로로 연결되어 거리상 제약이 더욱 사라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홍콩 - 마카오 페리

'두 곳을 서로 다른 '국가'라고 부를 수 있을까'는 관점에 따라서 다를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두 곳은 모두 중국의 특별행정구역이므로 같은 나라다. 하지만, 우리나라 관광객의 관점에서 보면 두 곳은 서로 다른 국가와 같은 느낌이 든다. 먼저, 홍콩에서 마카오, 혹은 마카오에서 홍콩으로 갈 때에는 아무리 간소하더라도 입출국 심사를 거치게 된다. EU국가간에는 국경을 넘었는지조차 모르게 이동하게 되는 유럽의 국가들에 비하면, 오히려 홍콩과 마카오쪽이 더 국경을 넘는다는 인상을 준다.


또, 같은 중국어를 사용하기는 하지만 홍콩의 경우 광둥어가 압도적인 지분을 차지하고, 두 번째 언어가 영어라는 느낌을 준다면, 마카오의 경우에는 광둥어와 보통화가 반반 정도 되는 것 같다. 이번 여행에서 재미있었던 것이, 홍콩에서는(당연히 광둥어를 할 줄 모르니까) 영어로 말을 걸면 대체적으로 의사소통이 가능했다면, 마카오에서는 나름 5성급 호텔임에도 로비에서도 영어가 통하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대신 이 경우에는 보통화로 말을 걸면 전혀 어러움 없이 의사소통이 가능했다.  

마카오의 야경

또, 마카오는 관광지의 구획이 상대적으로 명확하게 느껴져서, 아 여기가 관광 명소로구나 하는 느낌이 있는 반면, 홍콩은 전체적으로 도시를 여행한다는 기분이 든다. 도시의 외관도 많이 다른데, 홍콩의 경우에는 홍콩 특유의 분위기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현대적인 대도시라면, 마카오는 포르투갈이 점유하던 시절의 흔적들이 예상보다 많이 남아 있어 동양의 이베리아 반도라는 수식어가 절로 떠오른다.


홍콩의 야경

특히 명성이 높은 두 도시의 야경은 정말 다른 느낌인데, 홍콩의 야경은 그야말로 대 도시의 야경이라면, 마카오의 야경은 카지노와, 각종 오락거리와 뗄 수 없다. 전 세계의 다양한 명소들을 축약해 놓은 마카오의 야경은 사람이 사는 곳이라기보다는 거대한 테마파크와 같았다.






이렇게 서로 다르기는 하지만, 사실 비슷한 부분이 더 많다. 같은 생김새의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문자 자체도 같으며, 광동어를 할 줄 안다면 양 쪽 모두 의사소통에도 전혀 지장이 없다. 공식적으로는 마카오 파티카와 홍콩 달러라는 서로 다른 화폐를 사용하지만, 대부분의 마카오 상점에서는 홍콩 달러도 1:1의 비율로 받아준다. (다만, 마카오 박물관에서는 홍콩 달러를 받아주지 않았는데, 공공기관의 성격이 있어 그런 것이 아닌가 짐작해 본다.) 음식의 경우에도, 마카오에서만 만날 수 있는 독특한 매캐니즈 요리, 즉 포르투갈과 중식이 결합된 요리가 있지는 하지만 대부분 홍콩에서 만날 수 있는 음식들이 대부분이다.


애초에 거리도 멀지 않고, 마카오에서 홍콩으로 출퇴근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당연한 일이다.

마카오 Koi kei 베이커리의 에그타르트

홍콩과 마카오, 비슷하면서도 다른 두 곳의 특징을 잘 보여 주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이 에그타르트가 아닌가 싶다.


에그타르트는 포르투갈에서 마카오로 전해진 디저트로, 우리나라에서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을 만큼 친숙하고 입맛에 잘 맞다. 동네마다 하나씩 있다고 할 만큼 점포가 많은 파리바게트에만 가도 이 에그타르트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으니까. 포르투갈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은 마카오는 이 에그타르트가 워낙 유명한지라 에그타르트 모양을 한 각종 기념품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심지어 마카오의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에서도 디저트로 이 에그타르트를 줄 만큼, 그야말로 에그타르트의 도시라 할 만 하다.


에그타르트는 유래를 찾기 어려울 만큼 아주 오래 된 음식은 아니고, 1832년부터 포르투갈 리스본 외곽의 작은 베이커리에서 판매를 시작했다고 한다. 이 가게는 지금은 세계적인 명성을 얻어 오늘날까지 성업 중이다.


하나에 10 MOP. 홍콩 달러도 받았다. 이렇게 잔뜩 쌓아 놓고 있지만, 금방 판매된다.

