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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rby May 01. 2024

나의 여행의 이유

'나의 홍콩 마카오 미식 여행기'의 여담으로

나의 홍콩 마카오 미식 여행기는 이제 두 편 정도를 남겨놓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블로그에 여행기와 미식 탐방(?)을 쓰고 있었는데, 주변에서 글의 내용이 길고 많아서 블로그보다는 브런치가 좀 더 어울릴 것 같다는 추천을 받았습니다.


사실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는, 좀 더 트렌디한 느낌으로, 좀 더 가볍게 읽힐 수 있게 글을 써야 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곤 했었습니다. 하지만 브런치는 그것보다는 좀 더 자유롭게 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처음 글을 쓰면서 생각했던 것 보다 조회수도 꽤 많이 나왔습니다. 아마도 다음 메인 화면들 중 어딘가에 가끔씩 노출이 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글을 쓰는 것은 첫째로 제 자신을 위해서이지만, 이왕이면 다른 분들이 많이 읽어 주시면 기분이 좋게 마련인데, 제 기대보다 많은 분들이 읽어 주신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저는 5년 전 첫 해외여행을 떠났던 직장인 치고는 여기저기 제법 다녀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학생 시절에 해외여행을 다녔다면 지금보다는 경제적으로 어려웠겠지만, 한편으로는 더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낄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첫 여행지였던 이탈리아를 거쳐 프랑스, 오스트리아, 체코, 터키, 대만에 이어 이번에는 홍콩과 마카오를 방문했습니다.

프라하의 야경

제법 시간이 지난 여행들이지만, 이렇게 글을 쓰며 여행을 돌아보면 여행을 한번 다녀올 때마다 한뼘씩 달라져 있는(성장이라고 표현하기보다는 달라졌다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자신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보면, 파리에서 루브르와 오르세, 퐁피두 등을 돌며 나름 서양 미술사에 대해 느낌을 가지게 된 다음 방문했던 빈 미술사 박물관에서 찍은 사진과, 잘 모를 때 방문했던 피렌체의 우피치 미술관에서 찍은 사진은 여러 모로 차이가 있더군요. 



음식에 대한 이야기도 비슷합니다. 제 첫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은 얼결에 방문했던 종로의 사찰음식 전문점, 발우공양이었습니다.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인줄도 모르고 저녁 먹으러 예약 없이, 요즘 표현이라면 워크인으로 방문했었죠. 그리고 이탈리아에서 미슐랭 1스타 레스토랑들을 두 곳 방문했었습니다. 사실 그 때는 음식에 대해서도 맛있다, 이건 처음 먹어보는데 정도로 생각했기 때문에 큰 기억이 없어 약간의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파리 피에르 가니에르에서의 저녁 식사

그리고 파리 여행에서, 제 버킷 리스트라고 해야 할까요. 인생의 목표(?) 중 하나였던 프렌치 만찬을 즐겨보기 위해 파리에서 두 곳의 3스타 레스토랑을 방문했습니다. 그리고 음식에 더 많은 관심이 생겨, 여러 셰프들의 자서전이나 요리책들을 보며 아 이 요리에는 이런 일화가 있구나, 혹은 이 음식은 이런 재료를 쓰는구나 하고 흥미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번 '홍콩 마카오 미식 여행기' 는 어쩌면 이 파리 여행에서 출발한 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여행들은 제 인생의 시각을 좀 더 넓게 만들어 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지구 어딘가에는 내가 모르는 세상이 있고, 지금 직장에서의 어려운 일이 저 어떤 곳에서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일 수도 있구요. 옛 표현으로 견식이 넓어진다고 하는데, 저는 인생이 보다 풍요로워진다는 표현을 쓰고 싶습니다.


제 인생 첫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이었던 '피에르 가니에르' 는 우리나라 롯데호텔에도 입점해 있는데, 셰프의 이름을 그대로 딴 레스토랑입니다. 가니에르 셰프는 하나의 코스에 한 두 가지의 음식을 내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작은 음식들을 한꺼번에 내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리고 그는 식사를 풍요롭게 차려 내는 것을 중시한다고 하죠. 하나의 음식을 하나의 감각 또는 경험이라고 하면, 하나의 큰 경험보다는 작은 다양한 경험 내지 감각을 엮어 내어 보다 큰 만족감을 준다는 의미가 아닐까 합니다.


조금 더 이야기를 덧붙여 보기 위해 가져온 모네의 수련입니다. 오랑주리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사실 모네의 수련은 연작으로 그려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어렵지 않게 모네의 수련들을 접할 수 있습니다. 그 자체만으로도 멋진 그림입니다.


이 곳은 모네가 수련 연작을 그리기 위해 조성하고 거주했던 지베르니 정원입니다. 모네의 수련을 감상할 때, 지베르니 정원을 알고 있다면 조금은 더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감정의 복잡함이, 그 감정의 크기가 바로 인생의 풍요로움을 결정하는 요소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여행 또한 그런 것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파리의 에펠탑과 개선문이, 프라하 성이 주는 멋진 경험과 감상은 그 자체로 여정을 떠날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하지만 여행을 풍요롭게, 그리고 인생을 풍요롭게 해주는 것은 이런 여행길에서 만난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멋진 골목들, 작은 가게에서 만난 한 잔의 커피와 같은 것이 아니었나 싶은 생각도 한번 해 봅니다.



이런 저의 경험의 편린들을, 브런치에 하나씩 남겨 볼까 합니다.

저뿐만 아니라 읽는 분들 모두의 인생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 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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