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이 지나고 반찬가게 가오픈 이틀 전.
정식 오픈 일주일 전 가오픈 이라는 것을 하는데 그 시기에 전반적인 매장 운영교육과 레시피 교육이 이루어진다.
또한 주변 가게에 전단지도 돌리고, 아파트 홍보도 하러 다니면서, 만든 음식을 하나씩 팔아 보는 그런 기간이라고 보면 된다.
다행히 은채는 서서히 회복되고 있었고, 걱정했던 딸도 엄마, 아빠가 힘든 걸 알았는지 할머니와 잘 지내고 있었다.
수호는 아침 일찍 일어나자마자 부리나케 매장으로 향한다.
역시 든든한 후배들은 주인보다 먼저 매장 앞에 도착해 있었다.
대학교 시절 동고동락하면서 수호가 얻은 최고의 보물들이면서 평생을 함께할 사람들이다.
후배들은 자기들끼리 벌써 무슨 일을 할지 파트까지 다 정했다고 한다.
수호는 속으로 고마움과 미안함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다들 평일에 직장을 다니면서도 이렇게 도와달라는 말에 불평불만 없이 나오는 동생들이 과연 세상에 얼마나 되겠는가.
매장 문을 열어 주자마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더니 집기 정리부터 매장 청소, 용기 세팅까지 하루 종일 쉬지 않고 그 많은 일들을 끝내주었다.
정리가 다 끝나고 보니 밖은 어둑어둑 해가 지고 있었다.
수호는 4명의 후배들에게 고생했다며 저녁값으로 10만 원을 쥐여주고 보낸다.
물론 하루 종일 일한 값은 계좌로 송금했다.
수호도 후배들과 술 한잔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5인 이상 집합 금지 기간이다.
아니지.
병원에 누워 있는 은채와 집에서 기다리는 딸내미 때문에 당연히 갈 생각이 없었다고 하자!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반찬가게 가오픈.
떨리는 마음에 새벽 일찍 눈을 뜬 수호는 장모님과 나혜가 자는 것을 바라보며 밖을 나선다.
그리곤 다짐한다.
‘내가 반드시 이 가게로 성공해서 우리 집 경제적 자유를 이룰 것이다’
어둑어둑 새벽에 도착한 수호는 자신의 매장만 홀로 빛나 보이는 것 같았다.
그 매장을 바라보며 앞으로 펼쳐질 여러 가지 일들을 상상해 본다.
마치 어릴 때 소풍 가는 날 일찍 일어나는 느낌.
정말 꽃길만 걸을 수 있을 것 같은 이 기분.
새벽에 마시는 공기가 그렇게 상쾌할 수 없다.
‘드디어 나도 사장이 되는구나!’
‘생각보다 별거 아니네, 막상 하고 나니까 크게 어렵지 않네’
‘자리 잡으면 배달도 하고, 온라인 사업으로도 접목해보자’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것 보니 역시 사업이 운명인가 봐’
‘아이들과 함께 반찬가게도 홍보하고, 사진도 찍어서 붙여놔야지’
‘한 달에 500만 원 정도 벌 수 있겠지? 그럼 300만 원은 원금 회수에 쓰고, 200만 원은 집안 생활비로 쓰면 되겠다.’
‘계약기간이 3년이니까, 3년 안에 원금 회수만 되면 그 뒤로는 더 많이 벌 수 있겠어’
부푼 기대를 안고서 매장으로 들어가는 수호.
한없이 들뜬 마음이 산산조각 나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수호는 아직 그것을 모른다.
그저 나도 이제 사장님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꽉 채웠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