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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기대에 부푼 나의 꿈.

by 부자형아

업종 선택, 대출 상담, 부동산계약, 직원 채용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과정 속에서 수호는 근거 없는 자신감에 사로잡혀 가고 있었다.

막상 자영업을 시작해 보니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직원 면접이 끝나고 고생한 후배를 위해 소주 한잔 사줄 겸 고깃집으로 들어갔다.

연차까지 내면서 도와준 후배에게 소고기라도 사 먹여야 하지 않겠는가.

다른 후배들도 부른다.

우리 여기 있으니까 빨리 오라고.


수호에게는 가족 같은 6명의 후배들이 있다.

대학교에서 만난 후배들은 16년 동안 허물없이 동고동락하며 지낸 사이다.

저 멀리 평택에 사는 놈과 삼 남매를 키우는 놈만 빼고 나머지 3명이 차례로 들어온다.

수호가 후배들을 불러 모은 것은 다른 이유도 있었다.

부탁할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동생들아, 가게 오픈 전에 집기류 들어오면 그거 정리하고 매장 청소해야 하는데 이번 주말에 와서 좀 도와줘. 그리고 나 이제 가게 오픈하면 술 못 마셔. 와이프랑 약속했거든. 대출받아서 자영업에 도전하는 거라 정신 차리고 해야 해. 그러니까 오늘은 마시고 죽자!!! 우리의 미래를 위하여!!”


은채처럼 후배들도 수호가 술을 안 마신다는 말을 이제는 믿지 않는다.

술 끊는다고 말하는 걸 한 달에도 몇 번씩 지겹게 듣던 동생들이었으니 말이다.

아무튼 마지막이라는 마음 때문이었는지 수호는 평소보다 더 많은 술을 마신다.

기분은 좋아지고 점점 시간은 늦어져 간다.

항상 그래왔듯이 후배들에게 질질 끌려 집에 도착한다.


다음 날.

역시나 수호는 집에 어떻게 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은채는 화가 머리끝까지 난 것 같았지만 마지막 술자리였을 거라는 믿음에 꾹꾹 참으며 방으로 들어간다.

딸 나혜는 술 냄새가 싫었는지 곁에 오지도 않는다.

그렇게 마지막이라고 생각한 후배들과의 하루가 지나갔다.


수호는 술을 깨기 위해 편의점으로 향한다.

숙취해소 음료를 하나 집더니, 은채와 나혜 음료수도 함께 산다.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음료수를 건네러 방으로 들어간 수호.

은채는 배를 부여잡고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얼마나 식은땀을 흘렸는지 옷이 다 젖을 정도다.


“오빠... 나 배가 너무 아파...”


수호는 나혜를 업고, 은채를 부축하면서 당장 병원으로 달려갔다.

출산예정일은 7월 중순, 오늘은 4월의 마지막 날이었다.


”병원에 입원하여 자궁수축 억제제 치료를 받아야 하고, 향후 한 달간은 절대적인 안정이 필요합니다. 현재 태아가 27주인 것을 감안하면 자칫하단 산모와 아이 모두에게 위험한 상황이 올 수도 있어요. 지금은 스트레스를 받았거나 무리한 움직임으로 인해 올 수 있는 가벼운 증상이니 푹 쉴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둘째 아이의 출산 예정일은 7월 21일.

아직도 두 달이나 남은 상황에서 진통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일주일 정도 입원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코로나로 인해 보호자는 한 명만 입실이 가능하였다.

은채가 병실로 들어간 뒤 나혜를 데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입원에 필요한 물품들을 챙겨와야 하고, 나혜를 장모님께 맡겨야 했다.

수호는 집으로 가는 길에 장모님께 연락을 드렸고, 우리 집으로 바로 출발한다고 하신다.


장인어른과 장모님 댁은 우리집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어서 항상 많은 도움을 받곤 한다.

수호는 그런 장인어른과 장모님께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은채의 건강도 문제지만 나혜도 걱정이다.

아직 30개월밖에 되지 않았고, 엄마가 없으면 무서워서 잠도 잘 못 자는 여리디여린 아이다.

하지만 방법이 없다.

병원으로 같이 들어갈 수는 없었고, 어린이집도 가야 했기 때문에 장모님께서 당분간 우리를 도와주기로 하셨다.

장모님께서 오시자마자 수호는 싸둔 짐을 들고 다시 병원으로 향한다.


수호는 은채에게 너무나 미안했다.

본인이 어제 과음을 한 탓에 은채가 병원에 입원한 것 같았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 배가 많이 나온 상태에서 자영업을 준비하는 수호 때문에 이곳저곳 많이 돌아다녔던 것도 한몫했을 것이다.

은채는 직장을 다니며 창업박람회, 대출 상담, 시장조사, 부동산방문, 상가 임장 등등 여러 가지를 함께 해주었다.

거기에 독박육아까지...

어찌보면 지금의 상황을 자기가 만들었다는 생각에 수호는 죄책감이 밀려왔다.

미안한 생각에 한동안 병원으로 출발하지 못하고 있던 수호.


핸드폰이 울린다.

은채의 문자였다.


”오빠, 미안해. 당장 다음 주 가게 오픈인데 내가 이렇게 돼서... 조금이라도 더 도와줘야 하는데 몸이 안 따라주네. 그래도 우리 신랑 잘할 수 있지? 우리 딸 나혜도 아마 씩씩하게 할머니랑 잘 있을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힘내자!! 사랑해♡“


수호는 한없이 떨어지는 눈물과 함께 힘껏 엑셀을 밟는다.

다시는 술을 마시지 않겠다는 다짐과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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