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 이 검은 옷이야!
사우디에서 여성들은 몸을 가리고 다녀야 합니다. 종교적인 이유 때문이지요. 정확하게는 머리카락을 가려야 하는 것이고 지역에 따라 적용을 달리 한다는데요. 사우디에서는 눈만 빼놓고 다 가립니다.
우리나라에도 이슬람 문화가 들어오면서 여성들이 가린 부위에 따라 서로 다른 명칭을 소개하는 기사도 종종 나오더라고요. 눈만 내놓고 얼굴을 가리면 니깝, 눈을 가리면 부르카 하는 식이죠.
사우디 실생활에서는 그냥 '아바야'라고 부릅니다. 평상복을 입은 외국인 여성이 지나가면 사우디 할머니가 불러 세워서 "아바야를 입어라" 하고 한마디 하는 거죠. 옷을 파는 가게 이름도 아바야 샵입니다.
외국인에게는 아바야 착용이 강제되지는 않습니다만 그래도 현지에 가면 현지 풍습을 존중해 주는 편이 여러모로 편하기 때문에 아바야 샵에 들러봤습니다.
어차피 검은 옷이니 그게 그거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가보니 검지 않은 색도 있고 검은 색도 천차만별이더라고요. 3층짜리 거대한 쇼핑몰 건물 통째로 아바야 샵만 모아놓은 곳도 있습니다.
쇼핑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습니다. 아무래도 신상이 나왔다고 사는 종류의 옷은 아니니까요.
옷깃에 자수가 놓였거나 모양에 차이를 둔 것도 있지만, 아무리 봐도 똑같은 검은 옷인데 가격이 2배 3배 차이가 나기도 합니다. 아마 소재가 다르다든가 우리가 모르는 뭔가가 있겠지요.
신기한 건 입은 사람들은 비싼 옷을 귀신같이 알아본다고 하네요. 물론 더 신기한 건 똑같은 검은 옷으로 둘러싼 여성들이 쇼핑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면 운전기사들이 어떻게 알아보고 얼른 자기 고용주를 찾아서 차를 댄다는 점입니다.
원칙적으로 가리기만 제대로 가리면 아바야 색깔에는 제한이 없다고 합니다만 사우디 여성들은 검은색만 입습니다. 외국인이 예의상 걸친 걸 제외하면 리야드에서 사우디 여성이 다른 색을 입거나 얼굴을 내놓은 걸 본 적이 없네요.
그래서 쇼핑몰에 가면 하얀 옷을 입은 사우디 남자와 검은 옷을 입은 사우디 여자가 무슨 게임 캐릭터처럼 섞이지 않고 지나가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운전을 하거나 일을 할 때도 항상 입고 있어야 한다니 얼마나 답답할지 상상하기도 어렵네요. 물론 제가 본 일하는 사우디 여성은 90% 대형마트 계산원밖에 없었습니다만 그도 그럴 것이 제 행동반경이 그렇게 넓지 않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