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은 한국에 살아야지 외국에 나가면 고생입니다. 뭐 관광하고 놀 때야 좋겠지만 막살 살면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죠. 살아야 하니까 사는 거지 외국 살아서 더 좋은 게 얼마나 있겠습니까만, 사우디에 살면서 우리나라보다 훨씬 좋은 게 하나 있었네요.
비.닐.봉.지.
사우디 마트에서 장을 보면 물건을 담는 곳에 비닐봉지가 많이 있습니다. 얼마나 많냐면 비닐봉지를 몇십 장씩 묶은 비닐봉지팩이 벌크로 2~3팩씩 쌓여 있지요. 마음대로 자유롭게 뽑아서 쓰면 됩니다.
비닐봉지 사진 찾다가 나온 사우디 지오다노 사진. 이때까지만 해도 한국 브랜드인 줄 알고..;;
물론 가만히 기다리면 물건 담는 일을 하는 점원이 와서 담아주긴 합니다만 그 사람과 상관없이 마음대로 뽑아서 쓰면 됩니다. 한 장만 건네달라고 하면 대충 이만큼씩 움켜쥐고 뭉태기로 뽑아 줍니다.
애초에 물건 포장하는 직원 자체도 비닐을 물 쓰듯이 하거든요. 조그만 껌이랑 과자 한두 개쯤 담으면 그 봉투는 반의 반도 안 찼는데 마감치고 바로 다음 봉투를 비벼서 엽니다.
덕분에 마트에서 장을 한 번 보고 오면, 많이도 아니고 그저 1주일치 식료품을 샀을 뿐인데요, 20리터짜리 튼튼한 비닐봉지가 20장씩 생기는 겁니다!
아아, 무한리필 비닐봉지는 좋은 것이었습니다. 무한리필 비닐봉지는 주부에게 자유를 줍니다. 세탁기 발명 이후 제2의 주부해방 사건이라고 해도 과하지 않습니다.
매일 방방마다 흩어져 있는 쓰레기통을 정리해야 하는 주부라면 이 비닐봉지 무한리필의 매력에서 벗어나기 어렵죠. 종량제 봉투를 쓰레기통에 바로 씌웠다가 옆구리가 터져버리면 재난도 그런 재난이 없잖아요.
물론 사우디에서 종량제 봉투를 쓰지는 않습니다만 그래도 생활 습관이라는 게 있으니 적당한 크기의 튼튼한 비닐봉지는 필수재입니다.
아무리 앨범을 뒤져봐도 비닐봉지 20장씩 써서 장 봐온 사진이 없네요. 하긴 그렇겠죠 누가 일상 장 본 결과물을 사진으로 남겨놓겠어요. 근데 뒤져보니 또 비닐봉지를 모아놓은 비닐봉지 사진은 있네요. 이게 왜 있지..
사우디 최대(?) 마트 프랜차이즈 타미미 봉투