마카오의 유명 관광지들을 걷다 보면, 특별히 에그타르트 가게를 찾아다닐 필요 없이 쉽게 만나볼 수 있다. 유명한 몇몇 가게들에는 굉장히 긴 줄이 생긴다고 해서 따로 찾아가지는 않았다. 대신 관광지들을 지나가다가 한번씩 즉석에서 사 먹곤 했다. 낱개로도 판매할 뿐 아니라, 10 파티카 혹은 10 홍콩달러라서 가격도 큰 부담이 없다. (약 1700원) 특히 세나도 광장 인근 같은 곳에서는 과장을 보태 두집 걸러 한집은 이 에그타르트를 판매하고 있고, 우리나라 관광객들이 한번쯤 들를 만한 육포거리에서도 에그타르트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한편, 홍콩에서는 이렇게까지 에그타르트를 쉽게 만나볼 수 있지는 않다. 홍콩에도 유명한 에그타르트 가게들이 있기는 하지만, 홍콩 하면 에그타르트를 떠올리는 사람은 별로 없다. 사실 마카오와 달리 홍콩은 관광도시라기보다는 대도시의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관광객을 주 고객으로 하는 특정 음식이 도시 전체를 장악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대신, 유명한 에그타르트 가게는 단순히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하기보다는 현지인들에게도 사랑받는 가게가 많다고 한다.


홍콩 센트럴의 타이청 베이커리

홍콩의 유명한 에그타르트 가게의 대표로 '타이청 베이커리'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홍콩의 마지막 총독인 패튼이 이 곳의 에그타르트를 특히 좋아했던 것으로 유명하여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하지만 단순히 관광객들만 사랑하는 곳은 아니다. 그랬다면 이 대도시에서 오랜 기간 살아남기 어려웠을 것이다.


타이청 베이커리는 임대료가 높은 센트럴에 입점해 있는데, 높아지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문을 닫아야 했다고 한다. 하지만 홍콩 사람들이 이 타이청 베이커리를 되살리기 위해 관심을 가지고, 심지어 모금까지 진행하여 다시 현재의 자리에서 영업을 할 수 있었다. 관광객과 현지인 모두에게, 어쩌면 현지인에게 더 사랑받는 가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홍콩, 마카오 여행에서는 두 곳의 에그타르트를 모두 먹어볼 기회가 있었는데, 비슷하면서도 다른 홍콩과 마카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홍콩의 에그타르트는 앞서 소개한 타이청 베이커리에서 먹어볼 수 있었고, 마카오에서는 관광지에 정말 없는 곳이 없는 것 같은 코이케이 베이커리와 그랜드 리스보아 내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인 디 에잇에서 먹어볼 수 있었다.


타이청 베이커리의 에그타르트. 역시 10 홍콩달러.

홍콩식 에그타르트와 마카오식 에그타르트의 생긴 모양은 유사해 보이지만 엄연히 다르다. 당연히 사발 모양의 생지에 커스터드를 채워 넣는다는 기본 개념은 같다. 하지만, 이 커스터드를 채워 넣은 윗부분이 조금 다르다는 사실을 쉽게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에그타르트는 마카오식 에그타르트와 유사한데, 마카오의 에그타르트는 커스터드 위에 캐러맬 시럽 등을 발라 구워서 약간 거무스름하게 그을린 흔적이 있다. 반면, 윗 사진처럼 홍콩의 에그타르트는 노란 크림이 깔끔하게 드러나 있다.


또, 조금 더 자세히 관찰해 본다면 생지도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홍콩의 에그타르트는 생지가 쿠키에 가까운 반면, 마카오의 에그타르트는 페스츄리 같은 느낌이다. 반을 자른다고 가정하면, 홍콩의 에그타르트는 쿠키 부스러기 같이 뭉쳐진 가루가 떨어지고, 마카오의 에그타르트는 얇은 종이조각 같은 가루가 떨어진다.


윗 부분이 매끈하고, 생지가 마카오의 에그타르트와 다르다.

맛도 차이가 있는데, 홍콩의 에그타르트는 다른 것이 첨가되지 않아 그런지 계란 특유의 맛과 향이 더 강하게 난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식감은 부드럽지만 그 풍미는 삶은 계란 노른자와 비슷한데, 쿠키 식감의 생지까지 더해져 더욱 그런 맛이 난다. 양도 든든한 편이라 두 개 정도 먹으면 끼니가 될 만큼 배가 부르다. 타이청 베이커리에서는 일반적인 쿠키 트러스트와 퍼프 페이스트리 크러스트 두 종류 중 하나를 고를 수 있었는데, 가격은 마카오와 같은 10 홍콩달러를 받는다.


일설에는 이 홍콩식 에그타르트를 처음 만들어 판매한 곳에서 서양식 과일타르트를 개조해서 만들었기 때문에 그 흔적이 이런 쿠키 형태의 생지로 남은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파리바게트의 에그타르트 생지가 이런 느낌을 준다.


마카오 디 에잇의 에그타르트

마카오식의 에그타르트는 이렇게 좀 더 그을린 듯 한 모양과 함께 페스츄리 형태의 생지가 전혀 다른 식감을 준다. 특히 홍콩의 에그타르트보다는 계란 맛이 덜하고, 조금 더 달달하고 바삭바삭한 식감이 있어 여러 가지 맛이 복합적으로 난다. 둘 중 무엇이 더 맛있냐고 하면,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마카오 쪽이 조금 더 좋았다. 다만 원래도 삶은 계란을 좋아하지 않는 식성이 반영된 것이라, 선호도는 사람마다 다를 것 같다.





