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몇 번의 일출을 보려나
아픈 버찌 옆에서 잠들던 날엔 오늘이 바로 그 마지막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컸다.
마음이 지쳐가던 저녁 생뚱맞게 오래된 기억이 떠올랐다.
'태어나 처음 일출을 보러 갔던 날'
떠오르는 태양을 본 적 없는 난
작은 오징어배의 빛에도 참을성을 바닥내며
저게 태양이냐며 이제 돌아가자고 떼썼다.
차가운 새벽,
어두운 공기
그 속에서 태양을 기다리는 일이 괴로웠다.
가족으로서 너의 곁을 지킬 책임이 있는 나는
죽음, 헤어짐 이런 것들을
그때의 불빛처럼 짐작하며 애달팠다.
죽음과 태양,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임에도
그때와 같다고 생각했다.
인생에 찾아올 수많은 일출,
우린 본 적 없는 태양을 몇 개나 기다려야 할까?
홀로 기다리는 일출은 너무
춥고 무섭진 않을까?
버찌는 마지막까지 내게 많은 것들을
알려주고 떠났다.
23.10.25.
버찌는 제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동생입니다.
인간이 아닌 가족이지요.
제 인생의 절반이상을 함께 자란 동생의 마지막을 지키는 일이 제겐 버티기 힘든 하루하루였습니다.
오늘이 그 마지막일까, 혹여 잠든 사이 홀로 떠나게 할까 두려워 언니와 교대로 잠을 잤어요.
잠 못 이루던 새벽에 문득 어릴 적 일출을 보러 갔던 일이 생각났습니다.
그때도 경험한 적 없는 일을 기다리며 마음을 졸였지요.
여긴 너무 춥다고, 어둡다고 무서워하던 어린 제가 기억납니다.
떠오르는 태양을 기다리는일, 작아져가는 동생의 마지막을 보는 일, 너무 다른 이미지지만 제겐 같은 두려움으로 느껴졌었나 봐요.
이제는 헤어짐을 받아들이고 살아가고 있지만,
우린 어떠한 처음이든 두려움과 함께하나 봐요.
버찌는 제게 일어날 수 있는 용기,
사랑할 수 있는 단단한 마음을 가르쳐줬습니다.
사랑엔 헤어짐도 함께한다는 것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