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i hu in Hangzhou, 2025
루외루에서의 식사를 마치고, 다시 나와 백거이가 조성했다는 '백제'를 거닐어 보기로 했습니다.
천천히 산책하듯 걸어도 30분이 걸리지 않는데, 백제는 소동파의 '소제' 보다는 훨씬 거리가 짧아 약 1Km 정도 됩니다. 참고로 소제는 약 3km정도 됩니다.
소제는 항저우 북쪽의 북호와 외호를 가로지르는데, 북호 쪽이 그렇게 넓지 않아 남쪽의 넓은 호수와 북쪽의 산을 보며 걸을 수 있습니다.
소제에서 북쪽을 바라보면, 이렇게 엄청나게 밝은 조명을 설치해 놓아 늦은 시간임에도 무섭지 않게 산책할 수 있었는데요, 자녀를 데리고 나온 가족들도 있는 것을 보니 특별히 위험하다는 인상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시간이 늦다 보니 너무 시끄럽지 않고 아주 고요하고 평온했습니다.
이 불야성 같은 조명은 외국의 관광객 뿐 아니라 현지인들에게도 재미있는 광경이었는지, 여러 사람들이 가던 길을 멈추고 사진을 찍고 있었습니다.
백제는 이렇게 걷기 좋게 조성되어 있습니다. 나중에 은퇴하고 이런 곳에 살면서 하루에 두 번씩 산책한다면, 건강에도 좋고 마음도 평온해지지 않을까요? 식사 전 해질녁의 서호를 보고, 이렇게 밤의 서호를 보고 나니 밝은 낮의 서호도 궁금해졌습니다. 다음 날 일정은 우전 수향마을로 떠나는 것이었는데, 일정을 조정해서 낮에 한번 더 와 보기로 했습니다.
그냥 들어가자니 아쉬워 항저우의 전통 거리라는 '허팡지에' 를 가보기로 했습니다.
중국 여행을 가면 이런 식의 관광객 대상 전통 상점가를 자주 만나볼 수 있는데요, 베이징에는 유명한 난뤄구샹이나 최근에 뜬다는 오도영 후통이 있고, 상하이에도 티엔즈팡 같은 곳들이 있습니다. 항저우에도 허팡지에가 있다고 해서 택시를 타고 이동했습니다.
여담으로, 보통 해외여행을 가면 절대 현지 택시를 길에서 타지는 않습니다. 베이징에서 한번 탄 적이 있었는데, 악명높은 흑차에 걸려 몇 배에 달하는 요금을 주고 그나마도 중간에 내렸던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항저우에서는 앞선 두 번을 모두 택시를 탔는데 워낙 친절하기도 하고 미터기 바로 누르고 이동하는 모습이라, 그냥 길에서 잡아타고 가 보기로 했습니다. 역시 타자마자 미터기 누르고 출발하는 모습을 보고, 항저우라는 도시의 이미지가 더욱 좋게 느껴졌습니다.
도착한 허팡지에 상점가는 음력 설인 춘절을 앞두고 있어 각종 장식과 축제 준비가 한창이었습니다.
준비중인 점포들 중 이렇게 한국 음식을 판다는 곳도 있었습니다.
전형적인 중국 전통 상점가의 모습.
다만, 상점들은 모두 현대화 되어 있어서 쇼핑하기에 쾌적하고 좋았습니다. 아마 여기서 최근 중국에서 잘 나가는 차 브랜드 '패왕차희' 를 처음 갔던 것 같은데요, 패왕별희를 응용한 이름을 가진 프랜차이즈인데 중국 3대 밀크티 브랜드라고 합니다. 상하이에서도 볼 수 있었는데요, 맛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들어온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언제 들어올지 모르겠어요. 다만 현지에서는 스타벅스 같은 커피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마실 수 있던 기억이 나는데, HEYTEA처럼 가격을 많이 올려서 들어오면 경쟁력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한국에 들어오면 가서 마실 의향이 있는 맛이었어요.
배도 꺼트릴 겸 가볍게 허팡지에를 산책했습니다.
허팡지에는 전통 상점가 느낌보다는 아기자기하게 관광객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을 많이 팔고 있다는 인상을 주었습니다. 오히려 그래서 더 부담 없이 이것저것 샀던 기억이 있습니다.
상하이 기념품으로 유명한 블랜버니 매장도 있습니다. 워낙 외관이 예쁘게 되어 있어 많은 사람들이 들어가 보는데, 제 기억에는 티엔즈팡 매장보다 항저우 매장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사실 중국 전통문화나 항저우와 연관된 브랜드는 아니지만, 그냥 보기에도 예쁘고 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좋아할 만 한 다양한 맛의 차가 있습니다. 저는 여기서 텀블러와 포도맛이 나는 차 등을 구매했는데, 틴케이스도 예쁘고 여러모로 만족스러웠습니다. 항저우 매장은 상하이 매장과 달리 훨씬 한적합니다.
아름다운 서호와 항저우의 야경은 여기까지입니다. 이 다음 날은 1,700여년이나 되었다는 항저우의 고찰, 영은사와 항저우의 명물인 용정차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