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쓰레기 재활용? 놉! 분리배출? 놉!

쓰레기 버리기 편한 나라 원톱

외국살이를 한다고 하면 보통 우리나라랑 비교해서 더 좋거나 나쁜 게 뭐가 있는지 궁금해들 하십니다. 그럴 때마다 뭔가 해줄 말이 있을까 생각해 보는데요. 결론은 언제나 비슷합니다. 한국 사람이 한국에 살아야지 밖에 나가서 뭐가 좋은 게 있어요.


미국 살 때는 음식이 너무 짜고 느끼하고 안 맞아서 불편했고 유럽에 여행을 갔을 때는 슈퍼가 너무 일찍 닫는데다 비닐봉지도 거의 사라져서 불편했고 사우디는 음... 사는 게 다 불편... 음...

 

그런데 사우디 살면서 정말 이것 하나만큼은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전 세계 어디랑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편했던 게 하나 있습니다. 바로 쓰레기 배출이요.

주제가 쓰레기라고 쓰레기 사진을 도배할 수는 없으니... 딸내미 햄버거 먹이는데 눈빛 공격하는 고양이

집에서 살림하는 분은 공감하시겠지만 쓰레기를 버리는 게 여간 큰일이 아닙니다. 특히 재활용 쓰레기와 음식물 쓰레기가 골칫덩이죠.


재활용 쓰레기는 보통 버리는 날을 기다리거나 어느 정도 양이 쌓일 때까지 모으잖아요. 서울 집값 땅값이 얼마나 비싼데 재활용 쓰레기가 집 한 구석을 차지하도록 '모시고' 사는 게 너무 억울하더라고요. 음식물 쓰레기는 어떤가요. 그때그때 버리자니 엄청난 속도로 쌓여서 귀찮고, 냅두자니 썩어서 냄새나고...


사우디는 이런 고민에서 완전 해방입니다. 분리배출을 안 하거든요. 그냥 버립니다. 너무 편해요. 물론 그렇게 버린 쓰레기를 어떻게 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어디 사막 한가운데다 부어버릴지도 모르겠네요. 환경을 생각하면 아찔하지만 그래도 당장 내 몸이 편한데 어쩌겠어요.

공터에 담장을 만들어 둔 게 자기 땅을 표시하는 목적도 있지만 폐기물 무단 투기를 막는 용도도 있다고 합니다 믿거나 말거나

저희 집은 부동산 업체가 사들여서 관리도 하고 렌트도 하는 집이었는데요. 집 앞에 쓰레기 통이 있습니다. 그런데 처음에 어느 게 뭘 버리는 통인지 모르겠어서 물어봤더니 그냥 다 거기 버리면 된대요. 일반 쓰레기, 재활용 쓰레기, 음식물 쓰레기, 타는 것, 안 타는 것 구분이 없습니다. 


몇 번 쓰레기를 버려보니 나름의 규칙이 생겼습니다. 


안 입는 옷이나 신발 같은 건 뒤져서 가져가는 사람이 있어요. 가져가서 재활용을 하려는 건지 직접 쓰려는 건지 모르겠지만 항상 뒤진 흔적이 남습니다. 그래서 쓸만하다 싶은 건 쓰레기 통에 안 넣고 옆에 가지런히 둡니다. 그러면 어느새 사라져 있어요.

눈빛 공격

일반 쓰레기와 재활용 플라스틱 같은 건 구분 안 하고 그냥 다 때려 넣습니다. 그래서 전에도 한 번 글을 쓴 적이 있는데 마트에서 무한리필로 제공하는 비닐봉지가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요. [아무렇게나 버린다 + 비닐봉지 무한리필] 이 조합의 시너지는 최강입니다.


음식물 쓰레기도 그냥 버려도 된다고 했는데 그러기 어려운 게 일단 찜찜해요. 음식물 전용 쓰레기통이 아닌 곳에 부어 버린다는 게 아무래도 적응이 안 됩니다. 그래서 음식물도 무한리필 비닐봉지에 담아서 버렸어요.


돈 안 내고 음식물 쓰레기를 아무렇게나 막 버릴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물건을 사 와도 최소한 버리는데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하면 쓰레기통 주변에서 썩는 냄새가 진동을 할 텐데 사우디는 그런 게 없습니다. 왜냐하면 돈 주고 사서 쓰는 음식물 건조기보다 더 강력한 자연산 태양광이 있거든요. 순식간에 말라서 아무 냄새도 안 납니다.  


쓰레기를 아무 때나 아무렇게나 버릴 수 있다는 건 사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정말 편한 부분입니다. 하지만 막상 쓰레기가 생길 때마다 버릴 수는 없었어요. 


왜냐하면 쓰레기 통이 집 현관에서 무려 [20미터]나 떨어져 있거든요. 한낮에 거의 구타나 다름없는 뙤약볕의 공격을 받으면서 쓰레기 버리자고 왕복 40미터 길을 걸을 수는 없었거든요.

눈빛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