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이야기지만 우리도 만만치 않을 듯
사우디 리야드에 살면서 서점에 갈 일은 좀처럼 없지요. 아무래도 한글책을 팔지 않으니까요. 그래도 애들에게 영어책을 보여주기 위해 종종 들르긴 합니다. 그런데 2년 동안 지내면서 느낀 건데 사우디 사람들 정말로 책을 안 삽니다.
사우디에는 우리나라의 교보문고 같은 대형 서점 체인이 있는데요. JARIR BOOKSTORE라고 합니다. 그런데 책은 2층에만 있고 1층에는 각종 휴대폰, 아이패드, TV, 플레이스테이션, 노트북 같은 가전제품을 팔고 각종 사무용품이나 화구도 팔아요.
비교하자면 교보문고인데 책 부분보다 핫트랙스 부분이 더 크고, 거기에 하이마트까지 더해졌다고 보면 되겠네요. 어쨌든 북스토어라고 하기에는 민망합니다.
책을 안 사니까 이것저것 같이 팔다가 현재의 모습으로 변해버린 것 아닐까 싶은데 자세한 사정은 모르겠습니다만, 중요한 건 2년 동안 살면서 계산대에서 책을 사는 사람을 단 한 명도 못 봤다는 것이죠.
'어떻게 진짜 한 명도 못 봤겠냐' 아뇨 진짜 한 명도 못 봤어요. 가전제품이나 문구류는 꾸준히 잘 사가는데 책은 아랍어 책이든 영어 책이든 안 삽니다.
솔직히는 '책을 안 읽는다'라고 말하고 싶은데 정말 어쩌면 혹시 사지만 않을 뿐, 집에 가서 엄청나게 읽을 수도 있으니까 그렇게 단정 짓지는 못하겠습니다만, 사실 사우디인뿐만 아니라 아랍인 열독률 자체가 엄청 낮습니다.
알아라비야뉴스(AlArabiyaNews)에 따르면 아랍인 성인 1인의 연간 독서량은 6페이지라고 합니다. 6권이 아니라 6페이지요. 사우디에 한정 지으면 성인 80명의 연간 독서량을 합해야 1권이 나온다는 자료도 있습니다. 이 경우는 6페이지보다는 더 읽는 듯하네요.
우리나라 성인이 1년에 책 한 권을 안 읽는다고 잊을만하면 뉴스에 나오는데 어휴 이 정도면 우리보다 세네요. 우리나라 성인들 분발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