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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사람이 전부다?

- 첫 직원 뽑기 -

by 부자형아

경영의 신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사업은 사람이 전부다’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이 책은 사업에서 사람이 전부이기 때문에 좋은 인재를 데려오는 것이 중요하고, 그 인재가 일을 잘하도록 고민하는 것이 사장이라고 말하고 있다.


수호는 좋은 직원을 뽑기 위해 이 책을 읽어보았다.

적어도 1년 이상 같이 일할 사람을 뽑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내용이 너무 어려웠고 과연 실전에 적용할 수 있을지 미지수였다.

수호가 생각하는 반찬가게는 사장이 일하지 않는 시스템이다.

주방장 1명, 주방보조 2명, 홀 직원 1명 이렇게 4명을 뽑고 수호는 관리만 하는 것이 목표다.

가끔 바빠지면 도와주러 들어갔다가 한가할 때는 본인이 해오던 부동산 공부를 하려고 말이다.

직원이 5인 미만 사업장일 경우, 연장/휴일/야간 일을 하더라도 추가 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없고, 연차를 챙겨주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4명만 뽑을 예정이다.

그리고 주중에 있는 빨간날에도 영업을 할 생각이기 때문에 더더욱 5명을 넘기면 안 되는 것이었다.

대신 직원들 연차는 챙겨주려고 생각했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했다.

얼추 인건비와 4대 보험을 계산해 보니 1,000만 원이 넘어갔다.

이건 아니다 싶어 다시 깊은 생각에 빠지는 수호였다.


하루 종일 생각한 끝에 한 가지 방법을 떠올렸다.

엄마를 주방장으로 채용해 보는 것이었다.

수호의 엄마는 요리를 굉장히 좋아하고 잘한다.

주변에서도 정평이 나 있을 정도다.

지금 수호네 사무실이 한가하니까 주방장으로 채용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떠오른 것이다.


곧바로 수호는 엄마에게 주방장을 제안했고, 수호의 엄마도 흔쾌히 승낙하셨다.

결과적으로 주방장은 수호 엄마가, 주방보조 1명, 홀 직원 1명을 채용. 그리고 수호가 오전에 같이 주방 쪽에서 일을 하는 것으로 결정하였다.


수호는 채용공고사이트에 처음으로 가입했다.

한 곳도 아니고 세 곳을 말이다.


‘가족 같은 직원을 모집합니다(주방보조 1명, 홀 1명)’.


세 곳에 모두 똑같은 채용공고를 올렸다.

혹시나 지원자가 없을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승인 대기 중으로만 떠 있는 것이다.

고객센터에 문의하니, 채용공고가 너무 많아 심사하는 기간이 일주일 이상 걸린다고 하더라.

대신 즉시 등록이라는 쿠폰을 사용하면 바로 등록이 된다는 것이었다.

수호는 일주일을 기다릴 수 없었기에 즉시 등록이라는 쿠폰을 구매하려고 하였다.

그런데 즉시 등록 금액이 바로 옆에 있는 즉시 등록+상위노출이라는 옵션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수호는 좋은 인재를 채용하는 투자금이라 생각하고 약간 더 비싼 즉시 등록+상위노출 옵션을 선택했다.

채용 사이트 이용료는 세 곳 합쳐서 15만 원 정도 들어갔다.


다음날, 수호는 정말 깜짝 놀랐다.

세 곳을 합쳐 신청서만 50건 이상이 들어와 있는 게 아닌가?

중복으로 접수한 사람도 있었지만, 생각보다 많은 지원자 수에 10만 원을 쓴 것이 아깝게 느껴진다.


코로나로 인해 장사가 안되고 폐업하는 가게들이 많다 보니 일자리가 많이 줄어든 모양이다.

꼭 일하고 싶다거나 뽑아달라고 부탁하는 전화까지 몇 통 왔다.

직원을 채용하는 것이 가장 두려웠던 수호였지만 막상 경험해 보니 별것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력서와 경력을 보면서 최종적으로 8명을 선택하였고, 면접을 보기 위해 연락을 돌렸다.

수호는 사람을 뽑는 것이 처음이라 경험이 전혀 없었고, 채용에 대한 지식 또한 하나도 없었기에 후배에게 도움을 청했다.

후배는 현재 대형마트에서 직원을 뽑고 관리하는 팀장이었고, 수호와는 막역한 사이라 연차를 내면서까지 흔쾌히 도와주기로 했다.


마땅히 면접을 볼 수 있는 공간이 없어 매장 근처 스터디카페를 3시간 예약했고, 그곳에서 한 명당 15분~20분 정도 면접을 진행했다.


수호에게는 정말 색다른 경험이었고, 하는 일 없이 출퇴근만 하는 줄 알았던 후배 놈이 대단해 보였다.

후배는 수호가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들까지 자세히 질문했고, 반찬가게에서 꼭 필요할 것 같은 부분을 콕콕 집어서 물어보았다.

역시 사람에게 있어서 경험은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후배를 통해 배우는 수호였다.

“재료 중에 본인이 만지지 못하거나 맛을 볼 수 없는 음식이 있다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주변 반찬가게를 가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반찬가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진상 손님을 만나면 어떻게 대처하시겠어요?”

“칼을 쓰다가 다쳤을 경우 대처법을 이야기해 주세요.”


면접을 보러 온 사람들은 대부분이 가정주부였고, 후배의 날카로운 질문 덕분에 어떤 사람을 최종적으로 뽑아야 할지 금방 가려낼 수 있었다.

어느 분야든 마찬가지겠지만, 결국 요식업을 운영했던 사람이거나, 직원으로 경험이 풍부한 사람, 조리기능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부터 우선 순위로 뽑을 수 밖에 없었다.


수호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자격증을 무시하며 살아왔고, 실무가 중요하다고만 생각해왔다.

결과적으로 본인도 사람을 채용해 보니 자격증 있는 사람을 먼저 보게 되고, 실무가 비슷하다면 그다음 판단의 척도가 자격증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당장은 어떤 직원일지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1년 이상을 같이 일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람이 전부라는 말처럼 오늘 뽑은 직원이 수호에게는 직원으로서 전부이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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