폴 바셋의 나타

여담으로, 이 글을 쓰면서 다시 생각이 나서 폴 바셋과 파리바게트에서 각각 에그타르트를 한번씩 사 먹었다. 두 가지 에그타르트 모두 윗 부분은 마카오 스타일이지만, 생지 부분이 서로 차이가 있는 것 같아 참고용으로 같이 올려 본다. 폴 바셋의 에그타르트는 반으로 자르면 이렇게 종이조각 같은 페스츄리 생지가 떨어지고,


파리바게트의 에그타르트

파리바게트의 에그타르트는 겉 부분이 빵 또는 쿠키 같은 느낌이라 홍콩의 에그타르트와 비슷하다. (사실 약간 빵 같은 느낌도 든다. 선입견일지도 모르지만.)






홍콩과 마카오, 같은 민족이 살고 있지만 겉모습은 서로 많이 달라진 두 도시는 비슷하면서도 다르고, 유사성과 차이를 동시에 보여주는 곳이다. 마카오는 과거 포르투갈 시절의 모습을 상당 부분 간직하고 있고, 관광지로서의 면모가 부각된다. 반면 홍콩은 영국의 흔적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영국 고유의 느낌보다는 '홍콩'의 느낌이 더 강하다. 또한 금융 허브로서 대도시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이 두 도시의 차이는 앞서 언급했던 야경에서 특히 잘 드러난다는 인상을 준다. 마카오는 거대한 테마파크 같은 반면, 홍콩은 서울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일상적인 대도시와 같다.


(여담으로, 이 두 도시의 차이는 본국인 영국과 포르투갈의 경제력 차이에서 왔다는 이야기도 있다. 가난했던 포르투갈은 마카오에 충분한 자본을 투자할 수 없으니 대항해시대 시절 구축했던 인프라나 건축물을 끊임없이 보수해서 사용했던 반면, 부유한 영국은 충분한 자본을 투하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홍콩 자체도 부유한 도시라 현대화를 진행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 차이가 두 도시의 에그타르트에서 그대로 드러나는 것 같아 흥미롭다. 포르투갈에서 전래된 에그타르트는 마카오에서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반면, 홍콩은 마카오로부터 이 에그타르트를 전수받아 '홍콩화' 해 버렸다. 또, 마카오의 에그타르트는 캐러멜 시럽이나 바삭한 페스츄리 생지로 인해서 좀 더 자극적인 맛과 식감을 가지고 있는 반면, 홍콩의 에그타르트는 누구라도 친근하게 느낄법 한 식재료인 계란 노른자와 좀 더 일상적인 맛인 쿠키의 식감이 느껴진다. 


두 에그타르트가 완전히 다른 음식이냐고 묻는다면, 그렇지는 않다. 결국 생지에 커스터드를 채운 것이고, 그 위에 캐러멜 시럽을 바르냐 아니면 그대로 내느냐, 생지를 쿠키 스타일로 썼느냐 페스츄리 스타일로 했느냐의 차이 정도이지 그것이 소금빵과 크로와상과 같은 종의 차이는 아니다. 또 그렇다고 단순히 다른 맛 정도의 차이냐고 하면 그렇지 않다. 이 글을 준비하면서 폴 바셋에서 초코맛 에그타르트와 오리지날 에그타르트를 사 먹었는데, 두 가지의 차이보다는 확실히 격차카 크다.


딱 이 정도의 차이가 관광객이 느끼는 마카오와 홍콩의 차이가 아닌가 싶다. 관광지로서의 마카오는 좀 더 바삭하고, 좀 더 달달한 자극적인 느낌이 강하다. (물론 그들의 일상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한편 홍콩은 좀 더 일상적인 느낌이 강하다. 두 도시는 관광객인 나에게 서로 다른 외관을 보여주었지만, 관광지에서 다소 벗어난 식당이나 주택가 같이 일상 생활이 느껴지는 공간들로 들어갈수록 같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마치 두 에그타르트를 반으로 가르면 결국 샛노란 커스터드가 나타나듯. 결국 비슷한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비슷한 일상을 살고 있습니다. 라는 듯.


사실 에그타르트는 그렇게까지 크게 기대한 음식이라기보다는, 란퐁유엔을 들렀다 바로 옆에 있는 타이청 베이커리를 한번 들러 본다거나, 길거리에 워낙 많으니 한번 먹어 보자 정도의 느낌이었다. 하지만 여행이 끝난 지금, 오히려 이 단순한 에그타르트가 여행지를 더욱 생각나게 한다. 


특히 홍콩에서의 기록을 마치고 마카오로 넘어가려고 하는 이 시점에 더욱 생각나는 음식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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